[상주시 특별기획] 정운석 예총상주지회장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헌신 하겠다”
‘한 끼 내 밥 먹고 나오기’ 예총상주지회에서 벌이는 어쩌면 ‘아픈 운동’이다. 보통은 회의나 행사를 하면 ‘점심’을 함께 하는 것이 관례인데, 예총은 항상 점심시간을 지난 오후에 회합과 행사를 갖는다. 이제는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해 먹고 사는데서 많이 괜찮아졌다는데, ‘점심 건너띄기’를 하고 있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예총 예산규모가 작아 예산을 아끼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서울21]은 지난달 12일 상주 초림이길에 위치한 석운도예 도자기 체험교육장에서 정운석 회장을 만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상주지역 문화예술 인프라 확대 한 가지만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그의 ‘다짐’을 인터뷰했다.
상주예술제는 상주에서 가장 큰 문화행사다. 그런데 지난 5월 예총의 주최로 개최된 ‘상주예술제’의 예산은 900만원이다. 본래는 1000만원인데, 예산절감으로 10%, 100만원을 깎였기 때문이다. 16회째를 보낸 이번 예술제는 7개 단체에서 11개의 행사를 진행했다. 단체별로는 100만원 남짓, 행사별로는 100만원 안 되는 예산이었다. ‘한 끼 내 밥 먹고 오기’의 이유다. 그래도 부족하면 회원들이 모자란 예산 만큼 ‘십시일반’으로 쌈지 돈을 털어 보탠다. 계획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자면 어쩔 수 없다. 당장 올 가을의 ‘감 고을 이야기 축제’의 예산도 그래서 걱정이다.
“소리 크지 않는다고 소외하지 말라”는 정 회장의 외침이 됐다. 지금까지는 예산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러니’해 왔지만, 본인이 회장이 된 이제부터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예총 상주지회와 그 산하단체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정도 것’은 돼야한다는 입장이다.
“문화 인프라 열악, 안타깝다”
“성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신 낙동강 시대’에는 먹는 것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란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화예술계는 성백영 시장이 저희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그 결과 당선에 상당한 기여를 했습니다만 그것을 이유로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우리들 욕심을 조금 버리자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 회장은 문화예술계와 예총의 예산 현실을 생각하면 성 시장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싶지만 인내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예총의 어려운 예산 현실을 성 시장도 당연히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정 회장은 “성 시장도 생각이 있을 것”이란 말로 에둘렀다.
사실 상주는 면적은 크지만 인구면에서는 작은 도시에 속한다. 하지만 역사도시인 까닭에 문화예술 분야는 상당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에 따르면 한국예총에는 10개 문화예술분야의 단체가 있는데, 예총상주지부는 문인, 음악, 미술, 국악, 연극, 사진, 무용 등 7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인근의 문경이 4개 단체가 활동하는 것과 비교된다. 특히 예총상주지부는 정회원이 270여명이고, 산하의 동호회는 55개 단체에 1010여 명이 있다.
정 회장은 “이 처럼 상주는 문화예술 분야가 강하고 시민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지만 공연장과 전시장이 달랑 하나씩밖에 없는 등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안 돼 있어 아쉽다”며 “상주 문예단체와 문예인들이 인근의 구미, 김천, 안동, 경산 등 외지로 나가서 문화욕구를 해소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제 회장 출마 공약 1호는 문화예술회관의 건립사업 추진”이라며 “이제는 시 차원에서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사업에 대해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시의 적극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문화예술 행사가 있으면 담당 공무원이 항상 참석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봐준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예산으로 뒷받침 되지 못하면 공연의 질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정 회장 취임식을 가족전으로!” 화제
정 회장은 도예 중에서도 현대자기를 전공했다. 그에 따르면 도자기는 일반적으로 전승자기, 전통자기, 현대자기로 나뉜다. 전승자기는 고려청자를 재현하는 것이고, 전통자기는 옛날 것을 100% 답습이 아니라 계승 발전하는 것이다. 반면 현대자기는 창의성을 가미한 것이다. 옛날 것이 실용적이었다면 현대도자기는 실용성 보다는 창의적 예술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상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도자기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면서도 “아직 상주에 도자기협회가 없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목공예, 염색 분야는 상당히 많고 취미로 하는 분, 작업실이 있는 분 등이 다양하지만 “각자 바쁘다 보니 모임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고등학교 땐 미술부 활동을 했다. “그 때는 디자인, 응용미술 쪽 이었다”며 “대학에 들어가서는 도자기에 흥미를 가지게 됐고, 도자기를 전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는 디자인 쪽 공부를 하면 취직도 잘되고 좋았다. 하지만 그는 도자기에 심취했다. “막상 도자기를 전공하니 먹고 살기가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전통적인 생활자기는 만들어 놓으면 판매가 잘 되지만, 현대도자기는 순수 창작 작품이다 보니 판매가 거의 안 된다”며 “창작 도자기를 싸게 팔수 없고, 싸게 팔기도 싫었다”고 심중을 드러냈다. 그에 따르면 이 같은 현대자기의 특성이 오늘에 이르러 ‘도자기 체험장’을 하게 된 배경이 됐다. 교과서에 도자기는 실려 있고, 그렇다면 미술선생님들과 체험학습을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던 제안이 현실이 됐다. 체험학습을 진행한지도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당시는 캠코더로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촬영해 영상자료로 학교 선생님들에 보급했고, 그 영상자료가 수업교재로 활용됐다. 이것이 인연이 돼 정 회장은 학교에 나가 강의하고 있다. 아내인 장명자씨도 남편을 따라 도자기를 배워서 지금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에 나가 강의한지도 15년째다. 특히 정 회장에겐 조각을 하는 스물일곱 살의 큰 아들과 아버지를 따라 도예를 하는 스물다섯 살의 두 아들이 있다. 그는 올 초 예총회장 취임식을 ‘가족 전(展)’으로 할 만큼 올곧은 예술인이다. 상주토박이기에 그의 아름다운 예술 인생에서 밝은 미래로 가는 상주시 문화·예술을 볼 수 있었다.
<상주=서원호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