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국민경선제(open primary) 논란

2012-07-03     고재구 회장

완전국민경선제는 당원과 비당원이 한데 어우러져 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방법 중의 하나다. 얼핏 합리적인 것 같지만 함정과 결함이 있는 제도다. 가장 큰 결함이 당심과 민심에 반하는 역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선거인단의 참여를 늘리기 위하여 직접 현장투표 대신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한 투표를 할 경우엔 직접 비밀선거의 민주주의 선거 원칙이 완전히 파괴당할 수 있다. 조작이나 동원, 매표행위 등 숱한 불법 부정이 난무해 최선의 후보 선택이라는 목적에 반하는 부정적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7일 황우여 대표와 김문수 지사 회동 후 민심과 당심을 왜곡시키고, 민주주의 선거원칙을 파괴하는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들지 모를 최악의 경선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위험한 입장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다. 완전국민경선제가 수용되면 안철수 교수까지 야권이 아닌 새누리당 경선판에 끼어들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황우여 대표가 비박근혜 연합세력의 미끼를 문 셈이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주위에 상대 정략을 감지해 미리 대비할 ‘장자방’이 없다는 소리가 헛말이 아니었던 게다. 이미 새누리당 제방에 구멍이 뚫려버렸다. open primary가 공공연한 당 경선방식의 하나로 터진 봇물처럼 파죽지세로 새누리당을 뒤흔드는 판국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직접적인 결심 표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민주당이 완전국민경선제로 후보를 선출하고 나서 안철수 교수와 단일화 하는 구상을 하고 있는 점도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부담이다. “경기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 맞춰서 경기를 하는거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라는 입장이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선 일정과 관련해서도 비박 측은 9월 이후로 연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당규대로 8월 21일에 경선하자는 당 지도부 입장이 ‘박심’만을 위한 것으로 공격당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경선 룰’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후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없이 우리나라 정당들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후보들의 입장과 편의에 따라 상례적으로 경선 룰을 바꾸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아무리 정치가 생물같이 움직이고 선거 승패가 ‘전부’와 ‘전무’를 가르는 것이라고 표현되지만 정당의 규정을 선거 때마다 후보 입장에 맞추어 바꾸는 작업은 틀림없는 후진적 작태다.

민주주의 근간 가운데 하나가 법치주의다. 정해진 규칙에 맞추어 사안을 하나씩 준비하고 처리해가는 민주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선거에 임박해서 벌이는 ‘룰’의 전쟁이 국민 피로감을 고조시킨다. 선거의 전 과정이 축제로 치러지고 승자와 패자 모두 과정과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선거문화가 역주행 하는 시대다.

이런 원론적인 문제 인식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경선 룰 합의점은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에 비해 경선 과정에서 흥행몰이를 통해 당과 후보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는 애시당초 틀린 노릇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