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철폐] MB發 리히터 10.0 대지각 변동

MB 정권, 영호남·충청 3각 벨트 무너뜨린다

2011-04-12     홍준철 기자
이명박 정권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노력이 전국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그 서막은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간 대결구도를 일으킨 세종시 수정안부터 시작됐다. 이후 영남권 반발을 가져온 신공항 백지화 선언, 충청권과 관련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 영호남 단체장간 공방을 벌이고 있는 LH 공사이전 문제 등 전국적으로 지역 민심이 어수선하다. 이뿐만 아니라 친이재오계가 중심이 돼 일으킨 개헌 몰이, 한나라당이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석패율 제도 도입까지 MB 정권의 지역주의 흔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 하이라이트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될 공산이 높을 전망이다. 당장 지방 의원들과 수도권 의원들간 수도권 규제완화와 철폐를 두고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이명박 정권의 대한민국 망국병으로 지목하는 지역주의 타파 시도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따라가 봤다.

MB 정권이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는 대형국책사업의 재검토로 시작됐다. 첫 번째가 작년에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 상정이다. 지난해 6월29일 이명박 정권은 세종시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안 대신 교육과학중심의경제도시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수정안 제출 논리는 지역주의 구도에 기댄 정부부처 이전은 충청권 표를 노린 노무현 정부의 정략적 산물로 국가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의 친이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초반에 거센 반발을 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3인방은 2002년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행정수도 이전반대를 위한 ‘수도권분할반대투쟁위원회’ 핵심 멤버들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내세워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수정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무려 10개월간의 세종시 공방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속에 수도권과 충청권의 상처는 깊게 남았다.


대형국책사업 재검토 지역구도 판갈이

두 번째 시도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선언이었다. 세종시 수정안이 법안과 관련돼 국회 권한이었다면 신공항 건설은 정부의 몫이었다. 급기야 이명박 정권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마저 백지화해 버렸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경제적 실효성이 없다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정면돌파를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선거 때 영남권의 확실한 표심에 기대 ‘당근책’을 제시해 당선됐지만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명분으로 철회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영남권 정치인들과 지자체, 민심마저 요동쳤다.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영남이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배신감’을 운운할 정도로 극에 달했다. 특히 인근 지역인 대구, 울산, 경북, 경남과 부산의 분노가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MB 정권의 대형국책사업에 대한 재검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당초 충청권으로 가게돼 있던 3초5천억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이 화약고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 정치인들은 신공항 백지화로 인한 성난 민심을 달래기위해 대구에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 유치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자칫 충청권과 영남권간 지역 대결 구도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명박 정권에선 지역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과학벨트를 대전, 대구, 전남 광주를 연결하는 ‘삼각벨트’ 구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벨트 사업은 세종시와 마찬가지로 국회 입법기관과 정부와 충돌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과학계에선 대형 국책사업인 과학벨트 조성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해 정치권이 표를 의식한 ‘쪼개기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한 탈락한 여타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마저 일고있다.

대형 국책사업관련 지역간 갈등은 또 있다. 참여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차원에서 추진했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 문제도 영호남으로 나뉘어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하다. 참여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2005년 주택공사를 경남 진주에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에 각각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2009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주공과 토공이 LH로 통합되면서 지역간 갈등이 표출됐다. LH 이전문제는 신공항 백지화 선언과 마찬가지로 입법기관보다는 정부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사업이다. 자칫 제2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전북과 경남의 민심은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돌아설 공산이 높다.


지자체·지역구, 정당, 계파별 ‘저항’ 거세

이명박 정권의 수도권을 제외한 영호남 충청권 등 지역주의 ‘판 흔들기’는 대형국책사업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올해초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전도사’로 나서면서 내세운 것 역시 지역주의 타파였다. 이는 곧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권으로 이어지는 지역주의 타파와 연결돼 있다, 이 대통령이 ‘동서화합’의 처방중 하나로 제시한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은 개헌론과 맞닿아 있다. 지방자치와 분권화는 헌법 개정이 불가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존 16개 시.도를 폐지하고 232개 시.군.구를 60개 전후의 광역시로 통합하자는 핵심은 지역경계를 허물어 동서화합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권 여당과 중앙선관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석패율 제도 역시 핵심은 지역주의 타파다. 친이계인 안상수 당 대표는 4월5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역 석패율제도 도입해 망국적 지역주의를 완화하겠다”며 “재.보선도 연 1회로 제한하는 등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석패율제란 국회의원 선거 때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로도 동시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지역구에서 상당한 득표를 했으나 아깝게 패배한 후보들을 비례대표 당선자로 구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후보가 각각 호남이나 영남지역에서 선전했을 경우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이명박 정권은 조직적으로 현 영남, 호남, 충청권으로 나뉜 지역주의를 타파하기위한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국책사업 재검토를 통한 지역주의 판을 흔들고 개헌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을 통해 법적으로 보완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외형상 선거철마다 고질적인 지역주의에 기대 국력 낭비를 초래하는 대형국책사업성 공약 남발을 방지하겠다는 명분이 엿보인다. 또한 참여정부도 성공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망국병인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노력도 묻어난다.

하지만 자치단체별, 정당별, 그리고 계파별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일단 해당 지역민과 국회의원, 자치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현재 추진중인 대형국책사업이 좌초되거나 애초 취지에 맞지 않게 쪼개지는 배경이다.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는 백지화 선언된 동남권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개헌 역시 한나라당내 친박계뿐만 아니라 야권이 반대하면서 흐지부지되고 있다. 그나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찬성하는 석패율제 도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이명박 정권의 히든 카드는 수도권 중심의 친이재오계가 밀어붙이고 있는 수도권 규제 철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반발로 비수도권 의원 13명이 4월4일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나라당 김성조 김정훈 이종혁 민주당 이용섭 조경태 의원이 중심이 돼 “정부는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기고 지방경제를 말살하는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철회를 주장했다. 당초 지식경제부는 4월11일 개정안 관보 게제 후 규제 완화를 시행하려 했다가 연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는 2013년까지 국가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수도권 규제를 전면 폐지키로 한 상태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영남권과 충청권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서 신공항 백지화 선언보다 몇 배 더 파괴력이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도 마찬가지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고용이 창출되고 지역경제에 활성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대환영이다. 한나라당 수도권 국회의원의 대다수는 친이계다.


수도권 유권자 1천 9백만 명 전체 49% 차지

대부분 이 대통령의 후광으로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인사들이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 민심은 집권 여당 및 이 대통령의 임기말 인기하락과 더불어 당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친박 진영과 야권에선 이재오계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화두로 던질 경우 수도권 대 비수도권, 박근혜 대 친이재오, 여야로 나뉘어 정국은 리히터 10.0의 대지각 변동으로 대혼란에 빠질 공산이 높다. 수도권 친이계들의 이런 계산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유권자 분포가 한몫하고 있다. 당시 수도권 유권자는 1907만명으로 전국 유권자의 49.1%에 달해 대선뿐만 아니라 총선을 치르는 정치인들에게 수도권 민심은 정국 운영의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결국 친박과 야권에선 이명박 정권의 주류 세력인 수도권파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위해 대형국책사업의 재검토, 개헌과 석패율제 도입 등으로 기존의 지역구도 판을 흔들기위한 그랜드 플랜이 가동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호남 충청 등 20년 넘게 진행되온 지역구도를 대신해 수도권 대 지방으로 신지역주의 판을 만드는 정치적 실험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과거 참여정부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국토균형발전을 대신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수도권 규제 철폐로 수도권 VS 비수도권으로 판갈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친이계들은 19대 총선에서 생환과 동시에 박 전 대표를 지역적으로 포위함으로써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라는 전리품까지 일거삼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