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御産地)는 누구 가슴에 금뱃지를 허(許)하나
2011-04-12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한편 한국에서 ‘어산지’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임금 어(御)+낳을 산(産)+땅 지(地)’의 한자를 어산지에 배합시켜 어산지(御産地)라고 표기했을 경우 ‘임금 혹은 대통령이 태어난 지역’이라는 조어발상으로 의미를 형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어산지는 지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예를 들면 김영삼 대통령을 배출시킨 거제라든가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시킨 목포는 아마도 역대 대통령의 출신지라는 입장에서 어산지라는 지역 브랜드로서의 의미를 남달리 부여할 것이고, 박정희 대통령과 연관 지어 대구 달성군은 박정희와 박근혜를 중첩시켜서 어산지로서의 정치적 이미지를 그려나갈 것이다. 따라서 어산지에서 배출된 국회의원은 아마도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의 유권자의 표에 의해서 뽑혔다는 자부심과 정치적 책임감을 다른 지역구에서 뽑힌 정치인보다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어산지에서 그 지역출신의 역대 대통령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당의 인물이라든가 혹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인물이 당선되었을 때 그 정치적인 파장이 클 것이기 때문에 중앙당에서도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이면서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기필코 이겨야 하는 선거전쟁에서 주고받는 표의 공방전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의 본질인 주권재민의 의미를 되 뇌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배출된 어산지 김해는 이번 4·27재보선에서 특별한 지역적 의미를 지닌다. 우선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재기 여부가 결정될 것이며 특히 그의 당선여부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의 잣대로서도 특별한 해석을 하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총리의 하마평에 올랐다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당한 패배자가 승리함으로써 정부의 체면을 세워주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노무현 어산지에서 노무현식 이변을 낳는 상황이 재연, 야당후보가 당선되었을 경우에는 이것 역시 노무현의 대권장악만큼이나 이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낼 것이며 현 정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만큼 어산지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비단 총선이 아니어도 지역구의 재ㆍ보궐 선거는 단순히 그 지역의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선거가 아니라 그 이상의 평가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관심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 것도 예단할 수 없는 일이다. 유권자야 누구를 찍을 것인지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아직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조차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이 이번에 치러지는 어산지에서의 선거다. 이처럼 어산지의 선거는 늘 민주적 절차라는 형식구조에서 정치인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한편, 역대 대통령을 배출시킨 지역답게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다. 이번에 실시되는 4·27재보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시킨 어산지 김해는 과연 누구의 가슴에 금뺏지를 달아 줄 것인가? 정치인은 물론 유권자들 모두 자못 궁금할 뿐이다.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ckckck12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