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친박, “이명박 탈당”VS 친이, ‘박근혜 배후설’
“양박(博朴) 터지는 전쟁 신호탄? 불발탄!”
2011-04-05 홍준철 기자
[글 홍준철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따른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립과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잠수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의 국민과 공약 이행을 강조했지만 이 대통령과 ‘불가근불가원’ 원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밀월관계’와는 별도로 영남권 민심은 들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부산과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친이, 친박 양진영 모두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치권의 섣부른 공약, 그리고 이에 따른 상처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영남권 출신 한 인사는 “(신공항 백지화로 인해) 영남에서 친이계 인사는 물론이고 친박계 인사들의 설땅이 좁아졌다”며 박 전 대표의 이중적인 모습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명박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선언에 따른 영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무분별한 공약으로 인해 지역간 감정은 격화되고 지역민들의 상처만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신공항 유치에 열을 올렸던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인근 주민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불신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영남권의 성난 민심이 현 정권을 비롯해 한나라당으로 빗발치면서 가장 긴장하는 쪽은 당연 영남권 지역구 의원들이다.
당장 4.27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19대 총선이 1년뿐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길리서치 김창권 대표는 “4월 재보선 선거를 청와대와 박 전 대표가 알아서 다 해주고 있다”며 “선거는 해보나 마나로 한나라당 전패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를 굳이 4월 재보선을 앞두고 할 필요가 있느냐”며 “선거가 끝나고 해도 되는데 정무적 판단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영남권, 19대 총선 친이·친박 ‘적색등’
‘대통령 탈당’ 요구를 비공식 석상에서 제안했던 대구에 지역구를 가진 한 의원실 역시 내년 총선에서 적색등이 켜졌다는 점을 솔직히 토로했다. 이 인사는 “친이 후보들이 영남지역에 뿌리를 내리기는 힘들게 됐다는 점은 그나마 안심”이라면서도 “하지만 박 전 대표를 제외하고 친박 의원들에게도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지역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 인사는 박 전 대표의 신공항 사태를 대처하는 모습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발언 수위를 보면 많이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전체적으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을려고 배려한 기색이 역력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신공항 백지화 선언전에 ‘침묵’하다가 발표 후에도 ‘MB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뉘앙스가 풍긴다”고 씁쓸해 했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 청와대와 관계를 ‘전면전 선포’, ‘대립각’, ‘갈등 첨예’ 등 맞서는 분위기로 흐르자 측근들을 총동원, ‘언론 플레이’까지 하며 ‘수위조절’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전히 대통령과 ‘전면전’보다는 ‘불가근불가원 원칙’을 고수하려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박근혜 입장에선 영남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텃밭으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지역”이라며 “신공항 재추진 입장을 통해 영남 민심을 다독거리고 향후 정부 국책사업에선 국민과 약속을 잘 지켜라는 원론적인 얘기로 MB와 확전을 경계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친이계는 친박 진영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친이 성향의 한나라당 한 인사는 “일개 국회 의원인 박근혜가 정부정책에 간섭하는 것은 오버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MB 정권이 신공항 백지화 선언으로 당장 4월 재보선뿐만 아니라 내년 19대 총선에서 영남 출마를 준비하는 친이계 후보들의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재오 ‘부재’속 양박 ‘사전교감설’ 부상
나아가 친이 강경파 입장에선 ‘박근혜 음모론’, ‘배후설’ ‘막장정치’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미 정부측 발표가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 대구 출신 의원들의 기자 회견, 대통령 탈당 언급, 그리고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반응이 이미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준비된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대구 출신 의원들의 기자 회견문에서는 박 전 대표 이름이 빠져있지만 친박 의원이 다수인 대구 지역 특성상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친이 진영의 시각이다.
박 전 대표가 청와대와의 전면전을 경계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 역시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혀 더 이상 확전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4월1일 이 대통령은 신공항 무산 발표에 따른 특별기자회견장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자꾸 언론에서 박 전 대표와 관계를 (갈등관계로) 보고 있는데 그렇게 보지 마라”며 “박 전 대표가 고향인 지역구에 내려가 그렇게 말한 것 이해한다”고 더 이상 확전은 없을 것임을 밝혔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일부 언론에서) 우리의 관계를 심각하게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마찰이나 충돌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대통령 은 “박 전 대표 입장과 대통령 입장에서 입장차가 있다”며 “난 이제 임기 마치고 떠나가면 된다. 하지만 다음 대통령 다음 세대에게 피해를 줄 수 없기 때문에 백지화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박 전대표에게 이해를 구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느냐, 향후 박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엔 비껴가 박 전 대표와 회동이나 관계 개선에 대해 관심 사안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각각 한걸음씩 양보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친이 친박간 ‘박 터지는’ 마찰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교롭게도 박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정적인 이재오 특임장관마저 국내에 머물지 않고 미국에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결과적으로 ‘미래권력’인 박근혜와 ’현재권력’인 이 대통령 두 인사는 ‘갈등 아니다’는 입장인 반면 총선을 준비하는 친이계 친박계는 전면전 양상을 보이면서 대조적인 모습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