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손학규 VS 당권 강재섭 ‘분당 대회전’

손학규 일성…“MB정권 심판 하겠다”

2011-04-05     전성무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고심 끝에 4월 재보선 경기 성남 분당을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4·27 재보선의 판이 커지게 됐다. 또 한나라당은 분당을이 텃밭이라는 점에서 손 대표 대항마를 내세울 수밖에 없어 이번 재보선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사활을 건 승부가 예상된다. 특히 차기 대선 주자인 제 1야당 대표가 직접 선거에 나섬에 따라 재보선 결과는 향후 대선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의 출마로 요동치는 4월 재보선 구도를 추적해봤다.

손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4월 재보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분당을 지역으로 압축되고 있다. 손 대표가 출마하지 않았을 경우 분당을 선거 승패는 무리 없이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점쳐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선거 구도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4월 재보선 포인트 분당을로 압축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분당은 민주당의 필패 고지였다.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등장한 분당구는 당시 신한국당 후보가 당선됐고, 16대부터 현 18대까지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분당갑)과 임태희 대통령실장(분당을)이 내리 3선을 했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당시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는 경기도 전체에서 47.79%를 득표했다. 하지만 분당구에선 42.75%를 얻는 데 그쳤다. 이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의 김문수 후보에 15% 포인트 가까이 밀렸다. 성남시장 선거에서 51.16%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유독 분당구에서만 한나라당 후보에 6% 포인트 가량 뒤졌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손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여야 후보간 ‘빅매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내부에선 분당을 공천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팡질팡하고 있고, 민심도 예전같지 않아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 한나라당에서는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민주당에서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각종 기관에서 실시한 분당을 선거 구도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가 나와 주목된다. 여론조사의 핵심은 양자구도로 예상되는 분당을 선거에서 한나라당 유력 후보인 강재섭 전 대표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가상 맞대결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1일자로 각 정당의 후보가 맞붙을 경우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대결할 경우 강 전 대표가 44.3%, 손 대표는 42.7%를 얻어 1.6%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4.4%포인트) 내의 예측불허인 결과로 조사됐다. 손 대표와 정 위원장의 가상 대결에서는 정 위원장이 45.1%를 얻어 41.7%를 얻은 손 대표보다 3.4%포인트 앞섰지만 역시 오차범위 안이어서 혼전 양상이었다.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에는 긍정 평가(48.9%)가 부정 평가(33.8%)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특정 후보를 거명하지 않은 채 ‘어느 당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한나라당 후보(46.8%)가 민주당 후보(28.0%)를 18.8%포인트나 앞섰다. 분당을 지역이 한나라당의 텃밭임에도 손 대표의 출마로 인해 여당 지지표가 손 대표에게 흡수되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나라당 후보로 강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중 누가 더 적합하냐’는 질문에는 강 전 대표 30.5%, 정 전 총리 26.7%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제 3의 후보가 적합하다는 의견은 15.0%였다.

이번 조사는 손 대표가 분당을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달 30일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KRC)에 의뢰해 실시한 것으로 성인 500명을 대상의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4.4%포인트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4월 1일 분당을 후보선출과 관련, 전략공천을 하지 않고 여론조사 경선방식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전원이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안형환 대변인이 밝혔다.

안 대변인은 “최고위원들은 이번에 분당을 재보선에 전략공천을 하지 않기로 전원이 의견을 모았다”며 “공심위에서 현재 후보에 공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선을 통해 정해 줄 것으로 바라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현재 당 공천심사위에 예비후보로 신청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을 확정할 방침이다. 강 전 대표와 박계동 전 의원 등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최고 지지율을 얻는 후보자를 공천 확정자로 결정한다는 것.

따라서 공심위에 공천신청을 하지 않은 정 전 위원장은 이번 여론조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고위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공심위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경선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반면 민주당은 손 대표를 주축으로 결집하는 모습이다. 당장 손 대표 본인부터 분당에 새 월셋집을 마련하는 등 승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1억9000만 원짜리 전셋집에 살던 그는 분당에선 전셋값이 3억9000만 원이라고 해 월셋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출마를 계기로 서민들이 느끼는 전세난을 직접 체험한 셈이다.


민주당 손 대표 출마로 ‘결집’

손 대표는 출근도 분당구 야탑동의 한 노인회로 했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후 ‘기호 2번 손학규’라고 적힌 어깨띠를 둘렀다. 노인회 회원들에게 90도 못 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사회가 변하려면 분당에서 중산층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고 민주당도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꼭 (승리를)이뤄 내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춘천에서 열린 강원지사 후보 선출식에도 참석했다. 이후 강원도 일정을 취소하고 분당구로 재차 되돌아왔다. 손 대표는 분당에 도착하자마자 미금역 주변에서 주민들을 만나 악수를 나눴다. 분당구민들은 손 대표의 출마선언을 지켜보며 선거에 대한 시각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분당에서 제1야당의 대표가 출마한다 해도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반면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야당의 대표가 출마한 만큼 기대심리가 작용, 승산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민주당은 손 대표에 대한 총력지원 태세에 돌입한 상황. 특히 5월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려던 김부겸 의원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건 마당에 여의도에서 한가하게 표를 구걸할 수는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신 그는 손학규 후보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아 “분당에 상주하면서 반드시 손 대표를 생환시켜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 출마의 이해 득실

손 대표가 출마를 결심함에 따라 선거 이후 이해득실이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손 대표는 선거 승리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여당의 텃밭에 몸을 내던졌다. 자신의 출마 명분으로 ‘대한민국의 변화’와 ‘함께 잘사는 세상’을 강조했다. 흔한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이나 지역 주민을 위한 ‘립서비스’도 없었다. 오히려 대선 출마 선언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이란 단어를 17회나 반복했다.

손 대표의 출마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먼저 영입 실패가 첫 번째 이유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손 대표는 밤중에 (영입 대상자) 집으로 찾아가는 등 모든 열과 성을 다했지만 사양했기 때문에 스스로 분당에 출마하겠다는 강한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정치적 도전이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손 대표에게 앞서 있는 상황이다. 그의 참모들 가운데 이강철 전 시민사회 수석 등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 이들의 주된 논리였다. 사지(死地)에서 생환할 경우 오히려 차기 대권 가도에 유리한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도전은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출마와 동시에 한나라당 주류에서 접었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카드가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손 대표의 출마로 ‘정권 심판론’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선거로 변화 될 가능성이 높다.

위험이 큰 만큼 승패에 따른 결과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 교수는 “분당을에서 승리하게 되면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을 확고히 하면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한나라당의 분열도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배할 경우 당내 입지 축소와 함께 ‘손학규 대안론’이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출마 성격이 당내 ‘차출론’에서 시작된 데다 불모지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개인의 책임으로 물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분당을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기 어려운 지역이고, 자기희생을 보여줬기 때문에 떨어져도 손 대표에게는 본전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 비주류의 도전과 당내 대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 ‘후보난’을 겪고 있던 분당을 지역에 직접 나서겠다는 손 대표의 결심은 향후 대권가도에 있어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손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확고한 야권 대선주자로서 당 내외 입지를 굳힐 수 있을 지 판가름 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