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들의 엇갈린 행보… 집권여당‘적신호’

손학규 ‘차출론’ vs 정운찬 ‘불가론’

2011-03-29     전성무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엇갈린 행보가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4·27 재보궐선거 분당을 지역의 ‘차출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손 대표는 당 내에서 끊임없이 ‘분당 차출론’이 제기되면서 몸값을 올리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반면 정 위원장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초과이익공유제 발언과 맞물려 ‘신정아 폭로’까지 겹치면서 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이르렀다. 손 대표는 과거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 위원장은 민주당 입당설도 돌았지만 끝내 한나라당으로 유턴한 케이스다. 두 사람의 엇갈린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손 대표는 4월 재보선 분당을 출마와 관련,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출마론과 불가론의 중간에 서서 내부 여론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의 ‘어정쩡한’ 입장으로 인해 당내 여론은 분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손 대표 측과 비주류 의원들은 손 대표의 분당 출마 여부를 놓고 각각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손 대표 측은 ‘등 떠밀기’식이라면서 비주류 측을 맹비난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농후한 지역에 손 대표를 내세우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흠집내기 아니냐는 것이다.

손 대표가 출마해 패배할 경우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손 대표 출마를 요구하는 비주류 측은 손 대표만이 분당을에서 승리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손 대표의 입지라면 어떤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어도 승리가 확실시 된다는 계산이다. 주로 정적인 DY(정동영)계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 측은 손 대표의 ‘분당 차출론’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주류 의원들의 공개적인 출마 요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신학용 의원, “분당 출마는‘음모’”

손 대표 특보단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지난 3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보선과 관련해 손학규 대표의 분당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면서 “이는 과연 책임감이 있는 발언인 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분당은 경기도의 ‘강남’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리 3선을 한 것도 그 때문”이라면서 “이번 선거는 역대 최저의 투표율이 예상되고 당연히 조직력이 우세한 한나라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 대표가 분당에 출마하면 강원도 선거에 차질이 우려되고 강원도에서 승리를 하지 못하면 손 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것”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흔들고 사지로 떠미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신 의원은 손 대표의 ‘4대 출마 불가론’을 내놨다. 지역 특성상 진보진영 승리 사례가 없다는 점, 저조한 투표율 속에 관권·조직선거가 현실화될 때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 당 대표로서 재보선 전체를 총괄해야 한다는 점, 출마 권유가 비주류 측의 ‘흔들기’, ‘떠밀기’라는 것이다.

손 대표 측에서 출마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손 대표의 출마를 주장해온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지난 3월 24일 방송인터뷰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출마의 당위성을 일제히 강조하고 나섰다.

손 대표 출마를 처음부터 요청해온 문학진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 분당의 보수적 특성 때문에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로서 전체 선거를 총괄지휘 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일리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수도권에서 손 대표 같은 분들이 나가서 관심을 집중시키면 오히려 전체 선거판을 붐업 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손 대표의 결단을 돕기 위해 대의원 여론조사를 벌이거나 전국 지역위원장 회의 등을 통해 총의를 모으는 것 등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예비후보인 김병욱 분당을 위원장 등 지역당원들은 이날 국회를 찾아 손 대표의 출마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이 그동안 끊임없이 손 대표의 분당 출마를 주장한데 이어 분당 지역 당원들도 가세한 것. 이들은 손 대표가 나오면 해볼만 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강원도와 김해을 야권단일화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같은 달 22일 열린 경기도당 상무위원회의에선 설훈 전 의원 등이 주도해 손 대표의 출마를 진언했고 상당수 참석자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설 전 의원은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손 대표 개인은 물론 당에게도 기회이며, 만에 하나 실패해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며 “대권주자라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분당 출마 여부를 놓고 측근과 비주류 측이 맞서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진작부터 불출마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야권에선 손 대표 카드가 거론된 반면 정 위원장은 분당을 선거에서 여권의 유력한 카드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정계진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총리 시절 세종시 수정안 ‘구원투수’로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퇴했고, 동반성장위원장에 임명된 뒤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을 했다가 재계와 정치권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정아(39)씨가 자신의 자전 에세이 ‘4001’을 통해 정 위원장과의 낯 뜨거운 비화를 공개하자 정 위원장은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여권도 등을 돌렸다.


정운찬
분당 출마 불가론 확산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3월 23일 정 위원장의 4월 분당을 선거 출마설과 관련, “못 나올 것”이라고 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 “(정 위원장의)분당을 공천얘기가 이제 확실하게 안 나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정 위원장은)이번에 신정아 파동이 있으면서 계륵이 되어버렸다”며 “청와대나 그쪽에서는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하는지 모르나 선거를 치러야 되는 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민심이, 특히 주부층들이 분노를 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며 정 위원장의 출마 반대를 거듭 강조했다. 정 위원장의 ‘이익공유제’ 개념을 두고 설전을 벌였던 홍 최고위원은 이날도 “원래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것은 법적 개념도 아니고, 또 그런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이익공유제를 공식의제로 삼을 것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논의해본들 의미가 없다. 개념이 맞지 않는 개념을 두고 그 개념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패한 굵직한 느낌을 주는 사람보다도 좀 후레쉬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당에 활력을 북돋우고, 또 가서 실패하더라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 밑거름으로 삼으면 될 것”이라며 “과거 실패했던, 또 스캔들로 낙마했던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당을 잡탕으로 만들어서는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의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도 정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3월 25일 “본인이 동반성장위원장직 사퇴를 한다는 의사를 발표했으면 그것으로 마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거기(사퇴 발표)에다 덧붙이거나 조건을 내세워서 ‘이러면 내가 할 수 있다’는 (정 위원장의) 판단은 굉장히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초과이익공유제는 신설된 위원회에서 결과물을 내놔야 하니까 너무 급작스럽게 나온 것”이며 “초과이윤이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정운찬 끌어안기 ‘역부족’

정 위원장이 연이어 구설수에 오르자 청와대는 일단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정 위원장의 추락은 곧 청와대의 인사정책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 위원장의 사의 편지에 대해 청와대는 ‘계속 동반성장위를 책임져 달라’는 뜻을 정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며 “더 이상의 사퇴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당분간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공개 일정은 취소하는 한편, 다른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신정아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위원장직을 수행 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정 위원장은 최근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행사에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였다. 기자들은 연이어 신씨와 관련된 질문을 쏟아냈지만 정 위원장은 “됐어요. 행사 왔는데 뭘…”이라며 답하며 애써 기자들을 피했다.

청와대는 ‘4001’에 언급된 정 위원장 관련 내용이 그의 거취에 영향을 끼칠 수준은 못 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정운찬 끌어안기’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청와대도 정 위원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정 위원장의 잇단 구설수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결별하기에는 아직 부담이 따른다는 분위기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주가 오르는 손학규-추락하는 정운찬

민주당 ‘러브콜’ 받았지만…상반된 이력

손 대표와 정 위원장의 행보는‘아이러니’하게 엇갈린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민주당으로 입당한 이후 2년여의 춘천 칩거 기간을 거쳐 당 대표로 복귀했다. 대표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전국단위 선거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2008년 총선 패배 이후 춘천 칩거생활에 들어간 뒤 닭을 키우며 세월을 보냈지만 ‘절치부심’의 기회로 삼았다. 칩거 2년 여 만에 정계에 복귀한 뒤 곧바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야권 후보 가운데 1, 2위를 다투며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손 대표와 반대다.

정 위원장은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후보였다. 민주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검토했던 것.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이후 ‘실용 기조’의 일환으로 정 위원장을 총리로 임명하면서부터 그의 정치적 행보는 꼬이기 시작했다. 취임하자마자 세종시 원안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끝내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취임 10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총리 사퇴 이후에도 그의 시련은 끝나지 않는다. 동반성장위원장 직을 맡으며 ‘순수한 경제학자’로의 회귀를 다짐했지만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을 통해 한국경제의 ‘권력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콧털을 건드렸다. 이 회장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했다. 정부와의 사전 논의 과정이 배제된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 청와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까지 했다.

시점마저 절묘했다. 때맞춰 신정아씨의 자전 에세이 ‘4001’이 출간됐다. 정 위원장이 서울대 총장이던 시절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신씨를 호텔바로 불러냈고, 연인관계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정치권에서는 정 위원장이 4월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주가 상승하는 ‘손학규’에 비해 곤두박질치는 ‘정운찬’.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린 배경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