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잃을까…" 동반성장委 '침울'

2011-03-22     박준호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동반성장위원회가 공식 출범한지 3개월이 지나 곧바로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내용의 서한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를 통해 전달된 서한에는 정 위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초과이익공유제를 제기한 배경, 이유 등을 설명하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동반성장위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직접 위원장을 맡고 업종별 주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각 9명)들과 학계·연구계 전문가(6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 MB정부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정부는 기업에 직접 일일이 관여해 상생을 강요하기 보단 민간 주도로 동반성장 문화를 자연스레 정착시키길 원했고, 이런 분위기 탓에 동반성장위는 민간기구이면서도 사실상 대·중소기업 상생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점쳐졌다.

지난달 중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동반성장의 가장 핵심적인 평가 지표인 '동반성장지수'를 지경부 대신 동반성장위원회가 평가하는 점도 이 때문이다.

동반성장지수는 매년 대기업의 동반성장 이행여부에 대한 '실적 평가'와 중소기업의 대기업별 동반성장 추진실적에 대한 '체감도 평가'로 산정된다. 이 중 동반성장위가 직접 주관하는 협력 중소기업 및 수요 중소기업 설문조사 결과가 평가에 반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관가 안팎에서는 지경부가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를 측면지원해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운찬 위원장이 정부 내에서도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초과이익공유제 들고 나와 논란을 자초했고, 이에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강한 반감을 드러내 엇박자를 보이면서 집권 후반기 주요 정책기조인 동반성장도 혼란에 휩싸였다.

측근들과의 연락을 끊고 자신의 거취를 놓고 고심에 들어간 정 위원장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럴 경우 전직 총리를 위원장으로 앉힌 동반성장위의 무게감이나 위상은 종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동반성장위 업무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원회가 주관하는 중소기업 체감도 평가(연 2회)가 상반기에 제대로 이뤄질지 있을지도 미지수다. 당초 상반기 평가는 설문조사 형식으로 오는 7~9월에 이뤄질 예정이었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어제 정부가 위원회에 대한 예산이나 인력지원을 약속했지만 위원장님 거취 문제 때문에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한 편"이라며 "만약 위원장님이 사임하더라도 업무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착잡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의 표명은 위원회 구성원들과 사전에 협의를 통해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사의표명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고 연락도 안된다"며 "다만 위원장께서 다른 일을 많이 하시기 때문에 원래는 동반성장위에 전념하시다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비상근직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