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진에 북한도 놀랐다?

2011-03-21     안호균 기자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와의 대화 재개에 힘을 쏟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대지진 참사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북한은 대지진 사태가 발생한 지 사흘 뒤인 14일 조선적십자회 위원장 명의로 일본에 위로 전문을 보냈다. 북한의 위로 전문 발송은 양국 관계를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국제사회가 앞다퉈 일본에 온정의 손길을 내밀며 인도적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는 장면은 북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심각한 식량난과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연평도 사태 이후 해외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이끌어 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우리는 언제나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 앞에 지닌 자기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세계적인 핵군축과 종국적인 핵무기 철폐를 추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어떤 조건에서도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핵보유국들의 법적 의무로 규제하고 그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동반하는 핵무기 사용금지에 관한 국제협약을 내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핵무기를 통해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국가'가 아니라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선도하는 핵보유국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한 국제적 논의 대열에 동참하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전 세계가 일본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원전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목격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태에서 경제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미, 북·일 대화에 앞서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한·미·일의 확고한 방침이다. 따라서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대화에 앞서 남북대화를 성사시켜야 한다.

남북대화를 위해서는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북한은 천안함 공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연평도 포격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이었음을 강조하고 있어 두 문제를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일본 대지진 참사 이후 비(非)군사적·비정치적 협력을 통해 대한 남북대화를 성사시키려는 움직임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북한 외무성은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무상 차관의 방북 결과를 소개하며 남한-북한-러시아를 잇는 철도·가스관 부설과 송전선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3자 경제 협력을 언급한 것은 남북간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경제 분야로 우회해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17일 북한 지진국장은 조석준 기상청장에게 백두산 화산공동연구와 백두산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을 추진시켜 나가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재난·재해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백두산 지진 문제에 대한 남북간 공동 대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일본 대지진 참사는 북한이 경제·학술 분야라는 우회로를 통해 남북대화를 추진할 여지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