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손학규 분당 출마 유야무야”

2011-03-15     전성무 기자

4·27 재보궐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4월 재보선은 당초 거물급 인사들의 맞대결이 예상됐다. 하지만 여야가 모두 인물난을 겪으면서 김이 빠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분당을 후보로 거론돼 왔던 정운찬 전 총리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분당 차출설’도 수그러들 태세다. 반면 경남 김해을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출마를 선언해 강원도지사 선거에 이어 여야가 당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여야가 4월 재보선를 앞두고 고심 중이다. 각각 머리를 맞대며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빅매치’ 지역에선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고, ‘텃밭’은 예비후보 간 갈등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애써 키워놨던 판이 깨질 위기에 놓였다.

한나라당에선 강원지사와 경기 분당을, 경남 김해을 모두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키로 했다. 당 지도부간 공천을 둘러싸고 공개 설전을 벌이는 등 마찰음이 커지면서 경선 방식은 공천심사위원회에 위임했다.

한나라당 텃밭인 경기 분당을은 현재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계동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 출사표를 던지고 표밭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카드’를 검토하면서 예비후보 측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강원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물난에 허덕인다. 순천 무공천이 사실상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결정되면서 다른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거세다.


분당을 ‘제3후보’ 조윤선 의원 주목

분당을은 한나라당 입장에선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지역이다. 강남과 함께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밀집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정운찬 전 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정작 본인은 출마 가능성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심 경선보다 ‘추대’에 기대감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당 내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한 몫 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내에서 분당을에 여성 비례대표 의원을 내보내자는 의견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지난 3월 8일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와 홍준표 정두언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의원이 분당을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일부 언론에 “회동에서 홍 최고위원뿐 아니라 김 원내대표가 ‘비례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 최고위원도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분당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강 전 대표와 하마평에 올랐던 정 전 총리에 대해 당내에서 각각 부정적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목소리가 당 내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3의 후보’를 내세우자는 주장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회동에서는 실명이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당 일각에서는 변호사 출신인 조윤선 의원과 대학교수를 지낸 정옥임 의원 등 전문성을 갖춘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은 이들 2명의 여성의원을 상대로 여론조사 등 자체 경쟁력 조사를 실시했고, 백중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의 차출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지난 3월 10일 4월 재보선과 관련, “민주당은 그동안 재보궐 선거를 통해 야권연대와 단일화를 이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연대와 단일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아픔을 겪게 될 것이고 진통을 지금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진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 “모든 책임은 당 대표가 앞장서서 지고, 해당 지역의 아픔에 대해서도 적극 책임지겠다”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저는 당 대표로서 전체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날 손 대표의 발언은 ‘분당 출마 가능성을 염두 해 둔 것이 아니냐’는 쪽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날 발언과 관련해 “몸을 사리지 않고,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현재 당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분당을 출마설과 관련됐다는 해석엔 선을 그었다.

손 대표의 핵심 측근 의원은 “오늘 손 대표의 말씀이 분당을 출마설과 관련된 것이라는 해석이 있어 물어봤는데 재보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일 뿐 분당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해을 “김태호 출마, 유시민과 가상대결”

김해을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출마 여부가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김 전 지사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현재 한나라당 후보로 김해을 선거에 출마하는 쪽으로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출마선언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김 전 지사는 중국에서 귀국한 이후부터 지역 여론을 살피며 출마를 준비해 왔다. 김 전 지사는 같은 달 9일 “내 마음은 꽤 깊이가 있으며 지금은 거의 결정 상태”라면서 “김해을은 정서적으로 선거를 치르기가 간단하지 않은 지역이지만 당락만 따지는 것은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 측근 역시 “김 전 지사가 출마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면서 “공식 입장 발표만 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뒤 중국으로 떠났던 김 전 지사는 137일간 머물다 지난 3월 5일 귀국했다. 이후 출마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며 지역 민심을 살펴왔다. 하지만 김해을이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는 지역구인 데다 이미 야당이 선점했던 곳이라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은 부담으로 꼽힌다. 김 전 지사가 총리 청문회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낙마했던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 내에서도 김 전 지사보다는 신선한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김태호 카드’에 맞서 곽진업 박영진 예비후보로 압축해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같은 달 7일 회의에서 김해을 보궐선거에 공천을 신청한 곽진업 박영진 김윤환 예비후보에 대한 심사를 벌였고, 이들을 예비후보로 선정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물론, 이번 4·27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정치개혁과 공천개혁을 위해 선구적으로 도입한 상향 공천제인‘시민+당원참여 경선’을 실시한다”면서 “지도부가 행사해온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개혁공천을 통해 줄세우기 또는 나눠먹기식 계파정치의 폐해를 없애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한 후, 국민참여당과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예비 후보가 김 전 지사에 비해 인물면에서 약해 단일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유시민 VS 김태호’ 구도로 몰고 가는 게 선거구도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순천 “무소속 VS 비민주야권후보로 재편”

민주당이 4월 재보선에서 순천지역을 사실상 무공천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이 지역 선거 구도가 예비후보간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선회하는가 하면 일부 후보들은 단일화 논의에 나서는 상황.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에서 순천 양보론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손 대표와 이인영 최고위원에게 위임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순천 무공천이 형식적인 확정과 발표 절차만 남은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민주당 공천을 염두에 두고 선거운동을 벌여온 예비후보들은 다양한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이 민주노동당에게 후보를 양보하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공천 입장만 유지해 준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민주당 성향이라는 ‘호재’가 작용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구희승 박상철 조순용 예비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체제 정비에 나서고 있다.

또 허상만 예비후보를 중심으로 일부 후보들은 단일화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선거판세가 무소속 대 비민주야권후보의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후보로 출마했던 김경재 전 의원이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남지역 시민단체들은 민주당의 순천 무공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전남 여수시와 목포, 순천 등 전남지역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남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지난 8일 순천 재보선에 ‘범야권 시민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전남연대회의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길목에서 치러지는 4월 재보선은 민주주의 후퇴, 민생파탄,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점철된 MB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야권연대를 실험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단체는 또 순천 무공천에 대해서는 “손 대표가 무공천 입장을 밝힌 것은 민주당의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자 국민들의 명령과 시대정신인 야권연대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판단 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강원지사 “엄기영 VS 최문순 박빙”

강원도지사 선거는 이번 재보선에서 여야의 승패를 가를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지난 2일 입당을 완료하고 강원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앞서 최문순 민주당 의원 역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며 강원지사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어서 MBC 사장 출신 선후배 간의 ‘빅매치’로 벌써부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모두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지을 방침이다. 아직 엄 전 사장 대 최 전 의원으로 여야 후보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은 최종 후보로 이들이 확정될 공산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엄 전 사장은 춘천고 출신으로 춘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오랫동안 활동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 엄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MBC 사장 출신인 최 전 의원은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강원도를 지켜내겠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되찾아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엄 전 사장과는 춘천고 선후배 사이인 최 전 의원의 출마에는 같은 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최 전 의원과 절친한 사이인 천정배 최고위원이 최 의원의 출마 결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은 이 전 지사의 자격 상실 이후 ‘절치부심’의 각오로 선거 전략에 임하고 있다. 민주당은 강원지사 선거 경선에 3만 명이 넘는 당원 전수조사와 권역별 경선을 도입해 분위기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이화영 조일현 최문순 전 의원 등 3명이 등록한 강원도지사 경선은 춘천권(춘천·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원주권(원주·횡성·태백·영월·평창·정선), 강릉권(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 등 세 권역으로 나뉘어서 치러지게 된다.

민주당은 특히 3만6000명에 이르는 전 당원에 대한 여론조사를 도입하고 권역별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 각각 50%씩 반영할 계획이다.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지 않는 대신 대규모 당원 전수조사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검증하고 권역별 당원 전수조사 및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순차적으로 발표해 경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3월 19일 원주에서 합동연설회를 가장 먼저 실시하고 이틀 동안 이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3월 21일 발표한다. 춘천권과 강릉권은 합동연설회가 3월 26일, 4월 2일로 예정돼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는 3월 28일, 4월 4일 각각 공개된다. 사실상 4월 4일에 후보가 확정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후보가 결정되면 민주노동당 등과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