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창립자 사위 내친 사연
큰아들 양홍석 후계구도 때문?
ELW 수사 부담? 양 부사장 후계구도때문인가
노 사장 물러나고, 나재철 사장 단독체제 구축 왜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이 퇴임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증권업계 안팎이 술렁인다. 큰 무리 없이 대신증권을 이끌었던 노 사장이었기에 그의 4연임은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노 사장이 지난달 25일 퇴임을 결정하자 증권업계 안팎에선 그의 사퇴가 석연치 않다고 평가한다. 특히 노 사장의 후임으로 나재철 신임대표가 고 양재봉 명예회장의 손자인 양홍석 부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지면서, 후계구도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노 사장의 그늘에 가려 양 부사장의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노 사장이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 사장은 이사회에서 “훌륭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떠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자진사퇴임을 강조했다. 이날 이사회도 특별한 마찰 없이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노 사장의 사퇴의사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기에 차분한 분위기 속에 끝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노 사장의 사퇴를 두고 정작 증권업계 안팎에선 그의 사퇴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단순 사퇴가 아닐 것이란 지적이다.
노 사장이 대신증권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6년간 보여줬던 탁월한 경영능력과 위기관리 역량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현재도 증권업계 순위 상위에 올랐을 정도로 튼실하다.
증권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큰 대(大) - 믿을 신(信)’이라는 대신증권의 광고문구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착착 쌓았고, 그 중심에는 노 사장이 있다"고 평한다.
대신증권 사옥 앞에 설치된 ‘황금 송아지’도 함께 유명세를 탈 정도로 대신증권은 여의도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노 사장의 연임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졌고,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노 사장이 사주일가라는 점 때문이라도 대신증권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노 사장은 고 양재봉 명예회장의 사위이자 현 대신증권 부사장인 양홍석 씨의 고모부다.
양 부사장은 양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의 장남이다. 양 부사장은 현재 32세다.
이 사실만으로도 노-양 사장의 공동체제 구축을 예상했고, 양 부사장이 아직 어린나이라 대신증권을 단독 운영하기 보다는 잔뼈가 굵은 고모부와 함께 대신증권의 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때문에 노 사장의 이번 행보를 두고 후계자인 양 부사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 사장이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힘을 받는다.
후계구도 위한 한 수 접었다?
그동안 증권가에선 노 사장 그늘에서 양 부사장이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말들이 회자된 바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 사장의 후임으로 선임된 나재철 대표이사 역시 양 부사장의 먼 친척이자 오랫동안 양 부사장과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고, 나 대표이사의 단독체제 구축으로 양 부사장이 등기이사직만 유지할 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석연치 않다는 판단이다.
증권업계 일부 관계자들도 “노정남 사장이 물러나면 사주일가인 양홍석 부사장의 후계 구도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내다본다”고 귀띔할 정도다.
일각에선 주식워런트증권(ELW) 소송 건이 경질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비록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경질 이유로 충분치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지만 공교롭게도 이 재판이 지난달 28일 마무리가 되어 연계성이 일부 주장된다. 지난 2년간 실제 경영은 노 사장이 맡아 상징성이 더 컸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그동안 노 사장은 ‘스캘퍼 사건’에 연루된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됐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기소 169일 만에 노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측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노 사장의 퇴임은 본인 의견이었다”고 강조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노 사장이 이미 6년간 사장직을 맡아 오래 일한 만큼 본인이 알아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