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경선부정 새발의 피?…회계부정 파문 확산
“민노당 일심회사건 분당 때 CNP전략그룹에 빚만 20억”
지난 2008년 북한 노동당에 당원 명부를 넘겨준 일심회 사건으로 민주노동당이 분당할 당시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최순영 전 의원은 당 재정에 빚이 50억원이었고 홍보비 20억원이 CNP전략그룹(현 CN커뮤니케이션즈)에 지출됐다고 폭로했다.
민노당이 수십억 원의 빚더미에 올라 재정 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구당권파의 핵심인 이석기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CNP에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얘기다.
최 전 의원은 “(홍보비를 받아 챙겼던 CNP 출신들이) 지금의 구(舊)당권파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다 대기발령시켰다”며 “그때 정리가 됐으면 오늘 이런 날까지 안 왔을 텐데 대기발령이 다 원직 복귀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구당권파, 아지트 사무총국 끝까지 사수하려 했던 이유?
민노당은 2000년에 창당한 이래 국고보조금으로 300억원을 받아 당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2011년 4분기 회계 감사 총평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간 당에서 진행하는 부대 행사 전반이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추신 총평으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개경쟁 입찰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 덧붙여질 정도였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노당 시절 국고보조금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았다며 구 당권파의 내부 회계 부정을 에둘러 언급한 바 있다.
새롭게 터져나온 통진당 회계부정 파문은 ‘구 당권파의 아지트’로 통했던 사무총국이 10여 년간 당의 수입과 지출을 자기네들 맘대로 주물러 왔고, 막후 핵심은 CNP 전략그룹 출신들이었고 경기동부연합이 구 당권파의 배후 실세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대방동 당사와 서버 압수수색을 단행할 때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이 ‘당의 심장’이라고 말한 당원 명부 못지않게 구 당권파들이 한대련 청년 당원들을 동원해 자신들의 아지트였던 사무총국을 극렬하게 발버둥 치켜 지켜내려 했던 이유가 바로 비밀 회계장부 때문이었다는 말도 있다.
CNP와 민노당의 오랜 전략적 동반 관계는 통진당으로 합당한 이후에도 구 당권파의 영향력 아래에서 계속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동부연합-이석기 위해 존재했던 민노당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CN커뮤니케이션(前CNP전략그룹)은 지난 4.11 총선에서도 통진당 출마자 51명 중 20명의 선거홍보를 대행해 12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 출마자들 중에는 김미희 의원(성남 중원)이 1억1892만원, 이상규 의원(서울 관악을) 1억1792만원, 김선동(전남 순천·곡성) 의원 3900만원을 각각 쓴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철이 ‘성수기’라면 선거가 없는 비수기에는 다양한 형태로 수의 계약 관계를 유지해왔고, 이 와중에 이석기 의원은 통진당 합당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박원석 통진당 새로나기특별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야 입당한 분이 ‘민노당 방식은 한계가 있으니 참여당과 통합해 대중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안을 처음 발의했다. 당원도 아니었던 그분은 대체 어디서 누구를 상대로 중차대한 진로에 대한 (안건을) 발의하고 논쟁해서 관철시켰다는 말인가”라고 특정인을 지칭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름 아닌 CNP전략그룹 대표이사 출신으로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인 이석기 의원들 두고 한 발언이다.
강 비대위원장 역시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나만 옳다고 외치는 사람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공당에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신당권파들의 입은 하나같이 경선부정 보다 더 심각한 것이 회계부정에 있다고 지목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혈압을 끌어올렸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은 이제 '새발의 피'라는 것이다. 통진당 내부에서 회계부정과 비밀 장부가 존재한다는 폭로성 고발이 흘러나온 이상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선 부정이 당 내부문제라면 회계 부정은 공당에 지원된 국민세금이 고스란히 종북 패권에 집착하는 특정 정파의 배만 불려왔던 것은 물론, 불투명하게 운영돼 왔다는 것이 더 이상 내부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안으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과 여야 간에 자격심사 제명 처리 건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이석기 의원은 겨우 측근을 통해 개인적인 일로 지방에 내려가 있다는 전언만 흘려놓고 2주째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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