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비즈니스…서울시 ‘화색’, 구단 ‘근심
인프라 뒷전으로 넘긴 이윤추구로 야구 전문가·팬들 비난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서울시가 잠실야구장의 임대료, 광고대행사 선정으로 올해 10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지만 야구 인프라 조성에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적자 없는 알짜배기 사업으로 예산을 든든하게 확보했지만 ‘야구문화’를 위한 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시선이다.
서울시에 대한 비난 여론은 잠실야구장을 빌려 쓰고 있는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와의 올해 계약에서 다시 불거졌다.
서울시는 두산과 LG로부터 잠실야구장 위탁을 조건으로 25억5800만 원을 받기로 했다. 지난해 받았던 13억8600만 원에 비해 80% 이상 오른 수치다. 이 같은 인상률은 구단이 야구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비례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지만, 매년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야구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부터 서울시는 두산과 LG를 잠실야구장 내 고정 광고를 주관하는 광고대행업에서 제외시킨 채 광고대행사 선정을 진행했다. 잠실야구장 광고권 공개입찰을 진행했던 서울시는 72억2000만 원을 부른 ㈜전홍을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 지난해의 두산과 LG로부터 광고료로 24억4500만 원을 받은 것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시의 이번 광고 집행을 놓고 두산 관계자는 “2009년부터 관중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서울시 또한 돈이 되는 사업임을 감지하고 광고대행사 선정을 단독으로 진행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구단주요 수입원은 티켓 판매도 중계권도 아닌 모기업 지원금
두산과 LG는 홈경기가 열리는 동안 노출되는 광고에 대해서만 광고수익을 챙길 수 있다. LG 관계자는 “홈경기가 열릴 때의 경기소개 전광판, 정보제공 옆 전광판, 현수막 광고에 관한 수익은 구단에서 가져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펜스, 포수 뒤 전광판 등의 연중 광고와 매점 계약권에 대한 권리가 없어져 두산, LG의 적자 메우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적자폭이 클 수밖에 없는 국내 야구 구단의 현실을 설명해줬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약 250만 명 이상이 잠실야구장을 찾았지만 티켓으로 인한 수익은 선수 연봉, 계약금 등으로 인한 지출을 못 따라간다”고 말했다. 덧붙여 “티켓, 구단 상품 판매, 기타 마케팅, 중계권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100명 가까이 되는 구단 관계자 인건비, 전지훈련, 연봉 등을 감당하느라 매년 100~150억 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고 덧붙였다.
FA 계약, 최저연봉제한 등으로 선수들의 몸값이 과거에 비해 수직 상승했고, 팀 성적을 좌우하는 선수들의 경우 연봉이 수십억 원까지 치솟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란다.
두산 관계자는 “구단을 유지 시켜주는 것은 수백만 관중이 아니라 자금줄을 대는 모기업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처럼 관중이 많이 들지 않은 야구장을 사용하는 구단의 경우 모기업으로부터 한 해 180~200억 원까지도 지원받는다고 한다.
서울시는 잠실야구장으로 벌어들인 수입 중 일부(18억 원~20억 원)를 야구장 보수, 보강에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잠실야구장의 조명과 지붕 시설을 교체하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시즌 개막전에는 조명타워 조도 개선 공사도 실시했다. 나머지 자금은 사회 복지 사업,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유지 보수 등으로 빠져나간다.
이에 대한 야구 전문가들과 팬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세계 최고의 경기 수준에 비해 야구장 인프라는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야구장에서 얻은 수익을 야구장 문화 개선에 투자 해달라는 내용이다.
두산 관계자는 “이정도 수리는 야구 인프라 조성과 무관하지 않은가. 당장 ‘땜질’하지 않으면 야구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데, 야구장 소유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다”며 현 운영 방침에 의문을 표했다.
잠실야구장 시설에 대한 관중들의 불편사항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올해 조사된 야구장 순위 결과에 따르면 잠실야구장은 인천 문학야구장, 부산 사직야구장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밭 야구장,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 무등 야구장,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보다는 낫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이는 국내 야구장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 뿐 관중들의 만족과는 거리가 멀다.
관중들은 잠실야구장의 단점으로 3000대 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주차 공간, 불편한 좌석과 간격, 부족한 화장실을 대표적으로 들었다. 관중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주차하는데 길게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앞뒤 양옆으로 자리가 좁아 경기 도중 자리를 뜨기가 민망하다”, “야구장만큼 화장실 줄이 긴 곳도 없다”는 등의 의견으로 개선사항을 요구했다.
딱딱한 펜스, 인조 잔디, 원정팀 라커룸 부재 등 역시 대부분 야구장에 해당되는 사항으로 선수들의 컨디션, 부상과 직결된다. 지난해에는 잠실야구장 등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크게 이슈된 바 있다.
두산 관계자는 “서울시도 최근 비난 여론을 많이 의식하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내년부터는 지금까지의 조치와 달리 대대적인 야구장 보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그런 움직임을 직접 봐야 확인할 수 있는 얘기다”면서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