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진수 전 주무관 변호인 이재화 변호사, ‘민간인 사찰’ 영화화 계획

2012-05-29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의 폭로의 배경을 두고 ‘진실 폭로’라는 시각과 ‘기획 폭로’라는 시각이 엇갈렸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의 폭로가 4·11 총선을 앞둔 시점에 벌어졌고, ‘야권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이재화 변호사가 그의 변호를 맡아 여권에서는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기획 폭로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 수사, 문제 많다”
이 변호사는 지난 23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장 전 주무관을 3월 1일에 처음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리해 3월 5일에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기획 폭로라고 하는 것은 총선이 있다는 이유로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말하지 말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는데 시기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검찰이 재수사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략을 갖고 폭로를 한 것은 맞다”며 “되도록 많은 국민들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폭로했던 것이다. 현재 장 전 주무관은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검찰에 다 이야기한 상태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 몫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의 민간인불법사찰 수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문제가 아주 많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재수사가 시작되자 장 전 주무관이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키맨이다’, ‘진 전 과장이 중요 사찰 문건을 노트북에 담아 빼돌렸다’,‘김경동이 민간인사찰 문건을 담은 USB를 보관하고 있다’ 며 압수수색을 하면 증거자료들이 나올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검찰이 진 전 과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바로 발부받을 수 있음에도 하지 않고 총선 이후에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윗선의 압력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진 전 과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중요 문건들이 발견됐는데 총선 전에 ‘VIP에게 보고됐다’는 문건이 드러났다면 총선에 상당한 여파를 미쳤을 것이다. 이는 오히려 검찰이 총선을 의식한 것으로, 검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조사해서 드러나는 데로 수사를 벌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이 장 전 주무관 휴대폰에서 복원하지 못하고 수사도 하지 않았던 관봉된 돈다발 5000만 원에 대해 언급하며 “인터넷에 복구프로그램을 다운받아 10여 분만에 복구했는데, 검찰이 휴대폰을 보름동안 복구도 못한 것은 수사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개입의혹과 관련해 이 변호사는 지난 16일 공개된 진 전 과장이 작성했다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에 나온 ‘일반 사항은 총리에게 보고하되 특명사항은 청와대 비선을 거쳐 VIP 또는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한다’는 항목을 언급했다.

그는 “진 전 과장이 혼자 작성한 것이라면 빼돌릴 이유가 없다. 진 전 과장이 자기를 끝까지 보호해주지 않으면 터트리기 위해 협상카드로 남겨 놓은 것”이라며 “또 증거인멸과정에 민정수석실이 개입됐다는 것은 VIP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진 전 과장의 접견기록을 보면 진 전 과장이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현 정권이든 MB든 모두 불살라버리겠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무 근거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진 전 과장이 자신의 혐의는 부인하고 있으나 청와대 개입부분은 검찰에 사실대로 다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이 야당 관련 수사 부분은 노건평씨 경우처럼 과도하게 알리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는 반면, 여당 관련 수사는 국민의 알 권리 수준 정도의 브리핑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국정조사가 이뤄지고 청문회 생중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민간인 사찰을 전말을 밝히기 위해서는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의 퇴임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사찰 당시 민정수석으로 있었던 권 장관이 검찰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라며 “범죄행위에 직접 관여되어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의혹에 한복판에 있는 인물이 법무부장관 자리에 앉아 있으면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는가. 법적 책임을 떠나 도의적으로 스스로 물러나야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터게이트보다 10배 이상 심각”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책을 출간하거나 이를 영화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 변호사가 이를 영화화할 경우 사회고발 영화 ‘도가니’ ‘부러진 화살’처럼 실체 규명의 도화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민간인 사찰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역사적으로 남겨야 된다고 생각해 관련 내용들을 장 전 주무관과 함께 논의하면서 정리하고 있다. 구체적 리얼리티를 살려서 정리 해나갈 생각이다”며 “출판을 할지 영화를 할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나 영화화는 어떻게든지 하려고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각도에서 어떤 주제로 풀어낼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려고 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시기에 대해서는 “영화의 경우 준비작업 기간이 길어 1~2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인 사찰은 권력기관의 불법이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굉장히 큰 사건이고,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10배 이상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영화로 만들어도 대박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내 이름으로 출간할지, 장 전 주무관의 이름으로 출간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도와주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구상을 틈나는 대로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등 확정된 것은 없는 단계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전 주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책 출간은 기회가 되면 내겠다 정도가 맞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이라도 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고간 정도로 진행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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