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사망’ 둘러싼 의혹 증폭

조희팔 최측근 “조희팔은 살아있다”

2012-05-29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5)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4조 원대 다단계 사기를 주도한 혐의를 받다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희팔 사망 관련 각종 증명서 등에 진위가 확인돼 조희팔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그러나 사기 피해자들은 조희팔 사망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조희팔과 조희팔 일당들이 범죄수익금을 은닉하고 혐의를 물타기·면피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 모임이자 조희팔을 지난 4년간 추적해온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이하 바실련)’은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 “중국서 심근경색으로 사망” 결론…피해자들 “의혹투성이”
일각 위장자작극 의혹 제기…바실련 “조희팔 생존 증거 내놓겠다”

경찰은 조희팔이 지난해 12월 19일 0시15분께 중국 청도 위해시에 위치한 해방군 제 404병원 남방의과대학병원에서 급성심근경색 등에 의한 심장박동이 정지돼 사망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희팔은 지난해 12월 18일 중국의 한 고급호텔 근처 식당에서 자신을 만나러 온 지인 5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조희팔은 오후 8시부터 2시간 가량 음주를 하다 호텔방에 온 뒤 갑자기 급체 증상을 보이며 쓰러져 중국 청도 위해시의 해방군 제404병원 남방의과대학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을 거뒀다.

조희팔은 구급차 안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응급진료기록부와 사망진단서 등을 통해 확인됐다. 조희팔 유족들은 옌타이의 한 장의장에서 화장한 뒤 사망 5일 뒤인 23일 유골을 국내로 들여와 국내의 한 공원묘지에 안치했다.

조희팔 유족들은 “피해자들이 유골을 훼손할 수 있고 피해보상을 유족들에게 요구할 수 있어 조희팔 사망 사실을 숨겨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조희팔과 함께 중국으로 밀항한 공범 2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지만 이들도 조희팔 사망 사실을 경찰에 진술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8일 조희팔 유족과 내연녀 정모씨 등 28일 지난해 12월 긴급비자를 발급받아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과 조씨의 아들이 긴급비자 발급사유를 ‘부친 사망’으로 기재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정씨의 집과 조희팔의 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유모씨의 집 등 5곳을 압수수색해 조희팔 응급진료기록증, 사망증명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유골이 화장된 상태라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었으나 ▲주재관을 통해 사망 증명서와 화장증이 진본임을 확인했고 ▲유족이 참관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른 동영상에 조희팔이 입관된 모습이 찍힌 점과 ▲조희팔 딸이 쓴 일기 ▲응급진료 의사와 사망진단 의사, 화장장 관련자들의 조희팔 사망 당시 정황 진술 등으로 볼 때 조희팔 사망은 의심의 여지가 적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망 확인할 물증 없어 의혹 난무

하지만 경찰의 ‘조희팔 사망’발표에 조희팔 사기사건 피해자들은 ‘경찰이 제시한 증거자료로는 조희팔의 죽음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바실련 측은 조희팔이 쓰러진 청도에서 306km나 떨어진 위해시에 위치한 해방군 404병원으로 이송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응급환자를 호텔 근처의 병원이 아닌 3시간 이상 거리의 병원으로 이송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상전 바실련 대표는 “A급 호텔에서 심근경색을 일으켰는데 근처에 병원이 하나도 없었겠는가”라며 “쉽게 표현해서 부산에서 심근경색을 일으킨 환자를 대구까지 데려가 응급처치를 받게 한 것으로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조희팔을 조희팔이 사망한 병원이 아닌 109km 떨어진 1시간 거리의 연대시에서 장례식과 화장을 치룬 점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화장터와 공항이 모두 있는 위해시에서 장례와 화장을 치루지 않은 점도 석연찮고,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장례식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사망 증거를 만들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조희팔이 경찰과 피해자들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조희팔은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후 호구부(중국 주민등록증), 중국여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조선족 ‘조영복’으로 행세하며 옌타이에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이처럼 조희팔이 중국에서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았던 점을 들어 사망진단서나 화장진단서 위조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그동안의 중국에서의 ‘조희팔 동선’으로 미뤄볼 때 조희팔의 사망은 조작된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김 대표는 “조희팔은 자기 관리가 철저한 인물로 음주를 잘 하지 않는다”며 “첩보에 의하면 조희팔은 중국에 아파트, 가옥 등 아지트가 3곳 정도 있는데 위험신호를 감지하면 옮겨 다니는 등 자기 신변보호에 철저했는데 오픈된 장소에서 술을 마시다 심근경색이 왔다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개시권 둘러싼 밥그릇 싸움”

일각에서는 경찰이 조희팔 사건을 서둘러 종결지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바실련 측도 경찰 측이 검경 수사개시권 때문에 경찰이 사망설을 터트린 것이란 주장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조희팔 사기사건 뇌물리스트에 검경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의 수사 주도권이 검찰로 넘어가자 위기를 느끼고 조희팔 사망설을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찰과 검찰이 수사개시권을 가운데 두고 서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 두 조직간 갈등에 피해자들이 제2,3의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대표는 “조희팔은 살아있다”며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조희팔 밀항 당시 조희팔의 밀항을 도왔던 최측근 4명으로부터 “경찰 발표와는 달리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희팔 밀항 당시 조희팔의 밀항을 돕고 40여 일간 함께 생활했던 최측근 네명으로부터 살았다는 말을 들었으며 이에 대한 녹취록도 있다”며 “조희팔이 죽었다는 경찰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니 만큼 더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고 이미 확보한 증거를 취합해 2주 뒤 기자회견을 열어 생존입증 증거들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바실련 측에서 제기한 사망 조작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열어두고 있다”며 “중국 사회 특성상 사망진단서나 화장증서를 위조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피해를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시일이 많이 걸리더라도 조희팔의 범죄수익금 추적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