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불감증, 대한민국 도대체 왜 이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성매매 공화국’

2012-05-21     서준 프리랜서

[일요서울|서준 프리랜서] 최근 성매매를 저지른 공무원이 승진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자체감사기구 운영실태 점검’에서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은 성매매에 적발이 되고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뻔뻔하게도 승진이 된 것. 이는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제 식구 감싸기’와 더불어 현재 대한민국이 얼마만큼이나 ‘성매매 불감증’에 걸려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성매매라는 것은 엄연히 국가가 정해놓은 ‘불법’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긴 공무원이 큰 처벌을 받지도 않고 승진을 한다는 것은 국가의 사법체계 자체를 농락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특히나 그 대상이 ‘공무원’이라는 점이 더욱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왜 이토록 성매매에 대해 관대한 것일까.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부분은 집중 점검했다.

‘존스쿨’ 다녀와서도 ‘왜 나만 걸렸을까’ 억울해 해
경기불황·‘고용 없는 성장’도 성매매 부추겨

최근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일명 ‘존스쿨’에 다녀온 김모씨는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후회가 막심하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존스쿨 교육시간이 두 배나 늘어났기 때문에 생계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한 ‘후회’는 ‘왜 내가 성매매를 했을까’가 아니라 ‘왜 나만 걸렸을까’이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존스쿨에 다녀온 뒤 한다는 후회가 …

“솔직히 성매매는 나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성매매를 했음에도 적발되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나만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니 억울하다. 다음부터는 단속이 잘 되지 않은 시간대를 골라야 할 것 같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자신의 성매매 사실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음에는 걸리지 않을까’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씨의 이러한 생각은 대한민국의 성매매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분명 성매매는 불법이고, 단속에 걸리면 그에 해당하는 엄중한 벌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여기에 무심하게 행동하는 것일까. 성매매의 즐거움이 그만큼 큰 것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의 분위기 자체가 ‘성매매쯤이야’라며 용인하는 것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성매매 공무원 승진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당수의 남성들, 심지어 공무원들조차도 ‘성매매쯤이야’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취재진은 또 다른 유흥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법이 법으로서의 위엄을 가지려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따라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그것을 법이라고 외쳐봐야 사람들은 지키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가 성매매를 대하는 방식이 그렇다. 직위가 높던 낮던, 공무원이던 일반인이던 모두들 성매매에 대해서는 너무도 관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유흥가를 돌아다니다보면 그러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도 사실이다. 업주들도, 아가씨들도 모두 성매매의 단속 가능성과 그것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으니 손님들도 당연히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손님이 단속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하면 업소 관계자들이 ‘염려 말라’고 말을 한다. 이 정도면 말 다한 거 아닌가?”

이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 문제와도 연결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군자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남자의 아랫도리에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라는 ‘묵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급에도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의 국회의원들의 성추문 사건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러니 그 밑의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겠냐는 것이다.

취업하기 힘든 20~30대의 마지막 선택

뿐만 아니라 성매매를 사법적으로 다뤄야 하는 수사기관의 ‘현실적 상황’도 이러한 성매매를 대중화시킨 원인이 되기도 했다. 강력사건은 많고 단속 인원은 적은 상황에서 경찰들이 그 모든 성매매 사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거나 물의를 일으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단속을 나서기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 성매매 사건은 ‘사소한 사건’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피해사실을 호소하지 않는 이상, 경찰관들이 찾아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더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성매매만 전담으로 하는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단속에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경제적인 기반도 성매매를 부추기는 현상을 낳고 있다.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성매매를 통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 성매매는 스펙이 없어도 누구나 ‘몸’으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이 그녀들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경기불황과 함께 룸살롱의 상황도 좋지 않아졌지만, 이른바 ‘프리랜서 성매매’나 ‘조건녀’와 같은 소액의 성매매는 현재도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녀들이 돈을 벌기에는 그리 어려운 조건을 아니라는 것.

결국 이러한 여러 가지의 상황들이 겹쳐서 지금 대한민국은 ‘성매매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더욱 우울한 사실은 이러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모두들 성매매에 대해서 ‘불법’이라고는 말하지만 이것을 지킬 생각도 없고, 적극적으로 단속할 수도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