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물갈이] 이상득.이재오.박영준.임태희 4인방 부상
2011년 공기업 기관장 132, 감사 125명 교체
2011-02-22 홍준철 기자
이명박 정권 집권 4년차를 맞이해 정권 공신들 및 측근들이 대거 공기업으로 갈 태세다. 특히 올해만 공공기관장 132명, 감사 125명 등이 교체된다.(공공기관 경영정부 공개시스템 알리오 참조) 공공기관의 상임이사와 비상임 이사를 포함시킬 경우에는 몇 배로 늘어난다. 평균 연봉 1억 원이상인데다 기관장을 제외한 감사나 상임이사, 비상임이사는 할 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공무원 사회에선 ‘꽃보직’으로 통한다. 특히 주목받는 곳이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지식경제부2차관(에너지)이 있는 지경부다. 피감기관이 가장 많은데다 올해만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포함 384명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이에 MB정권 핵심 인사들에게 줄을 대기위해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차관을 비롯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 ‘왕의 남자’ 이재오 특임장관 그리고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 등 4인방이 그 주인공이다.
286개 공공기관 가운데 올해 절반가량의 기관장이 교체된다. 당장 2월달에는 지경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회장이 바뀌고 감사직만도 대한주택보증, 대한체육회, 한국조폐공사, 코레일 유통, 한국발명진흥회, 대한석탄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감사자리가 난다. 이후 3월 기관장 5명 감사 19명, 4월 기관장 4명 감사 8명, 5월 기관장 11명 감사 8명 6월 기관장 19명 감사8명, 7월 기관장 24명 감사 4명, 8월 기관장 29명 감사 11명, 9월 기관장 21명 감사 16명 10월 기관장 13명 감사 12명, 12월 기관장 9명 감사 10명이 임기만료로 바뀐다.[표 참조]
통상 기관장 및 감사 임기는 2년에서 3년이다. 또한 연봉 역시 억대 연봉이상이다. 활동비를 따로 받고 있어 월급은 그대로 통장에 쌓인다. 어떤 공공기관이냐의 차이지만 통상 2년안에 최소 수억원을 벌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무엇보다 기관장 자리를 제외한 감사나 상임이사 자리는 크게 할 일이 없는 자리다. 본인의 커다란 과오가 없는 이상 임기는 다 채우고 나간다. 이에 공무원 사회에선 이들 자리를 두고 ‘꽃보직’이라고 부른다.
억대 연봉에 일은 설렁설렁 ‘꽃보직’
특히 올해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4년차에 임기 2년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선 공신 그룹, 친인척 그룹, 최측근 그룹 등 내외곽에서 자리를 두고 암투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박영준 차관이 회원으로 있는 청파 포럼, 박창달 자유총연맹 회장이 이끌고 있는 뉴한국의 힘(이영수 회장), 그리고 선진국민연대 후신인 선진정책연구원(유선기 회장), 영포회 등이 대표적인 측근 그룹이다.
여기에 전직 집권 여당 국회의원, 청와대 출신 등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기관장 및 감사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한나라당 국토해양위 소속 국회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근무했거나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가 무슨 무슨 감사 명함을 들고 인사를 하러 온다”며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특히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 차관이 있는 지식경제부산하에 가장 많은 공기업이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2011년 올해 기관장만 산업기술연구회(2월)를 시작으로 한국표준협회(3월), 한국철도기술연구회(4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석유관리원(6월), 에너지관리공단·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광해관리공단·한국광물지원공사·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한국산업단지공단(7월), 한국우편물류지원단·한국석유공사·한국전력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8월),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기계연구원·한국식품연구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한국전기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9월), 한국가스공사·한국전기안전공사·한국우편사업지원단·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전KDN(10월) 등이다.
기관장 자리만 28개다. 여기에 감사직 34개, 상임이사 34개, 비상임 이사는 188명으로 지경부 산하만 384명이 교체된다. 박 차관의 영향력하에 있는 자리들이다. 실제로 박 차관과 친분이 깊은 한 인사가 최근 지경부 산하의 D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고사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고사한 이유가 더 나은 자리를 가기위해서였다고 알려져 한나라당내에서조차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차관 측근, 석탄공사 감사 자리 ‘고사’
박 차관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역시 인사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형님’인데다 박 차관이 보좌관으로 있었다는 점에서 줄을 대기위해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왕의 남자’로 불리며 개헌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 장관은 정치권에서 ‘민원’을 잘 챙겨 주기로 유명한 인사다. 자신이 무관으로 있을 당시에도 친한 국회의원을 동원해서라도 지역구 민원을 해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 당시 무리하게 추진한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정 감사원장 내정자가 사퇴 한 이후 한나라당 지도부내에서 정동기 파문을 들어 임 실장 책임론이 나왔다. 하지만 안상수 당 대표는 ‘문책할 필요 없다’고 한발 물러났다. 임 비서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한편 야권에선 측근 그룹, 대선 공신, 특정 학벌이나 지연으로 얽혀서 공기업 자리가 얼룩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지경부의 전신인 산자부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던 김현목 보좌관은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가 정권 핵심과 친분때문에 측근 챙기기식의 낙하산 인사는 문제가 있다”며 “특히 내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경력관리용으로 자리만 차지하는 것은 혈세 낭비이자 조직 분위기만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는 MB 정권들어 민간 기업까지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포스코, KT, 무역협회 등 민간 기업에도 고위직 낙하산 인사로 인해 조직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KT의 경우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30대에 전무급으로 내려갔고 포스코 정준양 회장 역시 선임 배경에 박 차관의 개입의혹이 일기도 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 역시 대통령 경제특보를 지낸 사공일씨가 회장이 됐다. 물론 만장일치로 됐지만 배후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농해수위의 산하기관의 한 인사는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위해 공모제로 바뀌었지만 현실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며 “청와대에서 누구를 미느냐 핵심 실세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홍준철 기자] l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