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 협상 타결…‘운행 정상화’

박원순 시장, 노사 양측 독려 ‘기폭제 역할’

2012-05-18     고은별 기자

[일요서울|고은별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 협상이 노조측이 제시한 파업시한을 45분 넘기며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로써 18일 오전 4시부터 일시 중단됐던 서울 시내버스 전 노선이 차질 없이 정상 운행된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전 2시30분께 용산구 동자동 서울시버스노조 4층 대회의실에서 제 8차 교섭위원회를 마무리 짓고 올해 임금을 총액 기준 4.6% 인상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노사 양측은 기본급 3.5%, 무사고 포상금 4만원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초 노조가 요구한 4.9% 인상안과 사측이 제시한 4.2% 인상안의 절충점인 것이다.

또 지난 16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내놓은 중재안에서 기본급 인상비율은 변동이 없으나 무사고 포상금 인상액은 5만원에서 1만원이 하향 조정됐다.

류근중 서울버스노조 위원장은 “타결 내용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버스가 운행하지 않음으로써 시민이 겪게 될 불편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친절하고 안전하게 모실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유한철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1시간 동안 운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에 대해 시민 여러분께 사과한다”며 “노사 양측이 갈등의 불씨를 남기지 않은 만큼 앞으로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파업 사태에 대비해 추진했던 비상수송대책은 해제된다. 시내버스는 이날 첫차부터 정상 운행되고 시내 모든 초·중·고등학교 등교시간, 서울시와 자치구, 중앙정부부처·공기업 및 대기업 출근시간이 정상화 된다. 또 파업기간 동안 해제하기로 했던 개인택시 부제와 승용차 요일제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박원순 시장, 협상 타결에 ‘기폭제’ 역할

올해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의 임금협상은 최종 협상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협상 타결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이날 총파업 1시간 전인 오전 3시10분께 협상이 진행 중이던 대회의장을 방문해 노사 양측 대표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협상 타결을 독려했다.

박 시장은 “버스는 서울시민의 발이며, 운전하는 여러분을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주 찾아보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요구만큼 올려드리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면서 “서울시가 대중교통에서 매년 1조 정도의 부채가 쌓이는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라며 조합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또 “파국으로 가기보다 서로 협력해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노사가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시민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타결될 수 있도록 바로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15년 만의 극심한 교통대란 예고…막판 극적 타결

앞서 지난 16일 이번 협상은 사측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최종 결렬될 듯 보였으나, 17일부터 노사 양측 대표들이 잇따라 비공개 접촉하면서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노조측이 18일 오후 3시께 파업 출정식을 강행하면서 서울 시내 교통대란을 예고했고, 이에 서울시는 파업에 따른 비상수송대책을 발표하며 긴급 대비책을 내놨다.

이후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오후 8시께 류 위원장을 찾아 재협상을 유도해 결국 노사 양측이 이날 오전 2시30분 최종 협상장인 노조 대회의실에 모이게 됐다.

이로써 올해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은 15년 만의 극심한 교통대란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됐지만, 극적 타결을 이루며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올해 노사 간 임금협상은 사측 사무실에서 타결되던 전례를 깨고 노조 사무실에서 합의를 이루는 새로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eb811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