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경찰, 국정원 직원 만난 정황 곳곳에…
인니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 의문 확산
2011-02-22 양길모 기자
우선 인도네시아 보좌관이 자신의 노트북 1대가 없어졌다고 호텔 측에 항의를 한 뒤 2~3분 만에 방에 침입한 괴한들이 돌아와 노트북을 돌려준 점과 사건 발생 13시간이 지난 후에야 호텔 측이 아닌 국방부 의전담당이 신고를 한 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CCTV 자료 등이 의문으로 남는다.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27분께 인도네시아 특사단 측은 보좌관 A씨가 숙소를 비운 사이에 남자 2명과 여자 1명의 괴한이 들어왔다. 이 괴한들은 숙소로 돌아 온 A씨에게 발각된 후 바로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보좌관 A씨가 노트북 도난 여부를 호텔 측에 항의 한 뒤 2~3분 만에 괴한들이 방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돌려줬다는 것이다.
괴한들이 2~3분 만에 돌아와 노트북을 돌려줬다는 점도 의문이거니와 호텔 측에 신고 후 괴한들을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호텔 직원 또한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루에 몇 백 명을 만나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날 인도네시아 특사단은 호텔의 22층과 19층을 사용했을 정도로 VVIP급이라는 점에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단순절도범이거나 산업스파이였다면 호텔 측에서는 도난 사건에 대한 항의를 받은 직후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만 한다. 그러나 호텔 측은 바로 경찰에게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불과 2~3분 만에 괴한들을 찾아 노트북을 돌려주게 했다는 점에서도 의문이 든다.
이와 함께 신원이 불가능한 CCTV도 사건을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하고 있다.
경찰은 호텔 측으로부터 다량의 CCTV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한 결과 괴한들의 동선을 확인이 되지만 인상착의는 불분명하다며, 현재 CCTV 보정작업 중이라고 밝혔지만 수사는 답보상태다.
경찰은 "호텔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CCTV는 19층 복도에 설치된 것으로 어둡고, 엘리베이터 CCTV에는 머리 부분밖에 보이지 않아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텔 내에 설치된 CCTV화면이 겨우 사람들의 동선만을 체크할 수 있는 수준이었냐는 점에서도 사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국정원의 개입 여부도 경찰의 말 뒤집기식 발표로 인해 의문이 일고 있다.
서범규 남대문경찰서장은 지난 21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아직 국정원 직원인지 산업 스파이인지 단순절도범인지 등을 단정할 수 없다"며 "국정원 직원들을 만나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국정원 직원이 개입됐다는 보도가 나간 뒤 서 서장은 오후 브리핑에서는 말을 바꿨다.
서 서장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7일 새벽 3시45분께 국가정보원 소속 직원 1명이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해 인도네시아 특사단 신고 내용 등에 대해 문의했다"며 "당시 상황실장과 사건 담당팀장이 만났으며 외교적인 부분이 있어 보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 서장은 "국정원 직원에게 CCTV 자료는 물론 사건관련 자료를 넘겨준 적은 없다"며 "국정원이 상부 지시기관도 아니고 수사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