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년 특별인터뷰] 김선수 민변회장 “불법사찰 은폐 장본인 권재진 법무 퇴진해야”

“검찰, 대통령 측근 비리 정치적 판단 없이 수사해야”

2012-05-15     전수영 기자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김선수(51) 회장은 사법개혁의 핵심은 검찰개혁에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법원개혁은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검찰은 여전히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코드를 맞추며 권력화 돼 있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를 설치해 권력화 되고, 부패한 검찰을 바로잡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운동을 지원하겠다고 마음먹고 고시를 준비해 연수원을 마치고 곧바로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김 회장은 민변의 창립멤버로 지금까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는 그릇된 방법으로 돈 잘 버는 동기들과는 “아예 만나지도 않았다”며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MB 정부 들어와 시위·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대적 탄압이 벌어져 민변이 많이 바빠졌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활동이 민변의 이미지 제고에는 많은 도움을 줬다”며 웃었다.
[일요서울]은 8일 오후 김 회장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시민합동법률사무소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민변에 대해 소개해 달라

▲ 민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줄임말이다. 1988년 창립해 독재정권 하에서 시국·양심수 사건, 노동운동 사건 등을 변론하며 인권변호사 50명이 조직적으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를 위해 출발한 단체다.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는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현재 7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민변은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있나

▲ 변호사법을 보면 변호사의 역할은 인권 옹호, 사회정의 실현으로 나와 있다. 변호사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의뢰인을 위해 법률 전문가로서 업무를 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법률 전문가의 입장에 사회적인 입장을 추가해 재야의 관점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다. 민변은 후자의 입장이다.

현재는 다양한 영역별로 위원회를 설치해 활동하고 있다. 특히 MB 정부 이후 시위·집회의 자유,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대적 탄압이 벌어져 탄압받는 사람들을 변호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민변의 이미지 제고에는 많은 도움이 됐다. MB 정부는 독재 정권 시대에 했던 일에 버금가는 일들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 중에는 법조계 출신이 많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 법조인들은 법적인 사고와 논리에 익숙해 있다. 또한 분쟁 당사자를 조력하는 일을 하다 보니 유권자에게 접근하기가 친근하다.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임무는 입법 활동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 많이 진출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기 전문분야에서 활동하다가 국회의원이 된 분들도 있어 그런 분들은 법조인이긴 하지만 자기 분야의 대표성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법개혁은 항상 화두였다. 어떻게 풀어가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 독재시절에는 검찰뿐 아니라 법원도 정치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고 지적받았다. 법원과 검찰은 당연히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관예우라 말하는 법조계의 비리 근절 대책도 세워져야 한다. 그나마 법원 개혁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지속되면서 변화가 있었다.

현재 대법관을 보면 여전히 법원 출신이다. 그렇다 보니 소수자, 약자를 대변할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 정권에서는 이른바 ‘독수리 5형제’가 있었는데 현 정권에는 그런 부분도 없는 것 같다. 검찰개혁을 정권 차원에서 얘기한 것은 참여정부가 처음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비처 설치를 통한 기소 기관의 분산을 제시했으나 좌절됐다. 따라서 아직까지 기간이 짧다고 말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이렇게 권한을 독점하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어 권력화 되는 것이다. MB 정부 들어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국민과 전 정권을 탄압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많았고 따라서 무리한 판결도 많았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검찰이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을 구속시켰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과연 몸통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 검찰 의지의 문제다.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혐의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수사해야 한다. 검찰 수뇌부는 인사권자와 향후 권력의 향배를 고려하는 것 같다. 그런 고려 없이 원리원칙대로 했으면 한다. 그래야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놓고 여야 모두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또한 여당은 특검, 야당은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 권 장관은 당연히 퇴진해야 한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은폐의 장본인이 될 수 있다. 장관 자리에 있으면 수사의 공정성 부분이 문제된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특검은 성과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더욱 고비처가 필요하다. 특검은 재정적인 낭비와 함께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특검과 청문회 모두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서기호 전 판사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은 법원 수뇌부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 수뇌부의 뜻을 거스를 경우 재임용에서 탈락할 수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메시지다. 이번처럼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해 재임용에서 탈락한 전례는 없다. 사문화 된 법률을 들어 재임용을 탈락시킨 것은 순치의 의도라고 보인다. 재임용제도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기본적으로 객관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올해 처음으로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됐으나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로스쿨 제도의 문제와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 지금까지 시험을 통과하고 2년간의 연수원 생활 후에 법조인이 탄생하다보니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이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와 괴리가 발생했다. 사법시험과 연수원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또한 교육기간이 길고 비용이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보완해야 한다.

변호사 시험이 합격률 위주로만 흐르면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 공익활동 지원 등의 장치를 마련한다면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가 고시열풍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험만 통과하면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고시열풍의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사회에 안정적인 직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가 너무 없다. 거기에 구조조정이 너무 쉽게 이뤄지다보니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고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송무(訟務) 시장만 놓고 보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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