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파이시티 비리 'MB 직격탄' 쏜다
청계천 바로잡기부터 맥쿼리 특혜까지 'MB 과오' 들추기 본격화
박 시장은 이번에 불거진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문제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이명박·오세훈 전임 시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이와 함께 당시 고위 간부들의 연루설이 흘러나오면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표명해 두 전임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또한 박 시장은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시절 대표작으로 꼽히는 청계천을 방문해 “시간을 갖고 긴 세월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많은 시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사를 강행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지하철 메트로 9호선을 운영하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에 대한 특혜의혹이 일자 지하철 메트로 9호선 측의 500원 요금 인상을 강경한 태도로 막아 결국 운영회사 측의 사과까지 이끌어 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대통령과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메트로 9호선은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계획됐으며 이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맥쿼리인프라에 근무하고 있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시장은 조용하지만 강경한 태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과오를 지적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달 6일 <리셋 KBS 뉴스9>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찰은 개인의 비밀을 탐지하고 그것을 정치적 의도에 사용하려고 하는 명백한 헌법위반이고 중대한 인권 유린이다”고 규정하고 “굉장히 광범위하게 사찰이 일어났던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지금은 아직 사과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결국 사과하고 정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 시장은 1990년 보안사에 의해 사찰을 당했으며, 3년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에는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박 시장이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사실에 근거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전임 시장 시절 진행했던 사업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사과하라는 뜻도 내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파이시티로 전면전 ‘쾅’
박 시장은 그동안 전임 시장들에 대한 비판을 돌려서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문제가 불거진 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다.
박 시장은 우선 검찰의 수사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서 서울시로 옮겨지자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한 문제는 오세훈 전 시장 재임 때 정무라인에 있던 인물들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시장도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의 발단은 오 전 시장이 아닌 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에둘러 오 전 시장을 지목했을 가능성이 높다.
파이시티는 서초구 양재동의 화물터미널 백화점·상업시설·업무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층고제한과 상업시설 비율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았다.
2005년 11월과 12월에 열렸던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배(화물터미널)보다 배꼽(상업시설)이 크다”는 등의 의견을 냈으나 위원회 자체가 자문 역할을 했던 곳이라 위원회의 의견은 무시됐다. 하지만 도계위 일부 위원의 의견처럼 파이시티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이 되고 말았다.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가 오 전 시장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취임 초반 파이시티 건설에 반대 입장이었던 오 시장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그 뜻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까지 된 전임시장의 사업을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정치적 야망이 컸던 오 전 시장으로서는 물리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시의 한 직원은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이 파이시티처럼 눈에 보이는 사업을 진행했던 것은 아마도 정치적 야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민들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 사람의 업적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런 무리한 사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서울시 내부에 쌓였던 문제가 파이시티로 인해 한번에 터지면서 박 시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전임 시장들을 옥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현재 박 시장이 당시 도계위의 결정을 취소할 만한 사유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명박·오세훈 전임 시장에 대한 전면전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MB의 야심작 ‘청계천’에도 손댄다
박 시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의 역작으로 꼽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3월 초 청계천 재복원 사업과 관련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시간을 갖고 긴 세월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계천을 역사적이고 생태적인 공간으로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천 복원 사업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가장 역점에 두고 진행했던 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3년 7월 1일부터 청계고가 철거를 시작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2005년 공사가 완료됐다. 인근 상가 주민들의 이전을 위한 이전비를 제외하고 3600여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청계천 복원 사업은 준비 단계서부터 많은 시민과 환경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광교·수표교 등 청계천에 존재했던 다리의 복원을 통해 역사성과 함께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애초에 계획했던 생태하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일었다.
복원된 청계천이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으나 그 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하천을 따라 좁게 난 도로는 혼잡하기 일쑤이며, 자연 회복력을 거의 상실한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은 이미 물때와 함께 여름에는 간혹 악취까지 풍겨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오 전 시장 때에는 청계천 수계에서 발견될 수 없는 수생생물이 발견됨에 따라 인공적으로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비난마저 일었다.
박 시장이 서울시민들과 함께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청계천을 재복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서울시는 장기적 관점에서 청계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할 예정이다.
이는 서울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휴식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 대통령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현재 청계천 모습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며 현 상태에서 보완하고 정비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특혜 의혹 ‘맥쿼리’에도 칼날
박 시장과 이 대통령의 전면전은 서울 메트로 9호선(메트로 9호선)의 500원 가격 인상을 놓고도 한판 벌어졌다. 결과는 일단 박 시장의 승리였다.
메트로 9호선 측은 4월 14일 일방적으로 500원 요금 인상의 뜻을 밝혔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일방적인 요금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과태료 부과, 내부감사 추진, 정연국 메트로 9호선 사장에 대한 해임 청문회 추진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의 민영화로 초래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시장의 강경 대응에 결국 메트로 9호선 측은 지난 9일 홈페이지에 ‘9호선 고객님께 드리는 사과의 말씀’이란 사과문을 통해 “메트로 9호선을 이용해 주시는 고객님께 감사드리며 지난 4월 14일 알려드렸던 요금인상과 관련하여, 그동안 고객님께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메트로 9호선이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서울시와 메트로 9호선과 풀어야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은 공공부문인 서울시 지하철을 민영으로 추진하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를 적용한 것에서 기인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했던 2005년, 메트로 9호선 측과 체결한 협약에는 메트로 9호선에 투자한 자본과 운영비 회수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민간사업자에게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하기로 되어 있다. 따라서 메트로 9호선 측은 협약 조건에 맞춰 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이다.
서울시와 메트로 9호선의 갈등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맥쿼리인프라다. 이 회사는 메트로 9호선의 지분 24.5%를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면산터널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민자사업에 참여해 15~20%의 고금리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특히 이 회사에는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근무한 적이 있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맥쿼리인프라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 시장은 1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05년 협약의 내용에도 부당한 것이 있다면 그것도 장기적으로는 고쳐나갈 것입니다”라고 밝혀 메트로 9호선과의 전면전을 피하지 않았다.
이를 곧 대통령과의 일전이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현재 박 시장이 서울시장에 취임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자신의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전임 시장들이 진행했던 사업 중 문제가 발생한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을 위해 정신이 없다. 따라서 의혹의 눈초리가 거둬지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는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점검한 후 필요에 따라서는 전면 재수정의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다.
‘박원순표’ 사업은 ‘없다?’ 아니 ‘있다’
박 시장에 앞선 이명박·오세훈 전임 시장의 경우 대표할만한 사업이 있다. 이 전 시장의 경우에는 청계천 복원, 지하철 메트로 9호선, 시내버스 중앙차로제 등이 시민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오 전 시장의 경우 한강르네상스, 뉴타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이 대표 사업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박 시장의 경우 아직까지 ‘박원순표’ 사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 하지만 박 시장의 경우 대규모 사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이전 시장들이 벌여놓은 대규모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서울시의 부채를 줄이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한 직원은 “이명박 전임 시장의 정책이 식빵 한 가운데 잼을 발라 먹는 방식이라면 박 시장의 정책은 식빵의 어느 한 군데에도 잼이 안 묻는 곳이 없게 골고루 펼쳐 바르는 방식이다”며 “혜택이 모든 이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자신만의 시업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가시적인 성과만을 중시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대비되며 그의 행보에 서울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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