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디자인계 거물’ 비달 사순, 82세 나이로 타계

2012-05-10     김선영 기자

여성 헤어 스타일링의 한 획을 그은 영국 출신 헤어드레서 비달 사순이 지난 9일(현지시간) 향년 84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 대변인 케빈 메이버거는 로스앤젤레스 벨에어의 저택에서 사순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타살이나 자살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사순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었으며,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사순은 밥헤어컷이라는 헤어스타일을 창시했으며 유럽과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에 ‘비달 사순 헤어살롱’을 냈다. 사순은 ‘헤어드레싱’ 분야의 개척자로 불리며, 그가 창조한 헤어스타일은 활동적이고 관리하기 쉬워 여성들에게 외모의 변화 뿐 아니라 생활과 사고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그리스와 스페인 출신 이주 유대인이었다. 하지만 사순은 바람난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유대교회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7년 동안 지내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48년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 군에 입대해 참전했고 이후 유대인 탄압과 배척을 연구하는 비달 사순 국제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1954년 런던에 처음 문을 연 비달 사순 미용실은 1960년대 헤어업계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1968년 개봉한 영화 ‘로즈메리의 아기’에서 열연한 여주인공 미아 패로우, 1969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우먼인러브’의 주인공 글렌다 잭슨은 사순이 창안한 헤어스타일로 세계인의 눈길을 끈 바 있다.

또 사순은 200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일날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BE)’을 받기도 했다. 그는 생전 총 4번 결혼했으며, 타계 전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네 번째 부인 론다와 전처의 소생인 자녀 3명과 산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영 기자>aha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