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핵실험 시기 논란...국정원-38노스 주장 속 숨겨진 진실은
하지만 미국의 북한 전문 분석 사이트인 ‘38노스(NORTH)’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핵실험 준비가 얼마나 갖춰졌는지, 언제쯤 핵실험이 이뤄질지 여부는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정원의 발표와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만약 38노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정원의 발표는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북한이 과연 언제 핵실험을 하느냐로 귀결된다. 국정원의 보도자료를 보면 시기가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공사가 마무리 단계’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먼 시점은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NBC는 현지시간 지난달 24일 밤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2주 안에 핵실험을 할 것은 100% 확실하다는 보도를 냈다.
그러나 38노스의 편집자 조엘 위트는 미 상업용 위성 ‘지오아이’의 사진을 제시하며 “북한이 지난 몇 달 동안 핵실험 준비를 해왔음이 분명하지만 언제 실험을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38노스의 판독 능력이 안 된다”며 “우리의 기술정보 수준은 파낸 흙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가져온 흙인지에 대한 판독이 가능하다”며 38노스의 주장을 평가절하했다.
국정원과 38노스의 공방은 현재 포착된 남쪽 갱도 앞에 쌓인 흙이 갱도 내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갱도 외부에서 가져온 것인지를 놓고 벌어지고 있다.
만약 갱도 앞의 흙이 갱도 내에서 나온 것이라면 핵실험이 임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반대로 흙이 외부에서 되메우기를 위해 반입된 것이라면 핵실험이 멀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미국의 주장과 38노스의 주장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는 해왔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시기에 있어서는 일치하지 않는다. 어떤 의견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해야만 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에서 지목했던 2주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까지 북한의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아 3차 핵실험 ‘초읽기'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북한이 미국에서 예측한 날을 넘긴 후에도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정보기관과 미국 모두가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총선을 3일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자료를 낸 국정원은 ‘북풍'이슈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전 세계가 다 보고 있다. 우리가 그때 밝히지 않았다면 외신을 받아서 보도했을 것이다”며 “시점을 고려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밝혀 오히려 외신 보도에 책임을 돌리는 궁색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국정원은 지난 2006년 북한의 2차 핵실험 당시 실험 장소를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15㎞ 떨어진 상평리 부근으로 추정된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길주군 풍계리로 밝혀지면서 정보 수집 능력을 비판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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