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파국 치닫는 당권파 vs 비당권파 힘겨루기

‘총사퇴 권고’ 두고 이견 차이 커 난항

2012-05-07     고은별 기자

[일요서울|고은별 기자]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가 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와 관련, 비례대표 당선자∙후보자 전원 사퇴 및 공동대표단 총사퇴 등의 수습 방안을 결의했으나,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이 이를 거부해 갈등 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당 전국운영위원회는 지난 5일 재적위원 50명 중 비당권파 28명이 전원 찬성한 ‘비례대표선거진상조사위원회 결과 보고에 대한 후속조치의 건’을 의결했다.

의결 내용은 공동대표단(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이 조속히 사태 수습을 하고 이를 오는 12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 보고한 뒤 총사퇴하며,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14명)이 사퇴한다는 것이다.

또 운영위는 당의 쇄신과 차기 당직선거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비대위는 6월 말까지 새 지도부 선출을 마친 뒤 해산하도록 했다.

운영위는 회의 첫날인 지난 4일 당권파 당원 100여 명이 회의장 밖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회의장을 봉쇄하자 이날 밤 운영위원 28명(재적 50명)이 참가한 전자회의를 개최해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권파들은 운영위의 대표단․비례대표단 사퇴 결의에 대해 “비당권파가 잘못된 조사를 근거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한 부실한 조사로 과도하게 부정행위자로 내몰린 분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며 운영위 의장직에서 사퇴했다.

또 김재연(3번·청년비례) 당선자는 지난 6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공명정대한 과정을 거쳐 선출된 나는 합법적이고 당당하다”며 “문제투성이 진상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사퇴를 권고한 운영위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사퇴불가를 고수했다. 김 당선자는 이 공동대표를 이을 당권파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김 당선자의 이날 회견은 경기동부연합과의 조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인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도 사퇴 권고를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민 비례대표 사퇴, “상처만 남는 ‘분당’ 안 돼”

당의 진로를 두고 두 세력간 갈등이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원인은 이번 사태를 보는 양쪽의 시각차가 워낙 크고, 어느 한쪽이 입장을 접을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비당권파는 모든 정파들이 전부 바뀌어야 공당으로서 존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당권파는 무조건 ‘감당하기’식의 방식보다는 ‘사실관계에 입증한’ 확인 절차를 우선시하고 있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공동대표가 차기 당 대표선거에 불출마한다고 결단한 이상 나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며 지도부 선출대회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은 55(이정희) 대 30(유시민) 대 15(심상정)”이라며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마음을 가지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분당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과거 민주노동당의 분당으로 심상정 대표, 노회찬 대변인, 조승수 의원 등에게 심각한 상처가 있기에 분당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며 “국민과 서민,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적 노선을 가진 정당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왔다. 지금 당장 서로 맘에 안든다고 분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과 관련, 비례대표 후보들의 사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사퇴한 윤금순(1번)후보에 이어 이영희(8번), 나순자(11번), 윤난실(13번) 후보와 유 공동대표(12번)까지. 이로써 사퇴한 비례대표 후보는 5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정진후, 김제남, 박원석, 서기호, 강종헌 후보가 비례대표를 승계하게 된다.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 진보인사 비판 줄이어

이번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와 관련, 진보인사들은 SNS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진보당은 당권파만의 정당은 아닙니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해결한 후 진보당은 한국 사회의 진보화를 위해 계속 소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라며 “진보당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추진하고 설득하려면 이번사태를 통해 투명한 자체시스템을 완벽히 갖춰 내외에 천명해야…”라는 글을 게재했다.

또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6일 김 당선자의 사퇴 거부 기자회견과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아예 드러누워 배째라는데, 어이가 없다”며 “진보를 위해, 통합을 위해 이석기·김재연은 반드시 낙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지영 작가도 같은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2의 이정희라 하는 김재연 당선자의 기자회견을 보니 한숨 나온다. 손수조가 연상되는 이유는 뭘까?”라며 “손수조와 김재연을 동시에 떠올린 것은 무늬만 젊고 구태는 그대로 간직한 젊은이들이 우리를 암담하게 만든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통합진보당 안팎에서는 오는 12일 열릴 예정인 중앙위원회가 당의 진로를 결정할 중대기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열 상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양쪽이 분당을 막기 위해 어떤 타협점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b811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