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MB 비자금 조성 개입” 공방

검찰 3전3패, 박영준 의혹 수사 독기 품었다

2012-04-30     전수영 기자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검찰이 이번에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비리에 칼날을 제대로 휘두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박 전 차관과 관련 SLS그룹 구명로비 의혹, CNK 주가조작 의혹,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3차례나 수사를 벌였지만 박 전 차관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검찰의 검선(劍線)을 피해갔다.

이와 관련해 야당과 국민들은 MB 정권이 ‘왕 차관’으로 불렸던 박 전 차관의 뒤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규명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박 전 차관에 대한 혐의점을 발견한 검찰이 지난 25일 대구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박 전 차관은 하루 전에 포장이사를 해버렸다. 검찰은 결국 빈 사무실을 사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차관을 소환 조사한다는 계획이지만 과연 이 조사에서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박 전 차관은 MB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4대강사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그동안 야권과 시민사회가 주장했던 불법 대선자금의 실체 규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의지에 따라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국민적 의혹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과 박 전 차관과의 마지막 일전에 국민적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4대강 전도사’ 박영준에게 이동율은
MB정부의 야심작인 4대강사업이 불법 대선자금의 통로라는 의혹은 지금까지 계속 있어왔다.

의혹 한 가운데에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있다. 그동안 박 전 차관은 ‘4대강 살리기 전도사’로 불릴 만큼 이 사업에 온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검찰에 출석하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차관과 브로커 이동율씨와의 관계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4대강사업 진행 과정에서 이동율씨의 잦은 개입이 있었다는 소문마저 들리고 있어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는 결국 4대강사업으로 번지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칼끝이 모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일고 있다.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 전 위원장의 처벌에 대해 관심이 높아 가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박영준 전 차관과 브로커 이동율씨의 관계 또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박 전 차관과 이씨의 관계가 처음 밝혀지기는 했지만 정가에서는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4대강사업과도 연결이 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의 고향은 각각 경북 칠곡군과 포항시 구룡포로 지역적인 공통분모는 없지만 박 전 차관이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할 때부터 이씨와 알던 사이로 추정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차관과 브로커의 관계로 규정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두 사람 사이에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득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과 브로커 이씨는 동향이며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또한 알려진 바와 같이 최 전 위원장과 이상득 의원의 관계도 친밀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박 전 차관이 이씨와 친분을 나눴을 가망성은 높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전 차관이 이상득 의원 보좌관에 있을 때 이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박 전 차관과 이씨의 이름이 나온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두 사람의 관계가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히 풀이된다.

박 전 차관으로서는 각종 시비로부터 직접 손에 먼지를 묻히지 않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이씨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며 이씨도 브로커 역할을 하며 일정 부분의 이익을 챙길 수 있고 혹시나 문제가 터졌을 때도 정권의 실세인 박 전 차관이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양측 모두 손해 볼 일은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토해양위 위원으로 있을 때 확인해 보니 4대강사업과 관련해 이동율이란 이름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고 말해 파이시티로 불거진 비리 의혹은 MB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4대강사업까지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이시티 비리는 불법 대선자금 일부 ‘의혹’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던 대운하사업은 곧 4대강사업으로 변모했지만 대규모 토목사업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구상을 이해한 박 전 차관은 이른바 ‘4대강 전도사’로 자리매김 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박 전 차관은 지경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 당시에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환경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4대강이라는 환경과 문화가 있으면 관광 인프라가 어느 정도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야당에서는 건설사가 당선축하금이란 명목으로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그동안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규모가 작게는 1000억 원대에서 크게는 1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성 소문이 돌았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22조 원이 넘는 전체 사업비를 놓고 대형 건설사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주장이 일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정배 ㈜파이시티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차관이 서울시 정무보좌역을 그만둔 뒤 돈을 건넸다고 진술함에 따라 ‘당선축하금’ 의혹이 다시 한번 불거지게 됐다.

이미 4대강사업 진행 과정에 이름이 거론된 박 전 차관과 브로커 이씨가 검찰 수사에 등장하면서 이번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가 불법 대선자금의 출처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주장은 자연스럽게 탄력을 받고 있다.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34층 건물을 신축될 예정인 파이시티는 총 사업비 2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단위 사업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분양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설계상의 문제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는 차질을 빚으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검찰은 이때 궁지에 몰린 이 대표가 최 전 위원장에게 로비를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풀 만큼 부풀어 오른 각종 측근 비리 의혹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문제로 일순간에 터지면서 검찰 또한 그냥 넘어가기 힘든 형국이 됐다. 검찰 또한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그 범위가 어디까지 커질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특히 검찰은 그동안 여러 SLS그룹 구명 로비 의혹, CNK 카메룬 다이아몬드 주가 조작 의혹,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갔던 박 전 차관도 이번에는 힘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어 마지막 일전의 향방도 섣불리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면죄부 더이상 안돼” 강력 여론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문제가 터지자 야권에서는 청와대를 겨냥해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문성근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은 25일 최고위원회에서 “(파이시티 비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이고, 검찰은 이 돈이 흘러간 과정, 나간 과정, 대선자금 전체도 수사하기를 권고한다”며 대통령과 검찰을 압박했다.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도 “짜맞추기 수사, 꼬리자르기식의 기만적인 수사로 계속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한다면 우리 국민은 검찰을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런 반응에 여전히 청와대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번 비리는 철저히 개인적인 비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 또한 겉으로는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는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의 개인적인 비리로 규정하면서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24일까지만 해도 아무런 발표가 없었던 박 전 차관에 대해 25일 박 전 차관의 서울 자택과 대구의 선거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강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검찰은 26일부터 박 전 차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한 브로커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수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안에는 이정배 ㈜파이시티 대표 이름 외에도 다른 건설사와 함께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이 의원, 최 전 위원장, 박 전 차장, 브로커 이씨 간의 커넥션 실체가 밝혀진다면 이는 메카톤급 국민 저항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금까지 제기됐던 의혹들이 실타래 풀리듯 풀릴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어느 정권에서도 ‘살아있는 권력’에게 칼끝을 겨누지 못했던 검찰로서도 정치적 지형 변화에 따라 과감히 MB 정권과 선을 그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어 식물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이번에도 박 전 차관이 검찰의 칼끝을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취재진은 4대강사업과 관련해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불법 대선자금설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박 전 차관과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연결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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