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용인시 “재정파탄으로 이어지나”
2012-04-24 김장중 기자
[일요서울 | 경기 남부 주재 김장중 기자] 경기도 용인시가 공무원의 ‘철밥통’ 신화를 깼다. 시는 공무원 월급을 깍는 등의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최근 경전철 문제로 막대한 채무를 지자, 행정안전부를 통해 지방채 초과 발행을 받는 과정에서 김학규 시장 급여는 물론 5급 이상 간부공무원의 기본급 인상분 반납 등의 조건 이행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공무원 월급을 깍기로 한 것이다.
삭감되는 월급은 월 10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 수준이다.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용인시 공무원이 느끼는 충격은 매우 크다. 앞으로 시장 등 5급 이상 간부공무원 122명은 올해 급여 인상분인 기본급의 3.8%를 반납키로 하고, 하위직 공무원 역시 초과근무수당 25%와 연가보상비 50%, 숙직비 40%를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시는 20여 개의 각종 채무관리 이행계획을 내놨다. 경전철 사업 추진을 위해 끌어들인 자금을 갚지 못해 또다시 지방채 추가 발행에 따른 조건 등이 붙었기 때문. 시는 현재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사업도 전면 재검토 할 예정이다.
용인시 공무원 봉급 반납, ‘남의 일 아니다’
용인시가 꺼낸 ‘빅 카드’는 결국 2년 전 준공한 경전철 때문이다. 시는 이 사업에 1조 원 이상을 쏟았으나, 소음과 안전 문제 등으로 개통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결국 민간 사업자에게는 대금을 지급해야만 하고, 시는 경전철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입이 없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행안부 도움을 받아 지방채 4220억 원을 추가 발행하는 조건으로 공무원 감축 및 월급 삭감 등의 이행키 어려운 약속을 조건으로 받아 들였다. 유동성 위기에서는 한숨 돌렸지만, 시의 재정을 볼 때 빚으로 빚을 메우면서 부채만 늘어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시는 현재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재정위기관리 T/F팀’을 꾸려 행안부에서 요구한 경상경비 절감과 투자 사업비 축소, 시 소유의 자산 매각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자구계획 이행이 어느 정도 용인시의 재정위기를 줄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시 자산 매각…대책은 있나.
공무원의 인건비 삭감 등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나 그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가장 먼저 학교 노후시설 정비 등을 위한 교육환경개선사업비 등의 일부 삭감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용인시 황병국 재정법무과장은 “학교 내 환경개선 등의 문제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행안부에 문의해 해결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간단체에 지원키로 한 사업보조비 예산도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부족에 따른 지역 투자사업의 축소는 비효율적 자원 배분으로 이어져 지역 발전의 둔화를 초래하게 된다. 시의 소유 자산 매각도 지자체의 성장 잠재력을 잠식시켜 결국 주민들의 편익도 줄어들게 된다. 또한 김 시장이 ‘공약사업’으로 내놓은 복지사업 등의 주민편익사업 대부분도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결국 시의 잘못은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으로 이어진다.
시는 현재 대장가격 3조9518억 원 정도의 시 소유 자산 매각을 고심 중이다. 대장가격이 이 정도면 실제 판매액은 10조 원을 훨씬 넘는다. 시는 우선 지역 내 상수도시설 용도폐지 6개소와 축구센터·청소년수련원, 차량등록지, 시립공동묘지 26개소 등의 매각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곳이 매각되면 2700억 원 정도의 수익이 된다. 또한 경전철 관련 계약을 재수립케 된다.
수요 부풀리기와 독소조항 협약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키 위해 사업재구조화 수입보장형협약도 맺을 예정이다. 기존실시협약은 최소운영수입보장형에서 벗어난 사업재구조화 운영정상방식으로 변환케 된다. 이렇게 되면 현 3조3968억 원의 보조금이 1조8359억 원으로, 일일 이용객이 기존 14만6000명의 수요 부풀리기에서 3만6000명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국제중재 1단계 판정 결과에 따라 민간투자비 5159억 원에 대한 현재 지연이자가 4.75%로 일일 6700만 원의 이자를 지급 중이지만, 이 가운데 4000억 원은 3.5%의 경기도지역개발기금을 통한 차입을, 나머지 420억 원은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을 각각 추진케 된다. 일일 5300만 원의 이자로 1400만 원을 줄일 수 있다.
용인시 사태, 다른 지자체뒷짐지고 볼 일 아니다.
이번 용인시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여론이 대부분이다. 특히 일단 사업을 벌이면 부족한 재원의 경우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적용한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용인시와 마찬가지로 공무원 보수 삭감과 공무원 수 축소, 공공서비스 감축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꾀하고자 한 경성예산제약(hard budget constraint) 방식의 전환이 가장 효과적이다.
여기에 정부차원의 지방재정 운용에 대한 통제보다는 지역민들의 통제가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내 전문가들은 공무원 월급 줄이는 것의 자구책보다는 투자 검토 중인 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불필요한 호화 청사의 청산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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