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인사 스타일, 마지막까지 문제

도덕성은 둘째…“충성도가 최우선 조건” MB인사 스타일

2011-01-19     전성무 기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로 이명박 대통령(MB)이 고심에 빠졌다. 지난해 8·8개각 이후 또 다시 MB의 인사스타일이 여론의 도마 위로 올랐기 때문. 정권 출범 이후 단행된 개각 때 마다 ‘회전문식’, ‘도덕성 결여’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급기야 한나라당마저도 이번 정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자질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청와대에 정면으로 맞서기 까지 했다. MB정권 후반기 레임덕이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 국정운영 제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MB의 인사스타일을 분석해 봤다.

거취 압박을 받아오던 정동기 후보자가 지난 1월 12일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후보자 지명 이후 12일, 한나라당의 공개 사퇴 요구 이틀 만이다.

실용정부가 출범한지 4번째 인사파동임과 동시에 공직 후보자가 낙마한 것만 따지면 8번째다. MB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내부 지적이 여당에서 받아들여지자 당·청간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는 최근 한나라당과 오는 1월 26일로 예정된 만찬을 서둘러 취소했다. 한나라당 전체는 물론, 안상수 대표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독립성이 강조되는 감사원장 자리에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를 기용한 것이 낙마의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다.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 데다 총선도 1년 여 밖에 남지 않은 시기적인 요인이 여당에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정 후보자가 대검 차장에서 퇴직한 이후 사흘 만에 법무법인으로 옮기더니 ‘7개월간 7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진데에 따른 민심의 역풍을 한나라당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MB 인사스타일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

MB의 인사방식은 매번 개각 때마다 불거져 나왔다.

집권 1년차인 2008년 이춘호 여성부 장관,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사퇴했고, 박미석 사회정책수석도 임명 두 달 만에 사퇴했다. 이 때도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조작 등 도덕성이 문제가 됐다.

집권 2년차인 2009년에도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가 청문회 전 사퇴했고,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역시 청문회 이튿날 사퇴했다. 김 경찰청장 후보자는 용산참사 진압에 대한 책임문제가, 천 검찰총장 후보자는 스폰서 논란에 휩싸였다.

집권 3년차인 지난해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 등을 놓고 거짓말을 하다 들통 나 국회인준투표 전 사퇴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각각 위장전입, 쪽방촌 투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낙마했다.

이 처럼 MB의 연이은 인사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는 인선 시스템 적인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MB정권의 인사가 대통령, 대통령실장, 인사비서관만이 관여 하는 ‘폐쇄적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나머지 수석들은 1순위 후보자가 정해진 다음 발표 직전에야 통보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검증을 책임진 민정수석도 일부만 인지할 뿐 전체 틀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정권 출범 이후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자 지난 해 청와대 내부 인사청문회라는 시스템도 도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이번 정동기 후보자의 경우만 봐도 청와대 내부 청문위원들에게 후보자가 통보된 것은 발표 당일 아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검증 시스템을 개편했다는 청와대는 이번에도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의 MB인사 시스템은 재산, 범죄경력 등을 비롯한 형식적인 서류상 검증이 주를 이루고 여론 변화의 감지에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청문위도 발표 당일 알아

MB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효율과 능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에 있다. CEO 경력이 많은 만큼 도덕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얼마나 일 잘하느냐’가 인사의 최우선 조건이 된다. 매 인사 때 마다 국민정서와 충돌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번 정동기 후보자 내정에도 이 같은 MB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문제가 돼 내쳐졌던 인사가 다음 개각 때 요직을 꿰차고 화려하게 복귀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회전문식’ 인사 논란이 그것이다. 이번 감사원장 인사에도 이 같은 ‘회전문식’ 인사 스타일에 대한 염증이 곪아 터져 나온 것으로도 해석된다.

12·31 개각에서도 ‘회전문식’ 인사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마지막 날 급작스럽게 단행한 ‘12·31 인사’는 회전문 인사의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은 감사원장에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기용했고, 지식경제부 장관엔 청와대 근무 경력이 8개월밖에 안 되는 최중경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박형준 전 정무수석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각각 상근 대통령 사회특보, 언론특보로 복귀했다.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도 차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앞서 지난해 7월 단행된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는 대선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을 대통령실장으로 발탁했다. 정책실장에는 백용호 당시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MB의 회전문 인사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첫째, 한번 측근으로 기용한 인물은 다시 재활용한다.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이 지난해 10월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이 되면서 2008년 퇴진했던 촛불 참모들은 전원 복귀했다. 촛불시위 직후 물러났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도 6개월 만에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시키고 난 뒤 지난해 8·8 개각 때 지경부 제2차관으로 임명했다.


회전문 인사 반복하는 이유 ‘고·소·영’ 인사?

핵심 측근들을 소위 ‘뺑뺑이’ 돌리는 것도 MB인사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무수석, 정무특보를 거쳤고, 원세훈 국정원장은 2009년 초 국정원장 내정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8·8 개각 때 임명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초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을 거쳐 다시 장관으로 임명된 사례다.

MB가 이 처럼 회전문 인사를 반복하는 이유는 여론보다는 충성도에 기인한 ‘신뢰형’ 인사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형’이 아닌 지속적으로 함께할 믿음직한 동반자와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운천 전 장관이나 민동석 전 통상정책관 등 촛불정국으로 인해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복권된 측근들은 MB의 기대에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MB는 이 때문에 여느 정권에서나 대두되는 레임덕 마저 없다고 공언할 정도로 자신의 인사 방식에 자신감을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의 인사에서도 변함없이 충성형 인사들을 기용할 공산이 높다.

좁은 인재풀도 한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는 MB가 포용력을 갖고 넓게 인재를 기용하는 것 보다는 주변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만 고르는 형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초부터 ‘고(고려대)·소(소망교회)·영(영남)’ 인사, ‘강부자(강남 부자)’ 인사란 평가가 도마에 오르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말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