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숙명여대 총장 해임사태에 친박 핵심 깊이 관여됐다” 의혹 제기
숙명여대 총장 해임 사태 본질 따로 있나? 여권 인사 개입 정황
[일요서울|오하나 객원기자] 최근 불거진 ‘숙명여대 사태’ 배후에 정치권 유력인사가 개입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지난 4일 학교법인 숙명학원(이사장 이용태)에 ‘임원승인 취소 처분’을 통보했다.
교과부는 숙명여대의 기부금 회계처리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용태 이사장을 비롯해 사건에 가담해 온 전·현직 감사 5명에게 임원승인을 취소했다. 사립학교법 22조에 따라 이들은 앞으로 5년간 학교법인의 임원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로써 이 이사장이 재임 14년 만에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최근에 빚어진 이 사태를 두고 대학 주변에서는 “법인과 총장의 힘 겨루기”라는 비난여론이 적지 않다. 동시에 이번 사태 배경에 정치권 유력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숙대 고위인사 수백억의 비자금 몰래 조성해 왔다 소문
교과부는 “2004~2009년 대학이 모금한 발전기금 396억 원을 법인회계의 세입으로 처리해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며 “부당한 회계 처리를 지적하지 않는 등 감사의 직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돼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교과부는 또 학교법인이 임원취임 승인을 신청한 이사 2명(이돈희, 정상학)에게는 임원취임 승인을 받아들였지만, 문일경 개방이사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반려했다. 숙명여대 이사회는 현재 8명 정원에 5명이 재적하고 있어 이사회 운영은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 서부지법은 지난달 29일 숙명여대가 제기했던 ‘총장 해임 가처분 신청’에서도 한영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서부지법은 “이사진이 임원취소 통보를 받거나 임기만료를 남겨둔 상태에서 (한 총장에 대한) 해임결의가 이뤄졌고, 이사회 소집이 사전에 예고없이 이뤄진 점 등에 미뤄 ‘이사회 의결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튿날인 30일 교과부는 기부금 편법회계와 관련, 청문회를 열고 이사진 승인을 취소했다.
이 이사장 등은 사립학교법 제22조에 따라 향후 5년간 숙대는 물론 다른 학교법인의 임원이 될 수 없다.
숙명학원재단은 지난 95년부터 학교 회계로 들어가야 하는 동문과 일반인의 기부금을 마치 재단이 마련해 학교로 보내주는 돈인 것처럼 위장해 685억 원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기부금처럼 학교로 들어온 돈을 재단 회계로 넘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숙명여대 전·현직 감사는 이사회에 '적정하다'는 의견만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5명의 전·현직 감사는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감사 직무를 소홀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학교법인 숙명학원 임원진은 교과부 감사 결과 지난 2004~2009년 회계연도 기간 중 대학에서 모금한 발전기금 395억7400만 원 (1995년부터는 685억여 원)을 법인회계의 세입으로 처리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여권 의원 사태 개입 의혹
기부금의 재단 전입금 불법 전용 문제로 쑥대밭이 된 숙명여대가 아직도 뒤숭숭하다.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여러 말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총장의 해임 사태가 법원에 의해 한영실 총장의 업무복귀로 일단락이 난 가운데 숙명여대 총장 해임사태에 친박 핵심 A의원이 깊이 관여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는 숙명여대 사태가 친박과 친이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경숙 전 총장은 소망교회 교인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은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로서 14년간 숙대 총장을 지내면서 숙대를 좌지우지 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숙명여대 주변에서 들리는 바에 따르면 한 총장은 이 전 총장에 의해 임명된 인물이다.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은 이유는 바로 기부금 전용소문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전 총장이 천억 원대 기부금을 받아 전용해왔다는 것이다.
총장 이후 기부금 전용 등 많은 문제점을 알게 된 한 총장은 혹시 이 문제가 학교 밖으로 새 나갈 경우 먹물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까 늘 걱정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한 총장은 가깝게 지내던 인사인 B교수를 통해 친박 핵심인 A의원을 소개받아 알게 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학교 동창이라서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A의원과 가깝게 된 한 총장은 A의원을 통해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으로 들어갔고 한 총장 측 인사로 알려진 류지영(비례대표 17번, 유아림 대표, 숙대 교육대학원 출신)을 비례대표에 넣어 한 총장에게 힘을 실어 줬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힘을 키운 한 총장은 A의원에 재단의 비리문제를 상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의원은 박재완 기재부장관을 통해 이주호 교과부장관에게 감사의 필요성을 요청하여 숙대를 감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의를 위한 배신에 좌절
그 결과 감사를 통해 친 이 전 총장 측 인사인 이 이사장의 승인을 취소하게 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 전 총장은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한 총장을 해임한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또한 이 전 총장은 한 총장이 자리에 오르자 자신이 지금까지 마무리 짓지 못한 여러 가지 사업을 승계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총장은 이 전 총장의 여러 비리 의혹 때문에 요청을 들어주지 않고 모두 정지시킨 상태라고 한다.
숙명여대 주변에서는 이 전 총장이 총장을 지내면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몰래 조성해 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장 측과 재단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의혹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또 숙명여대 이사회는 이 이사장을 해임한 교과부 결정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이 이사장은 “학교 규정에 따라 기부금을 처리했을 뿐 사립학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측은 서울서부지법에 ‘임원승인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금 편법 운용 대학보다 강한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이사회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측은 “감사원이 발표한 ‘대학 등록금 책정 및 재정운용 실태’감사 결과에 숙명여대는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비회계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한 푼도 유용하지 않았다”며 “이는 교과부도 인정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단 측은 “정부의 대학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관행처럼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총장 등 대학 본부의 묵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단 측이 예정하고 있는 교과부의 임원승인취소 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사회는 당분간 이사장 공석 상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장 해임에 복귀, 다시 이사장 해임 등 초유의 사태를 맞은 숙명학원 이사회는 향후 나머지 3명의 이사진 선임을 두고도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학교 측은 '이사추천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이사를 추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사회 측은 사립학교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사회 측 변호사는 “이사 추천은 이사회의 고유권한”이라며 “개방이사를 제외하고 외부에서 위원회를 구성해 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자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학교 측의 입장에 맞섰다.
또 재단 측은 “무엇보다 기부금 전용으로 인한 학생 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 계좌를 잠깐 거쳤을 뿐 기부금을 한 푼도 유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대학 평가를 할 때 발전기금이 많은 학교에 좋은 점수를 줬기 때문에 그렇게 해 왔던 일”이라며 “기부금 집행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총장의 지시 없이는 못 한다”고 한 총장을 공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근본적 책임은 교과부에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애매한 규정과 부실한 관리 감독으로 편법을 방조하고도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숙명여대 재단의 기부금 전용은 15년간 이뤄진 관행이었지만, 교과부 감사에서는 한 차례도 지적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