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트위터리안, 발이 아닌 손가락만 움직였다

19대 총선, ‘SNS투표 독려=승리’ 허상에 빠져

2012-04-17     전수영 기자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19대 총선 투표율이 54.3%에 그치며 SNS를 통한 투표 독려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지난 18대 총선의 46.1%에 비해 8.2%포인트 상승한 결과지만 이는 예상보다 저조한 투표율이었다. 많은 언론들이 투표율이 50% 후반대를 기록하며 야당의 승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지만 총선은 결과적으로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넘는 152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상에서는 일반 누리꾼은 물론 사회 저명인사, 스타 연예인들까지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실제로 비가 그친 후 각종 SNS에는 투표를 하고 왔다는 멘션과 함께 인증샷이 게재됐다. 많은 누리꾼들은 이런 현상을 보며 투표율이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허상임이 드러났다. 직접 투표소에 가기보다는 ‘트윗질’만 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1일 총선 당일,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비롯한 SNS에는 오전 일찍부터 투표 인증샷을 비롯해 투표를 독려하는 글이 쇄도했다.

김제동, 이효리, 아이돌 스타들의 투표 독려와 함께 이외수, 조국, 공지영 등 파워 트위터리안들도 이에 합세해 인증샷을 게재하고 멘션을 남긴 이들의 글을 리트위하며 투표의 중요성을 알렸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총선 투표율은 54.3%에 그쳤다.

투표가 종료된 후 여기저기서 투표율이 기대치보다 낮은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11일 오후 5시 10분경 “아아...투표율..너무 낮다. ㅠㅠ”라는 글을 남겼으며, ej28**은 “54.3퍼센트...이유가 대체 뭘까? 새벽 6시부터 했는데 말이양...”이란 글을 올려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은 것에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트위터리안은 선거 적극층”

이런 투표율 저조현상에 대해 여러 의견이 존재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SNS에서 일었던 투표 독려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SNS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독려를 하지 않더라도 투표를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치컨설팅업체 GO기획의 김재열 수석 컨설턴트는 “투표 독려는 이미 지난해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나왔던 숫자를 넘기기 쉽지 않았다”며 “SNS 활용자들은 이미 야당이 확보한 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민주통합당이 타깃을 잘못 잡았다. 이런 투표 적극층 외에 서브 타깃과 틈새를 공략했어야 했다”며 민주당의 전략 부재를 꼬집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SNS를 통한 독려보다는 인터넷을 잘 활용하지 않는 층을 공략했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아니면 문자로 직접적인 투표 독려를 적극적으로 병행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같은 편’이란 인식으로 역풍 맞기도

트위터 팔로워 상위권을 보면 주로 야권 성향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정치권에서는 팔로워 순위가 박원순 서울시장,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정봉주 전 의원, 김용민 전 민주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임에도 불구하고 7위를 머무르고 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사회 저명인사 중에서도 이외수·공지영 작가,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방송인 김미화씨 등은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으며 정치성향으로는 개혁·진보세력으로 통한다.

따라서 이처럼 야권 성향이 강한 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층에게 투표 독려를 한다고 해도 이는 결국 같은 편에게 얘기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파급력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보수층에서는 이를 위기로 느껴 보수층 결집의 신호로 인식할 수도 있다.

GO기획 김재열 수석 컨설턴트는 “많은 SNS 사용자들이 존재하지만 진보·개혁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편에게 투표를 독려한다고 해도 이는 별 영향이 없다”며 “오히려 그런 모습이 보수의 집결을 도와준 꼴이 됐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은 지방선거보다 지역구가 좁기 때문에 SNS 상의 공론이 곳곳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게 된다. 도시의 경우라면 SNS 이용자들이 많아 그마나 그 위력이 반영될 수 있지만 노인층이 주를 이루는 지방의 경우 SNS의 위력을 체감할 수 없다.

실제로 총선 결과 야도여촌(野都與村)의 형세를 띤 것도 이런 분석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 20대 투표율은 64.1%로 전국의 45.0%를 크게 웃돌았다.

대선은 총선과 달라질 가망성 있어

투표 지역구가 작게 나뉘는 총선에서 SNS의 위력이 크게 발휘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듯 지역이 넓을 경우 SNS의 위력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전국을 단일 지역구로 삼는 대통령선거에서는 SNS를 통한 투표 독려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다만 대통령 후보가 난립하지 않고 유력 후보 두 명으로 압축될 경우 SNS를 통한 투표 독려는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 여야 모두 SNS 활용과 함께 여론 추이를 계속해서 살피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번 19대 총선 결과를 보며 SNS를 통한 투표 독려의 한계와 허상을 깨달았기 때문에 향후 진일보한 대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권 잠룡들도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위해 새로운 선거문화로 자리 잡은 SNS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 후보들은 팔로워 확대에 더욱 노력할 것으로 보이며, 여권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편으로는 SNS 바람이 이는 것을 차단함과 동시에 젊은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SNS 전략을 구사하는 투 트랙을 전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