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방통위 방문에 ‘역풍’ 맞았다

간접광고 논란

2012-04-17     김나영 기자


- 화장품 평가 프로그램, 사실은 간접광고 투성이?
- 애증의 PPL…광고비는 ‘고점’, 주가는 ‘저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CJ E&M(대표 김성수)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의 조우가 주목받고 있다. CJ E&M의 인기프로그램 ‘겟잇뷰티’가 간접광고 논란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찾은 방송콘텐츠 제작사가 CJ E&M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의 방문은 CJ E&M이 세간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일 CJ E&M 상암미디어센터를 방문해 “CJ그룹이 콘텐츠 제작을 더욱 확대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영세한 콘텐츠 사업자와의 협업을 통해 중소업체와 상생하는 모범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방통위 역시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 이하 PPL), 협찬제도 등 복잡한 광고규제를 단순화하는 등 관련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업계는 “콘텐츠 진흥에 대한 방통위의 정책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왜 첫 방문지가 CJ E&M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CJ E&M이 운영하는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인기 프로그램인 ‘겟잇뷰티’가 간접광고 관련 논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겟잇뷰티는 화장품 정보 제공 프로그램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해 브랜드나 인지도에 상관없이 평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어떤 화장품이 가격대비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여과없이 방송하면서 겟잇뷰티는 시청자들의 큰 공감과 격려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최근 화장품업계에서 “겟잇뷰티에서 방송되는 화장품들의 대부분은 간접광고로 노출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해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겟잇뷰티 측에서 해당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낸 제안서를 토대로 하면 겟잇뷰티의 PPL 단가는 최저 1600만 원에서 최고 7600만 원까지 다양했다. 특히 시청자를 직접 등장시켜 메이크업을 해주는 경우에는 2500만 원, 브랜드 담당자가 직접 출연할 경우에는 3500만 원, 제품 사용 전후를 비교해주고 브랜드 관계자가 직접 출연하며 방청객 선물까지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은 7600만 원까지 세분화했다.

또한 겟잇뷰티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위에 오른 제품의 매출이 400%까지 신장하는 등 프로그램과 화장품이 동시에 인기를 얻으면서 PPL 단가는 지난해 최저 600만 원에서 최고 1500만 원선이었던 것이 올해 들어 3~5배가량 인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인상된 금액은 1%대의 시청률을 감안할 때 지상파보다도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놀라움을 샀다. 지상파 24부작 드라마의 PPL 단가는 3억~5억 원선으로 회당 1250만~2000만 원선이지만 시청률은 최저 5%에서 최고 30%까지 케이블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협찬사의 제품을 노골적으로 광고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겟잇뷰티에 최고 수위 제재조치인 시청자 사과 및 관계자 징계 조치(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를 내린 바 있다.

때문에 이를 두고 관련업계의 눈길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PPL을 하고는 있지만 순식간에 단가가 인상되는 등 횡포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면서 “이렇게 되면 다른 케이블 채널들도 잇달아 PPL 단가를 인상할 것이고 다시 지상파로 번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파업 중이고 종편은 반감이 많아 콘텐츠로 선회해 CJ E&M을 택한 것이겠지만, 현재 CJ E&M은 평가 프로그램 PPL 및 협찬비용 과다책정으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 역시 잘못된 선택이 아니겠느냐”면서 “이계철 방통위원장의 간접광고 등 광고규제에 대한 단순화 의지 표명은 현재 간접광고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CJ E&M을 취임 후 첫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J E&M 관계자는 “PPL 단가는 온미디어 합병 전 광고단가의 출혈경쟁이 합병 후 정상화되면서 함께 조정된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코너에서 PPL이 진행되는 것은 맞지만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CJ E&M의 주가는 저공비행 중이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CJ E&M의 주가가 예상보다 깊은 골을 그리고 있다”면서 실적모멘텀 약화 우려로 1분기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 팀장은 CJ E&M의 1분기 실적은 방송제작비 부담 지속과 신규 게임의 성과 지연 등에 기인해 영업손실 92억 원 등 손해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J E&M의 주가는 13일 현재 기준 2만7850원으로 고점인 지난해 9월 5만4800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