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찰청장 인사 안갯속… MB, 무슨 카드 빼들까?

총체적 부실’ 논란 경찰, 송두리째 ‘흔들’

2012-04-17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임기를 4개월여 앞둔 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9일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가 조 청장이 사의를 밝힌 직후 이를 수용하면서 후임 치안총수에 누가 오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조 청정의 사의 수리 시기와 후임 인선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조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지난 임기 동안 추진해 온 경찰 개혁과 검경수사권에 대한 향방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검찰과 날선 대립각을 세워온 경찰은 ‘룸살롱 황제 사건’에 이은 악재로 ‘경찰 수사권 강화’ 명분을 잃고 있다. 경찰 내부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일 불거지고 있는 부실·은폐 수사 논란에 이어 경찰 수장도 불명예 퇴진하자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다.

조 청장, 이번 사태에 직 걸고 사태 마무리하려 한 것이란 분석
‘영포라인’ 이강덕 ‘육경 유턴’ 모강인 ‘무색무취’ 김기용 ‘포스트 조현오’ 강경량

조 청장이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게 된 것은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이 몰고 온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과 선관위 디도스 사건 부실수사 논란, 실적주의로 인한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에 대한 책임론, ‘조현오의 실적주의’로 ‘해파리(해임과 파면을 남발한다)’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경찰 내부 반발에 부딪치는 등 숱한 악재에 직면하면서도 버텨왔으나 경찰 조직의 총체적 부실이 불거지자 결국 정상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오게 됐다.
 
평소 ‘직을 걸겠다’는 직설화법을 주로 사용했던 조 청장이 이번 사태에 직을 걸고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면초가’경찰, 검경수사권 명분 잃나

조 청장은 그동안 ‘7대 경찰 개혁과제’를 추진하며 “인사정의 실현 문제와 부패비리 척결 문제, 인권·가혹행위 근절 문제, 국민 중심 경찰활동 등을 중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개혁에 앞장섰던 조 청장이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이 총체적인 수사체계 부실이 불러온 참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지자 전격 사퇴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찰 조직은 후임 청장이 내정될 때까지 사실상 지휘부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조 청장이 사임을 표명했지만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의 후폭풍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힘을 잃게 된 분위기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 주요업무 중 하나인 민생치안에 대한 무능함과 무관심, 총체적 수사 부실이 드러난 경찰은 앞서 룸살롱 황제 사건으로 ‘부패 경찰’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연이은 악재로 경찰에 대해 따가운 비난의 여론이 쏟아지자 경찰의 잇따른 진정사건 내사 지휘거부로 주춤하던 검찰은 표정관리에 들어간 분위기다. 수사권 조정문제에서 정면으로 맞서온 조 청장이 사퇴하고 여론의 비난에 직면한 경찰이 수사권 강화를 주장할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사의를 표명하며 사표 수리 전까지 경찰 인사제도를 고치고 112신고센터 사건처리시스템과 종합상황실 운영체제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눈에 띄는 쇄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번 사건 후폭풍을 진화하기 어려워 경찰 수사권 강화 혹은 독립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후임 경찰청장 누구?

조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청와대는 발 빠르게 후임 청장 인선에 착수했지만 차기 경찰청장 인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경찰청장은 경찰공무원법상 외부 영입이 불가능해 치안정감 5인의 승진과 치안총감인 해양경찰청장 1인의 수평 이동을 통해서만 인사가 가능하다. 이번 인선 후보군에는 김기용 경찰청 차장과 이강덕 서울경찰청장, 강경량 경찰대학장, 모강인 해양경찰청장 등 4명이다.

경북 영일 출신인 이 청장이 후임 경찰청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여야 모두에서 비판적 견해가 나오고 있어 미지수다. 이 청장은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군 출신으로 대구 달성고를 졸업하고 경찰대 1기를 졸업했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근무를 거친 뒤 부산청장, 경기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서울청장을 맡고 있다. 서울청장 임명 시에도 경찰청장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온 인사다.

하지만 최근 민간인 불법 사찰 이슈가 불거지면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팀장 근무 경력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 수사나 국회청문회 때 책임론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영포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로 ‘MB 고향사람 챙기기’라는 비판 여론도 청와대가 이 청장을 선택하는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후임 청장으로 김 차장과 모 해양청장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김 차장과 모 해양청장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차장은 행정고시 30회 출신으로 ‘보안통’으로 불린다.

본청에서 주로 근무한 김 차장은 경찰 조직 내부에서 신망이 두텁고 조직 관리를 잘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충북 제천 출신으로 ‘영포라인’과 같은 현 정권 인사 라인에서 벗어나 있어 외부 비판에 자유롭다는 점도 청와대의 부담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무색무취’인사로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자 걸림돌이다.

모 해경청장은 전남 함평 출신으로 간부 후보생 32기다. 모 해경청장은 호남 출신이나 MB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대통령실 치안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특히 고졸 출신으로 경찰 고위직에 올라 경찰 조직 내부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치안총감으로 현역 중 가장 높은 계급이고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마찬가지로 수평이동이 가능하나 해경 수장이 또 경찰 수장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경찰 내부의 기류도 청와대를 고심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 치안비서관 재직 시 재산 신고에 별장을 신고대상에서 누락시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남 출신으로 ‘포스트 조현오’로 불리는 강 학장은 경찰대 1기 출신으로 전북 버스노조파업 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학장은 2005년 서울 청량리경찰서장 재직 시 브로커 연루설로 직위 해제됐다 무혐의 판정돼 복직한 바 있다.

임기 말에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민생안정에 주력할 청와대는 민생치안, 공정한 공권력 집행을 담당할 경찰청장 인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고심 끝에 내정한 인사가 국회 청문절차를 거쳐 취임식을 가지더라도 대선 이후 새 정권이 들어서면 바뀔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권이 본격 출범하면 정부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