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인사청문회 칼바람 예고
민주당, ‘7개월에 7억’ 정동기 정조준
2011-01-11 전성무 기자
'12·31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동기 감사원장·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석연찮은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날을 세우고 있다. 정동기 후보자는 ‘전관예우’, 최중경 후보자는 부인 등 가족의 ‘투기의혹’, 정병국 후보자는 ‘당 활동비 세금공제 포함 논란’이 각각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청문회를 달굴 논란을 따라가 봤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전관예우’ 논란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차장 출신인 정동기 후보자는 2007년 퇴직 후 6일 만에 로펌에 들어가 월 1억 원 가량의 수입을 올렸다. 이렇게 7개월 동안 변호사 수임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총 6억 9000만 원.
정 후보자는 “청문회를 보면 충분히 납득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잘못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오랜 관행이라고 그냥 넘어갈까
청와대도 법조계의 오랜 관행이라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감독할 감사원의 수장이 검사 퇴직 후 월 1억 원의 급료를 받았다면 이는 전관예우가 분명하다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는 과거 청문회에서도 종종 등장한 논란거리였다. 법조계는 물론핵심 경제부처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권력 기관의 고위 공직자들은 로펌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 가운데 일부가 정권의 ‘콜’을 받고 입각하려다 청문회에서 수입이 공개되기도 했다.
법조계 인사로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법관을 그만둔 2000년부터 5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총 60억 원 가량을 수입으로 거둬들였다. 수임사건의 70% ~80%가량이 승소 가능성이 높은 대법원 상고심 사건인 것으로 알려져 대법관 경력으로 큰 돈을 벌게 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 대법원장보다 2개월쯤 뒤 지명된 박시환 대법관은 2003년 8월 서울지법 부장판사 직을 퇴직한 이후 22개월 동안 변호사 활동을 했다. 이 때 벌어들인 수입은 20억 원 가량이었다.
검찰 출신인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도 같은 논란에 휩싸였었다. 현 정부 첫 법무장관인 김 전 장관은 2002년 초부터 6년 동안 로펌에서 근무하면서 48억 원 가량의 재산이 불어났다. 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점이 꼬투리 잡혀 논란을 불렀다.
경제부처 고위 공직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7년 8월 금융감독위원장을 퇴직한 이듬해 초부터 국내 최대 로펌으로 알려진 김앤장 고문으로 1년간 일하면서 6억 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김앤장에 15개월간 고문으로 지내면서 4억9000만 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직사회에선 ‘전관예우’에 대해 “법조계 고위 공직자가 로펌에 들어가면 연봉이 10배가량 치솟는다”는 말이 정설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최중경 가족 투기 의혹
최중경 후보자의 경우 아내 등 가족이 투기목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조정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 후보자의 아내는 대전 부근의 밭을 매입한 뒤 대리경작을 해오다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후보자가 재무부 사무관 시절인 1988년에 아내와 장인, 장모가 땅투기가 우려되는 구역으로 지정되기 직전에 대전의 땅을 샀는데, 이곳은 2003년 그린벨트 해제 뒤 대규모 택지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최 후보자가 제출한 재산변동 신고자료에 따르면 최 후보자의 아내와 장인은 1988년 1월 20일 대전 유성구 복용동 개발제한구역 안의 ‘밭’ 850㎡를 2분의 1씩 매입한 뒤 다음날 장모가 인근 대지 1276㎡와 농가를 사들였다. 이들이 밭과 대지 등을 매입한 지 8개월 뒤 이 지역은 토지거래규제구역으로 지정됐다. 민주당은 최 후보자의 가족이 정부가 매매를 규제하기 직전에 지가 급등 가능성이 있는 그린벨트 땅을 투기목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이 지역은 2003년 그린벨트가 해제됐고 곧바로 대전 서남부가 조성중인 학하지구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지에 포함됐다. 특히 장모는 노후생활을 위해 샀다는 최 후보자의 해명과 달리 대전의 땅과 농가를 2005년 후보자의 아내에게 모두 상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택지개발 과정에서 후보자의 아내와 장인이 갖고 있던 밭 850㎡와 아내가 모친한테서 상속받은 땅의 일부인 248㎡는 지난해 7월 도로용지로 수용되면서 4억4780만 원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990년 당시 이 일대의 공시지가(1㎡당 4만1000원)와 비교하면 최소 10배 이상의 수익은 낸 것이다. 조 의원은 “장모한테 상속받아 아직 보유중인 1028㎡ 땅도 후보자는 공시지가가 4억9000만 원이라고는 하지만 대전시가 이 일대 도로용지로 편입하며 보상한 금액으로 계산하면 약 7억8000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 측은 “땅을 산 것은 맞지만 장인·장모가 노후 준비용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중에 규제구역에서 풀리는 사안 등에 대해선 몰랐다”고 해명했다.
정병국 활동비 개인카드로 사용 소득공제
정병국 후보자(한나라당 의원)는 개인 신용카드로 당 활동비를 결제한 뒤 추후 세금공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활동비를 일단 개인 카드로 사용한 뒤 당으로부터 지급되는 활동비로 카드 대금을 충당한 것.
지난 1월 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보고서에 따르면 정 내정자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쓴 신용카드 금액은 모두 3억8651만 원이다. 2008년에는 신용카드 사용내역은 모두 1억3654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자는 언론에 “당시 사용한 당 활동비가 1억 원 가량된다. 당직을 맡고 있을 때라 개인 카드로 일단 활동비를 쓰고 추후 당에서 지급한 활동비로 카드대금을 충당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2005년 1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았는데, 당시 카드대금 충당을 위해 사용한 당의 활동비가 신용카드 대금에 포함돼 연말정산 때 정 후보자 개인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는 “혜택 받은 세금공제 분을 낼 수 있다면 다시 내겠다”는 입장이다.
벼르는 민주당 “청문회서 보자”
민주당은 당초 내부에서 보이콧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2011년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한 상황에 청문회에서 ‘본때’를 보여준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특히 정동기 후보자를 정조준하며 벼르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최소 1명은 집중사격을 통해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집중 겨냥하고 있는 정동기 후보자에 대해서는 2007년 11월 대검 차장을 그만둔 직후 로펌에서 일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간사를 겸한 것을 문제 삼을 계획이다. 민주당은 또 대검 차장 시절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BBK 사건, 민정수석 시절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최중경 후보자에 대해서는 200여만 원의 재산세 체납 사실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지난 1월 6일 “최 후보자가 지난 2년간 3채의 아파트와 주택으로 3억7500만 원의 임대수입을 올렸다”면서 “하지만 이에 대한 증빙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재산축소·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또 최 후보자 측이 “20년 넘게 소유한 땅이라 투기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한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청문회에서 끄집어 낼 생각이다.
정병국 후보자에 대해서는 세금공제 혜택, 2012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는 점을 들어 반쪽짜리 장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 후보자가 2009년 후원금 중 주유비로 3768만 원을 쓴 것에 대해서는 허위보고 의혹도 제기할 계획이다.
여야는 지난 1월 6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통해 정동기 후보자는 오는 19~20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18일 각각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