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마음엔 박근혜 없다
2007-07-18 김대현
‘17대 대선에서 박근혜는 없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일각에서 그의 저서 ‘일본은 없다’를 빗대 만들어낸 문구다. 한 때, 이명박 후보의 ‘X-맨’으로 지목을 받았던 전 의원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입’, ‘여전사’, ‘저격수’ 등으로 불리며 그를 옹호해 왔던 전 의원이 2년여에 걸친 ‘동거’를 끝내고 이 후보 진영에 합류한 것. 전 의원은 비록 비례대표지만, 그가 가진 ‘입담’은 중진급 이상의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박 후보 캠프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의원이 돌연 지지후보를 바꾸면서 양진영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전 의원을 ‘빼온’ 이 후보측과 ‘잃은’ 박 후보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경선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운 시점에서 그의 입장변화가 대세를 굳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전 의원이 입장을 바꾼 원인과 그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그렇다면, 왜 전여옥 의원은 지지 후보를 바꾸게 된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는 전 의원의 소신이라는 주장과 박 대표측 내부 알력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팽팽하게 맞선다.
전 의원은 ‘그동안 당직을 맡은 사람의 입장’에서 박 대표를 보좌해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전여옥, “기업의 효율성 필요”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필요한 후보는 나라 일을 당차게 해낼 경험 많은 일꾼이다. 정치에서도 기업의 효율성과 업적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저를 제물로 바칠 각오를 하며 제 모든 힘을 다해 이명박 후보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를 겨냥한 ‘저격수’는 사양하겠다고 했다. 한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전직 최고위원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도의는 지키겠다는 얘기다.
반면, 일각에선 이 후보 진영에서 최상급 예우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전 의원이 양진영의 싸움이 격화될수록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독설을 내뿜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전 의원의 입장 변화에 대한 박 후보측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내부 구성원들과 잇단 마찰로 인해 여성분과조차 맡지 못하면서 밀려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 의원은 박 후보 캠프의 핵심인 김무성,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과 충돌하며 감정이 격화됐다. 특히, 이명박의 ‘X-맨’이라는 표현이 내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 언론에 보도되자, 감정이 폭발했다고 한다. 동시에 이 말을 내뱉은 인사로 모 의원을 지목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로 인해 캠프 내부에서 전 의원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은 박 후보가 유일할 정도로 냉랭해졌다. 그가 입장표명을 지금까지 늦춰온 것도 박 후보의 신뢰 때문일 것이다.
전 의원은 그러나 지난 6월 말 박 후보의 지방일정에서도 배제되면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이 박 후보의 대구방문 일정에 맞춰 동행을 하려고 하자, 캠프 핵심 인사인 A씨가 직접 나서 “같이 갈 필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는 것. 박 후보의 최종 결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전 의원의 선택을 ‘변절’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가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은 당대표 시절 박 후보의 후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를 떠난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신이냐, 변절이냐’ 의견 분분
박 후보 캠프 일각에선 색다른 해석도 내놓고 있다. 자신의 출세작이기도 한 ‘일본은 없다’가 표절로 판명 남에 따라 이 후보의 ‘우산’ 속으로 숨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대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 후보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전여옥 의원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지만, 우선 박근혜 캠프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너무 컸다”면서 “상대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이 후보측에서 최상급 예우를 제안하니까, 이를 수용한 것 같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전 의원이 이 후보 진영에 합류한 게 얼마나 큰 이득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동안 말 때문에 수많은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그의 합류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김덕룡 의원, “MB 지지 선언할 듯”
한나라당 중진급 중 유일하게 중립지대에 머물고 있는 김덕룡 의원이 조만간 이명박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에너지 확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김 의원은 과거 당대표 출마 등을 계기로 수도권 안팎에 상당한 ‘지분’을 확보해 놓았다. 이로 인해 이명박, 박근혜 양진영의 막바지 영입전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이 후보측 관계자들이 “DR(김덕룡)이 지지를 표명할 시기를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는 등 결정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이 후보측에서는 김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상당한 ‘예우’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는 16일 이기택 전민주당 총재까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보여 막판 ‘중진’ 영입전에서 이 후보측이 선전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