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품 밖의 자식’ 동양생명 ‘영영’ 잃는다
동양생명 주인 찾기
2012-04-10 김나영 기자
동양생명, 결국 그룹으로 돌아가지 못하나
보고펀드와 맺은 환매 콜옵션의 향방은?
[일요서울 ㅣ 김나영 기자] 동양(회장 현재현)이 동양생명(대표 박중진)을 떠나보낸다. 동양의 그룹 유동성이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동양이 동양생명을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에 넘기면서 맺었던 환매 콜옵션은 거의 포기 상태다. 보고펀드가 동양생명 매각을 매듭지으면 동양은 사실상 동양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현재현 회장의 금융종합그룹 도약의 꿈이 깨지는 순간이다.
동양생명 인수전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보고펀드는 지난 3일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생명 중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가격 협상을 이유로 다시 연기했다.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지난달 23일 열렸던 동양생명 매각 본입찰에서 각각 2만 원대 전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 매각은 인수가격을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여 왔다. 보고펀드 관계자는 “인수가와 관련한 것은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IB 업계에서는 ‘확정가격 주당 2만 원선’ 이상의 의지를 내보이는 쪽이 동양생명을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보고펀드 측은 최종 주당 인수가격으로 2만4000원 이상을 희망했고,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생명 측은 “사실상 2만 원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동양생명의 2009년 상장 당시 공모가는 1만7000원이었으며 동양생명의 주가는 6일 현재 기준 1만2450원이다.
앞서 동양은 지주회사격이던 동양메이저가 2010년 9월 말 기준 총부채 1조4300억 원으로 총자산 1조4002억 원을 넘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동양은 동양메이저를 살리기 위해 같은 달 2대 주주였던 보고펀드에 동양생명 지분 46.5%를 매각했다.
현 회장, 씁쓸한 ‘동양생명 떠나보내기’
이로써 보고펀드는 총 57%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섰고 향후 지분 30%를 동양에 되팔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동양의 자본 여력이 여전히 바닥에 있어 일종의 ‘보험’인 환매 콜옵션도 거의 포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때문에 보고펀드는 동양생명을 다시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동양 측은 “그룹에서 동양생명을 다시 인수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그룹의 재무구조개선도 계속해서 해나가는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결국 동양생명을 품 밖으로 떠나보내게 됐다.
동양 관계자는 동양생명 매각에 대해 “매각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다”면서 “다만 적당한 매수자가 좋은 조건으로 인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고펀드와 맺은 환매 콜옵션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현 회장의 금융종합그룹 도약의 꿈도 잠시 미뤄지게 됐다. 동양생명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양생명은 그룹 내에서 동양증권과 함께 수익 창출을 담당하는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해 왔다. 동양이 보고펀드에 동양생명 지분을 넘긴 후에도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되고 환매 콜옵션 계약을 맺는 등 노력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전에 두면서 동양생명은 다시 동양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동양그룹, 30대 그룹 중 채무상환능력 ‘꼴찌’
한편 동양의 재무구조개선은 별반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30대 그룹 중 동양의 유동비율은 35.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적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유동비율이 100%에 이르지 못하면 유동자산을 전부 처분해도 유동부채를 상환할 수 없어 약간의 변수만으로도 기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현 회장과 동양의 행보에 귀추가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