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한나라, 정동기 '부적격' 판정…왜?

2011-01-11     박주연 기자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 9명이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결정을 내리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지도부 전원이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개각 대상자에 대해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 만장일치로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이를 공개적으로 언론에 밝힌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이 일제히 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해온데다 여당인 한나라당까지 이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낙마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졌다.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은 국회 재적의원(현 297명) 중 과반이 출석해 이 중 과반이 찬성할 경우 의결된다. 171석의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부적격 입장을 밝힘에 따라 정 후보자의 인준은 국회 청문회 여부와 관계없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현 정권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이 청와대와의 물밑조율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부적격' 입장을 전달, 대통령 지명 철회나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지 않고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부적격 입장을 밝혔다는 점은 심상찮은 당내 분위기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이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BBK', '민간인 사찰', '전관예우' 논란에 폭 넓게 연관된 정 후보자를 지원하면 할수록 사회 일각의 '반MB정서'를 더욱 자극,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야권이 속속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선언을 한데 이어 홍준표 최고위원과 당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친박(박근혜)계 등에서 잇달아 부정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당 지도부가 정 후보자를 지원해봤자 인준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적격 결정의 배경에 대해 "최고위원 9명 전원이 (이번 사안에 대한) 국민적인 비판에는 우리가 흘려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대통령의) 레임덕을 의식,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장의 경우 인준 투표를 해야 하는데 최고위원 전원이 임명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할 정도면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 분포는 어떻겠는가"라며 "(당 지도부의 결정이)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더 큰 악영향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또 "인사청문회를 연 뒤 사퇴를 촉구해도 되는데 청문회 전에 이렇게까지 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최고위원들은 나름대로 최고의 정치적인 감각과 종합적인 판단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을 한 것이지, 다른 세세한 것들을 다 따져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