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회장의 농협 2기, 여전히 가슴앓이 중

회장은 ‘개혁’? 조합장은 ‘금품선거’? 농민은 ‘불신’

2012-04-10     이범희 기자

금품선거 논란으로 조합장들의 추풍낙엽 시대 왔다
돈으로 얼룩진 농협 임원선거…수차례 구속 영장 발부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기업들의 화두는 ‘투명경영’이다. 대부분의 기업 오너들이 직접 나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는 것 또한 투명경영의 일환이다. 농협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비리농협’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이원화해 각 사업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자는 취지아래 신·경분리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최 회장의 욕심(?)이라는 지적이다.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이 알려져, 해당지역 조합장이 당선무효형으로 철퇴를 맞았다. 신·경분리와 관련해서도 농민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해 단위농협 임직원들과의 마찰이 부지기수다.
일각에선 썩은 오물이 여전히 농협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평할 정도다. 또 개혁과 소통경영만 외칠 뿐 농협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최 회장의 경영리더십 부재를 지적하기도 한다. 2기 체제를 맞이한 농협이라고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는 게 동종업계의 중론이다. 농협의 내부 개혁 문제점을 되짚어본다.

 

농협이 지난달 2일 재탄생했다. 51년 만의 대대적 개편이다. 정치권에서도 농협의 구조개편에 대한 말들이 무성했다. 농협 산하 노조와 농민들은 구조개편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부 언론들도 농협의 구조개편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보도를 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개편으로 농산물 판매ㆍ유통 업무를 맡는 ‘농협경제지주회사’와 은행ㆍ보험 기능을 전담하는 ‘농협금융지주회사’로 분리됐다.
최 회장은 출범식에서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인이 웃는 그날까지 책임지고 팔아주는 믿음직한 농협으로, 100% 토종자본으로 설립되는 NH금융지주는 농촌을 위한 수익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하고, 중앙회는 농협 본익 증진과 협동조합 본연의 힘을 키우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직원 비리 최고 ‘비리농협 오명’ 여전
그러나 농협이 개혁을 주장하면 할수록 오히려 표류하고 있다. 농민의 기대와는 한참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여전히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비리들이 양산되고 있다.

재미난 사실은 농협은 다른 금융기업과는 달리 횡령 및 투자실패 등과 같은 사업적 사고(?)는 적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건사고들은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 대표들의 개인 비리다.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지역 간부들의 개인비리사가 연일 알려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선임 회장들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등 ‘비리농협’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함이 여전하다는 후문이다.

농협의 능통한 한 관계자는 “과거 회장들이 검찰조사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금품살포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최근 일부 조합장들이 검찰조사를 받는 이유 중 하나도 금품살포다. 이는 농협 내부에 만연한(?) 비리라는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만이 농협이 개혁을 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농협내부의 곪은 악재(?)들이 산적하다는 것.

특히 최 회장이 취임하여 일부 개혁의 의지를 첨병하고 있지만, ‘수박 겉핥기 식’이라는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회장만이 개혁을 외칠 뿐 내부조직력에서는 썩은 감자(?)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농협을 대표해야 할 일부 조합장들이 잇단 비리로 인해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고 있는 것 또한 농협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때문에 농협의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분주한 움직임마저도 불신의 씨앗(?)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 지역 농협 선거와 관련 연이어 4번이나 임원들이 구속된 사례에서도 톡톡히 볼 수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선거를 앞두고 상임이사 연임을 부탁하면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농협조합법 위반)로 대구 모 농협 조합장 김모(61)씨와 같은 농협 상임이사 김모(60)씨를 구속했다.

조합장 김씨는 지난해 4월 상임이사 김씨로부터 “상임이사를 다시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차례에 걸쳐 현금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상임이사 김씨는 농협 선거를 앞두고 5만 원권 현금 1000만 원을 제공한 후 다시 3000만 원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 모 농협은 이번 김모씨의 구속으로 11~14대 조합장이 모두 사법처리를 받아 도중하차하는 치욕(?)을 맛보게 됐다.

이에 앞서 여천농협 조합장 선거에도 돈으로 얼룩진 정황이 포착돼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일이 발생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16일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농업협동조합법 위반)로 박모(62)씨를 구속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여천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자신의 사촌을 당선시키기 위해 상임이사 A씨에게 현금 1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가 지지한 후보는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박씨는 자신의 범행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선된 조합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추악한 도덕성 문제는 단위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협중앙회 이사로 당선되기 위해 로비를 한 사건도 발생했다.

광주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송규종)는 8일 농협중앙회 이사로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농업협동조합법 위반)로 전남 화순 모 농협 조합장 김모(55)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농협중앙회 이사 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이 있는 전남 지역 조합장 146명에게 2000만 원 상당의 ‘불미나리즙’을 전달한 혐의다.
김 씨는 당시 선거에서 농협중앙회 이사에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농협 주변에서 농협 임직원들의 방만한 경영, 무책임한 조직운영 등에 대한 지탄을 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농협 노조의 한 관계자는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목소리만 낼 뿐이다. 조직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못하면 농협은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닌, 그들만의 성역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여전히 농민들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농협이 신경분리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선 현장의 농민들이 느끼는 혜택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농협의 개혁이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바뀌기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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