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초대석] 조준희 행장, ‘100년 은행, IBK’ 초석 놓겠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은행 ‘이미지 구축’ … 송해 광고 “대박”

2012-04-03     서원호 기자

[일요서울 | 서원호 취재국장] ‘100년 은행’은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의 꿈과 희망, 열정의 산물이다. 행원에서 은행장에 오르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그는 ‘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세간에 심어진 잘못된 고정관념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그래서일까. 그가 은행장이 되었을 때 그의 혈맥을 타고 흐르며 심장을 요동치는 ‘IBK 사람들의 야망’이 마침내 하나로 응집됐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 참 좋은 은행’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MC계의 전설, 한국인의 영원한 오빠이자 형님인 송해(1927년생) 선생을 홍보대사로 전격 발탁해  ‘우리 어르신들의 건강 멘토’를 ‘100년 은행, IBK’와 연결시켰다. 송해 홍보대사가 세대를 뛰어 넘는 ‘실버돌’ 신조어의 주인공이 되었듯이 기업은행도 기업을 뛰어 넘어 ‘국민돌’이 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One-IBK’는 그래서 중소기업 발전과 서민경제 안정을 통해 국민과 하나가 되어 함께 가는 ‘100년 은행, IBK’의 이정표다. 국책은행이던 산업은행마저 지주회사로 재편했지만, 이제 금융기관의 덩치 키우기라는 규모경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며 오히려 중요한 것은 체격이 아닌 체력과 스피드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회사가 각 사업부문에서 견실한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선도은행으로 올곧은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것, 고객이 잘돼야 은행도 발전할 수 있고 주주가치도 제고할 수 있다는 경영철학이 그것이다. [일요서울]은 지난달 29일 50년 묵은 숙원을 풀며 ‘100년 은행, IBK의 초석’을 놓고 있는 조준희 행장을 서울 을지로 본점 행장 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은행 ‘이미지 구축’ … 송해 광고 “대박”

“함께한 50년, 함께 할 100년”은 조 행장이 올해의 화두로 내건 슬로건이다. 조 행장은 [일요서울]과 인터뷰에서 천년의 세월을 이겨내는 ‘축기견초(築基堅礎)’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축기견초는 황해도 곡산부사로 재직하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정당(政堂·고을의 정사를 살피는 집)을 지을 때 한 말로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는 것에 앞서 집터부터 굳건히 다져 천년 세월에도 기울지 않는 집을 지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이한 만큼, 51주년부터는 ‘정도경영 내실경영 현장경영’을 중심으로 작게는 5~10년 앞을 바라보는 경영으로부터 크게는 50~100년 앞을 내다보는 경영이 ‘당장의 이익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천년을 이겨내는 ‘축기견초’ 경영할 것”

마치 등소평이 흑묘백묘(黑猫白猫)의 실용주의 노선을 통해 가난에 찌든 중국을 세계 2위 경제 강국의 기틀을 마련했듯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대통령이 흑백 간의 인종의 벽을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지도력으로 해결했듯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보릿고개를 해결했던 것처럼 참된 경영자, 곧 리더는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의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것이란 의미다.

조 행장이 CMS(cash management service:입출금·매출채권 등 기업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통합 관리해주는 전자금융서비스. 은행이 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시스템을 전격 도입한 것, 은행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사업팀을 발족시켜 45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것, 1000개 중소기업에 경영진단, 성과관리 등의 경영컨설팅과 기업승계, 세무·법률 분야의 전문컨설팅을 ‘무료’ 제공하는 것들은 모두 ‘100년 은행, IBK’라는 그랜드 발전전략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그 결과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이미 시중은행을 상회하는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 5월엔 개인 고객 숫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생산성이 은행권 최고수준의 성과를 달성했다. 1인당 총대출 174억 원(시중은행 122억), 1인당 총수신 177억 원(시중은행 145억 원), 1인당 순이익 2억1200만 원(시중은행 1억4900만 원)이 그것이다.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기업은행의 강점임을 입증한 것. 조 행장은 이와 관련 “중기대출 시장 점유 비를 지난 2011년 말 21%에서 2015년까지 23%로 확대해 중소기업 대출시장 절대강자의 위상을 향해 나갈 계획”이라며 “경쟁은행이 따라 올 수 없는 중소기업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One-IBK’, 스피드 경영으로 빛 밝히다

‘One-IBK’(종합금융그룹) 전략이 세워진 것도 조 행장의 ‘100년 은행, IBK를 위한 축기견초’라는 경영철학의 일환이다. 은행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형화, 곧 금융지주화라는 규모경쟁은 이제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중요한 것은 체격이 아니라 체력과 스피드란 의미다.

조 행장은 이를 구글과 애플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를 움직이는 세계적 기업은 직원 수가 많아서도, 본사 건물이 웅장해서도 아니다. 골프선수가 덩치나 키가 크다고 잘하는 것도 아닌 이치와 같다. 몽골의 기마군이 ‘조랑말’로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체력과 스피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시대가 강한 자가 살아남았던 것으로부터 살아남는 자가 강한 시대로 이동하고 하고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niche marketing)’을 어떻게 이용하고 공략하는가가 중요하다. 1등 은행, 리딩뱅크란 실제에서 외형이 아닌 내실의 ‘알토란’이다.

조 행장은 “지난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대형금융회사(G-SIFI)의 시스템 위험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채택한 것은 대형금융기관의 탐욕이 위기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라며 “거대한 덩치가 빠른 시장흐름을 읽어내고 혁신적 상품개발 능력을 방해하는 만큼 IBK기업은행은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스피드 경영’으로 중소기업 금융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기업은행의 각 계열사 간 일체감 조성 및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공동상품을 개발하고 점포를 공동 발굴하는 등의 사업인 ‘One-IBK’는 새로운 100년 시대를 열어나가는 키워드다. “One-IBK는 기업은행과 자회사가 각 사업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라고 조 행장은 힘주어 말했다.

‘기업은행 = 송해 = 대한민국의 은행’

“2012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는 원년입니다. 창립 50년이 되도록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가 ‘아직도 IBK기업은행이 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 MC 송해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세대를 뛰어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그리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송해’ 공식이 은행권 안팎으로 화제가 된 것과 관련 “대박이다”며 “오늘(지난달 29일)까지 ‘송해 광고를 보고 왔다’고 밝힌 고객들이 맡긴 수신고가 927억 원에 이른다”며 함박 미소를 지었다.

조 행장은 “‘기업’자가 들어간 은행이다 보니 30~40년 동안 한 번도 거래한 사실이 없는 첫 거래자가 80%에 이른다”며 “927억 원의 송해 효과는 기업은행으로서는 9조2700억 원의 무게를 가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업은행은 송해 홍보대사와 고객과의 만남을 지난 2월에 이어 지난달 27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총 15명의 기업은행 개인고객들이 모인 가운데 가졌습니다. 46세 아줌마부터 94세 고령의 할아버지까지 고객군도 다양했습니다. 90세를 넘은 고객에겐 송해 선생께서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전하는가 하면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주부는 남편보다 송해 선생을 더 챙기는 모습에 관계자들이 난감해 하기도 했습니다”며 감동을 전했다.

특히, 송해 IBK홍보대사가 1호로 가입한 기업은행의 ‘신(新)서민섬김통장’은 지난 27일 현재 23만6478좌, 4784억 원의 실적을 올려 시중은행의 부러움을 샀다.

“기업 최고 대출금리 한자리수로 낮추겠다” 약속

“제가 은행장으로 있는 동안 반드시 중소기업 최고 대출 금리를 한자리 수로 낮출 것입니다” 이는 조 행장이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국민과의 약속이다.

조 행장은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올해 초부터 2% 인하해 올해 최대 4000억 원의 이익이 줄어들 상황인데도 앞으로 더욱 금리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해 주는 예금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은 은행의 당연한 도리인데다 국가적 화두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은행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조 행장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요구는 첫째 필요한 돈을 줘라, 둘째 담보보다 신용대출을 해 줘라, 셋째 금리를 낮춰 달라로 요약된다. ‘9988’, 즉 99%의 중소기업과 88%의 중소기업 근로자인 한국사회에서 ‘기업이 성공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래야만 “IBK는 기업만 거래하는 은행이 아니라 5000만 국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은행”으로 반듯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

조 행장은 “일부에서 기업대출금리 인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소기업이 탄탄해야 IBK기업은행도 경영견실화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IBK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따른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이는 중소기업 시장 지배력과 성장잠재력을 감안할 때 ‘저평가’된 만큼 향후 IBK의 주가상승 여력은 높다는 이유다.

특히 올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거치면서 대기업 중심의 정책기조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중소기업 부문에서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IBK의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다. 최근 금리인하의 취지와 진정성이 시장에 전달되면서 IBK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객이 잘돼야 은행도 발전할 수 있고 주주가치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올해 초 은행권 처음으로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2%인하 했다. 배경과 이유는.
▶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외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완화를 위해 대출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했다. 단기적으로 은행의 순이익이 줄어들겠지만,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중소기업들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은행의 충성고객이 되어 지속성장 기반이 되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은행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한자리 수로 중소기업 최고 대출 금리를 낮추겠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 최근 두바이 등 중동출장을 다녀왔다. 중동의 달러화 채권인 글로벌 본드 발행 타진이었나.
▶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나 유동성 위기를 대비하여 조달통화와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다. 중동 IR을 다녀 온 것은 중동국가의 금융당국과 투자자들과의 관계(Relationship) 형성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최근 출장 이후 중동지역의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USD 차관단 여신 및 사모채권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 기업은행 역사가 벌써 50년을 넘었다. 경영 목표는.
▶ ‘100년 은행, IBK’의 초석을 놓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이미 시중은행을 상회하는 경영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만 거래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다. 앞으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으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

- 금융권 환경이 지주회사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또 공공기관 해제와 더불어 IBK도 민영화 등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닌가.
▶ 기업은행은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중소기업 발전과 서민경제 안정을 위한 값진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지주사 전환에 우선하여 ‘One-IBK’체제를 구축하여 은행과 자회사가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세계 금융위기 이후 G20의 금융개혁은 위기의 주범을 없애기로 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덩치불리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이제 은행권에서 대형화를 위한 규모경쟁은 무의미해졌다. 중요한 것은 체격이 아니라 체력과 스피드다. 우리는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 중소기업 금융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IBK의 동반성장에 대한 구상은.
▶ 동반성장은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동반성장 협력사업의 선도은행으로서 관련 상품 및 협약대상을 적극 확대하겠다.

- IBK의 주가를 어떻게 보는가.
▶ IBK 주가는 중소기업 시장 지배력과 성장잠재력을 감안할 때 저평가되어 있다. 최근 IBK에 대한 시장평가가 우호적으로 선회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 고졸행원 채용에 이어 다문화 인력의 공채를 추진하고 있다.
▶ 외국인 거래가 많은 영업점의 의사소통 애로점을 해결해 고객의 편의를 증대시키고자 하는 차원에서 추진하게 됐다.

- 요즘 기업은행의 송해 광고가 화제다.
▶ 2012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이미를 확고히 구축하는 원년이다. 송해 홍보대사는 세대를 뛰어 넘어 가장 사랑받는 현역 MC 아닌가. 송해광고는 우리가 추구하는 따뜻하면서도 진실 되고 진정성이 있으며 정감 있다고 생각한다. 대박이다.

- ‘행원에서 은행장’까지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 어깨가 무겁다. 직원들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100년을 향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꿈과 소망을 갖고 있다. 하나는 직원들이 눈뜨면 출근하고 싶고, 월요일이 행복한 직장을 만들고 싶다. 다른 하나는 32년째 나와 함께 동거동락한 중소기업들이 자기들을 이해하고 생각해 주는 행장도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 그래서 나의 청춘의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진 IBK를 떠날 때 마음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받으면서 떠나는 행장이 되고 싶다.
<대담·정리=서원호 취재국장> 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