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는 불법 저질러도 괜찮다”

두산, 그 일그러진 자화상

2012-04-03     강길홍 기자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두산그룹(회장 박용만)이 족벌경영 체제를 강화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주회사격인 (주)두산은 최근 사내이사 6명 중 4명을 오너일가로 채웠다. 이로 인해 이사회의 독립성이 저하되고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박용성 회장 등은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도 있다. 이들은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 선임도 논란 거리다. 회장과 고교 동문이거나, 타 기업 감사위원을 맡으면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인사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두산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박용만 회장 역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오너家의 불법행위에 대한 관대함이 두산 주주총회에서 다시 한번 재연됐다.

‘형제의 난’으로 횡령 혐의 드러난 박용성 회장 선임
그룹 새 수장도 유죄 판결 받았던 박용만 회장

㈜두산은 지난 30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변경,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등 오너家를 비롯해 이재경 부회장 등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사내이사 6명 가운데 4명이 오너일가로 채워지면서 두산그룹의 족벌경영체제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지배주주로서 책임경영에 나서기 위해 사내이사를 맡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산 측의 설명대로 그동안 재벌 총수가 막후에서 경영을 지시하면서도 등기이사에 올라있지 않아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오너가가 사내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사회를 장악한 오너가를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빠지지 않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사내이사 총 6명 중 4명이 지배주주 및 가족들도 구성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오너가 가운데 과거 불법행위로 인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박용성 회장과 이재경 부회장은 두산그룹 ‘형제의 난’으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두산그룹 ‘형제의 난’은 2005년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이 당시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에게 회장직을 동생인 박용성 회장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박용오 회장은 이에 반발해 이사회 하루 전날 ‘두산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 사건으로 박용성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80억 원을 선고받았고, 이재경 부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또 박정원 회장은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유상증자 대금 이자를 회사에서 대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주주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 비자금 조성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범죄전력이 있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않도록 국민연금 등에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내이사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 선임도 논란거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서대원 국가브랜드위원회 국제협력분과 위원장은 박용성 회장, 박용현 이사장과 고교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고, 남익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7년부터 태광산업 감사위원을 맡으면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개인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 2009년부터 ㈜두산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는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이 문제로 지적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서대원 위원장은 지배주주 일가의 고교 동문으로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되고, 남익현 교수는 사외이사로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의사결정을 하였으므로 사외이사로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배주주가 사내이사를 맡는 것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이사회 견제를 떠나서 사업이 잘 돼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은 지난달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선임했다. 두산그룹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부터 박용현 이사장이 맡아 오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형제의 난’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을 선고받았다.

두산그룹의 경영권은 형제간에 수평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에 따라 4남인 박용현 이사장에 이어 5남인 박용만 회장이 물려받게 된 것이다. 6남인 박용곤 이생그룹 회장은 타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 다음 경영권은 장남 박용곤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용만 회장이 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두산그룹의 다음 경영권이 박정원 회장에게 바로 넘어갈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따라서 박용만 회장의 임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