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사업철수 ‘실체’ “밥캣에 먹힐까”가 이유?

2012-04-03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두산그룹(회장 박용만)이 최근 계열사를 매각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상공업체 계열사의 매각은 현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지만, 그룹으로 위상을 다져온 비주력사업에 대한 철수 작업은 석연찮다는 게 주변의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밥캣 인수에 따른 승자의 저주가 두산에 드리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유동성 위기를 탈피한 두산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완전하게 벗어났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두산은 올해 들어 커피전문점과 수입차 딜러 사업 철수는 물론 추가로 일부 사업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며 종합중공업 그룹으로 위상을 다져온 만큼 비주력 사업에 대한 철수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두산이 SRS코리아 매각을 위해 홍콩 사모펀드와 협상을 벌였으나 무산된 것 역시 최근 CJ, 농심, 신세계 등이 관심을 보임에 따라 두산의 매각작업은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외에 수익성이 저조한 두산동아와 두산건설 자회사인 렉스콘, 사료생산업체인 두산생물자원도 철수 대상으로 거론 중이다. 이중 두산생물자원은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어 농협이 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비주력사업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피했다.

그룹 관계자는 “(소상공업체 계열사 매각은)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며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두산의 추가 사업철수가 가시화될 경우,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인 DIP홀딩스가 지분을 갖고 있는 방위산업체 두산DST,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분할된 지게차 생산 회사인 두산산업차량 등이 우선적으로 지분매각 검토대상이 될 전망이다.

승자의 저주설 드러워지나

때문에 금융권을 중심으로 두산의 계열사 매각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 금융권에서는 단순한 매각수순이라는 두산 측의 입장에 다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두산이 밥캣 인수 과정에서 차입했던 자금 만기가 1~2년 내에 가시화되기 때문에 계열사의 지분 매각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계열사 매각이 이루어지는 곳들은 대부분 대기업답지 않은 수준의 매출로 연명하는 계열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과 매출 하락에 따른 우려가 공존한 것이란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두산의 밥캣 인수가 애초부터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이 여전한 상황에서 계열사의 매출 하락은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밥캣은 인수 당시 환율로도 5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수건인 데다가 누적된 적자로 인해 모 그룹까지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도 두산은 그룹 내 계열사를 중심으로 수천억 원의 수혈에 나섰지만 지난 회계연도까지도 밥캣은 적자를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밥캣은 2009년에 5억4300만 달러, 2010년에는 2억26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내놓은 두산그룹 리스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두산건설과 DII(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 옛 밥캣)의 재무 부담은 남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때문에 밥캣의 인수부담금을 털기 위해서라도 두산의 계열사 매각은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밥캣 인수자금과는 전혀 무관하다. 최근에도 자사주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며 자금부족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계가 두산그룹의 계열사 매각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의 밥캣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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