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한미 FTA, 진정한 자유무역아냐"
2010-12-28 장진복 기자
장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 등의 주최로 열린 열린 '새로운 자본주의와 한국경제의 미래' 강연회를 통해 "미국의 차(車)와 쇠고기 등을 무관세로 수입하면 일본 차(車)와 호주 쇠고기를 차별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선진국과 맺는 FTA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수준 차이가 나는 나라와 FTA를 맺으면 시장확대로 단기적 이익은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뒤떨어진 나라가 앞선 나라를 따라잡는 데 장애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5등 하는 학생을 1등만 모아놓은 반에 집어넣으면 자극이 돼 1등이 될 수 있지만 10등 하는 학생을 1등반에 집어넣으면 자극은 되겠지만 능력이 떨어지고 기가 죽어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아직 5등짜리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80%수준까지 가면 따라잡을 확률이 있지만 현재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선 '모든 나라와 FTA를 맺으면 되지 않냐'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되면) 협상비용도 많이 들고 예외규정도 많이 만들어져 뭐가 뭔지를 알 수 없게 된다"며 "다 같이 한 번에 협상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질서를 왜 (한국이) 앞장서서 깨고 다녀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화두가 된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감세된 부분이 투자로 들어갈 수 있는 정책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성장이 안 될 수 있다"며 "세금이나 세율 자체를 갖고 얘기하는 것보다 세금을 걷어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쓰냐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장 교수의 주장에 대해 "예술 시장도 한계에 봉착했다. 국가적으로 FTA를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시장 확대의 선택이 아닌가"라고 맞섰다.
같은당 백성운 의원 역시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경쟁했을 때 도태될만한 수준인가'를 생각해 봤을 때 오히려 (FTA를) 도전으로 받아들여 일류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정도에 와 있지 않는가"라며 "큰 틀에서 봤을 때 FTA를 맺는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두언 최고위원은 인사말에서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온 우리 자신을 심각하게 되돌아볼 때가 됐다"며 "한나라당이 이 시점에서 그 일을 게을리 한다면 한 순간에 일본의 자민당 신세로 전락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