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금융위-카드업계 치고받았다

"상부지시 말도 안된다" 논란

2012-03-20     이범희 기자

규율이 없고, 무질서한 금융권 내부 충돌 심화 중
카드업계, 금융위 체크카드 활성화에 ‘부정적 여론’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금융권이 시끄럽다. 시중은행과 카드사들을 비롯한 금융권은 물론이고, 이를 규제할 금융당국마저도 상충되는 의견만을 표출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행보는 그야말로 규율이 없고 무질서한 병졸 또는 군중을 뜻하는 오합지졸(烏合之卒)인 격이다. 그 실태를 파악해본다.

최근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와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이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는데 감사원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불공정거래와 회계감리 부정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는 증권선물위원회 감사를 진행하면서 최고 수준의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건에 대해 “왜 봐줬냐"고 캐물어 관계자들을 질리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렇다보니 금감원의 금융회사 제재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결국 감사 불똥이 금융사에 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 시중은행에선 향후 있을 감사의 제재 수위를 놓고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한 달 새 직원들의 비리와 횡령 의혹이 불거진 은행일수록 감사원의 행보를 예의주시 중이다.

S은행 관계자는 “배임·횡령 사건에 대해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아직 금융위의 제재수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금융당국과의 마찰이 불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찰 이전의 사건이 크게 부각되면 은행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인사의 탁상행정 ‘지적’
카드업계도 당국의 행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에서 체크카드 활성화에 나섰는데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당국조치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현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체크카드는 매입사가 따로 없이 이미 가맹점들은 카드사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회원들은 그 속에서 부가서비스 혜택을 받는 구조가 고착화돼 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고, 바꾸면 가맹점이나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언급한다. 따라서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은 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카드사가 노력하고 당국이 밀어붙여도 소비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거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이 성공할 수 없었던 것도 당국은 체크카드 소득공제 추가 상향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좌초되었는데, 소비자들이 쓰던 신용카드를 버리고 체크카드로 변경할 이유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위의 정책 사항 중 ‘7등급 이하 신용카드 발급 금지 정책’에 관해서도 불신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발급자체를 못하게 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이다. 발급하게 해주고 한도를 적게 주면 되는데 왜 이런 정책을 펴는지 모르겠다”며 금융당국의 탁상행정을 꼬집었다.

일각에선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이번 대립을 정치권에 빗대기도 한다. 금융권을 규제해야 할 금융당국의 상부로 올라갈수록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인사들 중에는 금융과는 거리가 먼 ‘낙하산 인사’들이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눈 먼 행정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금융당국 사람들의 답답한 소리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정권 말기가 될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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