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결국 ‘정치력’만이 해결책?
정치인 되는 다크호스 여전히 ‘법조인’
하지만 사법개혁은 사법부 내부에서 이뤄지기는 힘들고 외부의 힘을 통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사법부 내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서기호·이정렬 판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보며 국민들은 실망했다.
결국 서 전 판사는 사법개혁의 꿈을 안고 통합진보당에 입당해 외부에서 사법개혁의 꿈을 이루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여러 법조인이 자신의 의지를 가지거나 아니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울타리를 떠났다. 특히 선거가 있는 올해에는 많은 법조인들이 법조계를 떠나 권력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의 희생양으로 법조계를 떠난 이들도 있어 그 모습이 대비되고 있다.
자신의 SNS 계정에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판사의 지위를 잃지는 않았지만 6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또한 ‘가카의 빅엿’이라는 글을 올렸던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고 결국 통합진보당에 입당해 정계로 그 소속을 옮겼다.
그는 비례대표 14번을 배정 받아 국회의원 배지를 달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당 지도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서 전 판사는 앞선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사법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는 곧 제왕적 대법원장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서 전 판사는 통합진보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이 되어 (사법계를) 뿌리째 흔들어서 근본적인 사법개혁·검찰개혁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권력에 의해 희생양이 된 서 전 판사지만 반대로 권력을 잡아 잘못된 점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재호 판사 불똥으로 사표까지 낸 박은정 검사
나경원 새누리당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49)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두고 나 전 의원을 ‘친일파’라고 비난한 글을 올린 누리꾼을 기소해달라는 청탁을 박은정(40)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에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은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밝히면서 그 파문은 불거졌다.
결국 박 검사는 김 판사에게 기소청탁 받은 것을 시인했고, 수사당국에서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박 검사는 결국 사표를 제출했으나 검찰은 이를 반려했다. 이에 박 검사는 휴가계를 내고 휴가를 떠났다. 아직까지 박 검사의 향후 거취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미 사표를 냈기 때문에 그가 결국에는 검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기소 청탁을 받아들인 것은 그의 잘못이라 할 수 있지만 만약 그가 자리를 떠난다면 그것 또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법개혁은 정치로 해결?
이처럼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자의로 자리에서 물러나 정치권을 향하는 경우도 흔히 발견된다.
박은정 검사와 사법고시 동기인 백혜련 전 검사는 지난해 11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지적하며 자리에서 물러나고는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백 전 검사는 입당 기자회견에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대검 중수부부터 폐지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될 경우 사법개혁에 역할을 할 것임을 드러냈다.
백 전 검사와 같은 날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송호창 변호사도 “정치개혁, 새로운 변화를 위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겠다”며 정계 입문 이유를 밝혔다.
송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무차장과 국가인원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만약 이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사법개혁에 고삐를 바짝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 마피아’란 오명 조속히 벗어야
18대 국회의원 중 법조계 출신은 7.4%로 전직 국회의원과 정당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전직 국회의원 출신 중에도 법조계 출신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 실제로는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인식한 듯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다양한 직업군 후보들을 영입하는 노력을 했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로 봤을 때 그 노력은 일종의 ‘제스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법조계를 거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다.
일체의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국회의원 겸직금지’ 논란이 선거를 앞두고 불거지면서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시선은 더욱 곱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18대 국회의원 중 임기 내에 변호사를 겸직해 세비 외에 별도의 수입을 올린 의원은 38명이나 된다. 이 중 5명은 소득 유무에 대해서만 신고했고, 9명은 소득 유무조차 신고하지 않아 그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들은 법조계 인사들이 정치권에 너무 많이 포진하고 있어 오히려 사법개혁을 막고 있다며 ‘법조 마피아’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정치권에 발을 들인 법조인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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