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式 ‘펀(Fun) 경영’ 침묵

SK 오너리스크에 울상인 사연

2012-03-13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최태원 SK회장의 ‘Fun경영’이 주춤하고 있다.
 
연이은 검찰수사에 이어 국세청 조사, 최근에는 계열사인 SK텔레콤이 수억 원을 투자한 라이트스퀘어드의 이동통신사업에 대해 미국연방통신위원회가 사실상 불허방침을 밝혀 SK텔레콤의 투자손실이 우려된다.

더욱이 SK그룹 역시 라이트스퀘어드의 모회사인 하빈저캐피탈에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반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SK 내부에선 웃음을 찾기가 어렵다.

손대는 사업마다 ‘구설’, 기업문화 ‘흉흉’  // 검찰수사 이어 계열사 해외사업까지 ‘울상’

‘Fun경영’은 쉽게 말해 즐거움이자 재미다. ‘Fun’은 개인에게는 친근감, 사회성·창의력 발달에 도움을 주며, 직장에는 집중력과 생산성 향상 등에 매우 적합하다. ‘Fun경영’은 구성원 간의 소통이 중시되던 일부 정보통신(IT) 업체를 중심으로 생겨났으나 이제는 거의 모든 업종으로 넓게 퍼졌고, 그 전파자 역할을 한 것이 최 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SK에는 ‘인간중심 기업문화’, ‘행복경영’을 강조하는 ‘Fun경영 문화’가 계열사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특히 주력계열사 중 하나인 SK텔레콤은 ‘Fun’과 ‘Energizer’의 합성어인 ‘퍼너자이저’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해 경영진이 직접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또 다른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 역시 매년 연말이면 1000여명 전 직원이 참석하는 송년회를 열고 사옥을 이전할 때는 회의실 이름을 하나하나 직접 공모해 재밌게 짓기도 한다. 기업 광고를 통해서도 SK의 ‘Fun+행복’ 콘셉트는 익히 알려져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SK

하지만 지난 연말부턴 SK에서 ‘Fun+행복’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Fun+행복’ 이미지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오히려 최 회장의 목을 죄는 것은 물론 임직원 성과급 비자금 연루 의혹이 확산되면서 직원 간 신뢰도 역시 바닥을 쳤다. 물론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의 Fun 경영철학이 최근에는 미흡해진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최 회장이 임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수사에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검찰이 SK그룹 계열사들의 인센티브 보너스 지급 현황과 관련 계좌를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최 회장은 조성한 비자금을 선물 투자에 활용하거나 투자 손실을 메우는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동안의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가능하다. 더욱이 최 회장이 과거 경제 범죄로 처벌된 전력도 있어, 이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의 웃음기도 사라질 전망이다.

SK텔레콤도 지난달 14일 해외진출 실패로 수억 원 가량의 손실이 예견되고 있어 기업 내에서 웃음을 찾아보기 어렵다. SK텔레콤이 투자한 미국 라이트스퀘어드의 이동통신사업에 대해 미국연방통신위원회가 사실상 불허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라이트스퀘어드가 추진하는 4세대 네트워크망 서비스가 GPS 등의 전파를 방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같은 문제가 완전히 해결 되지 않는 한 허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라이트스퀘어드의 모회사인 하빈저캐피탈이 큰 타격을 입게 되면서 펀드수익이 급감하게 되면 이곳에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SK 역시도 이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빈저캐피탈은 지난해 46%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미 반토막이 난 상태에서 더 큰 폭의 추가 손실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업을 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SK텔레콤의 투자금 회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라이트스퀘어드 자체도 부도설과 매각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아직 손실 규모가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사업 투자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검찰의 성과급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선 “계열사 CEO들이 공동경비로 쓰기 위해 매년 30여억 원씩 모았던 것으로, 기업 경영을 위한 현금성 경비로 사용했다”면서 “비자금이라면 이중장부이겠지만 정식으로 회계 처리됐다”고 반박했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