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를 분석한다
强 “MB 최측근으로 다른 실세들과 차별성”
弱“지지율 저조, 킹아닌 킹 메이커 이미지”
2010-12-07 전성무 기자
이재오 특임장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2008년 총선에서 패배, 한 때 야인으로 울분을 삼키던 이 장관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컴백, 주목을 받더니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 배지를 되찾은 후 특임장관으로 화려한 귀환을 했다. 개헌론을 설파하고 각 계파 의원들을 만나는 등 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미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정가의 추측을 수긍케 한다. 그의 강점과 약점을 해부한다. [편집자 주]
인터뷰에 참여한 여론조사 및 정치 컨설팅 전문가들은 이재오 특임장관의 최대강점으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꼽았다. 또한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면서 보여준 업무추진력과 비리척결 노력은 타 정권실세들과는 구별되는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강점(strength)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이재오 장관이 보여준 업무추진력과 공무원 비리행위 등에 대한 척결 노력 등은 다른 정권실세들이 보여주지 못한 그만의 강점이었다. 아울러 청렴하고 청빈한 친 서민적 이미지도 이 장관이 가진 강점이다.”(이택수)
“‘킹 메이커’로서 대통령의 최 측근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창출을 한번 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감각이 탁월하다. 지난 7·28 재보선에서 극적으로 당선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 지원도 마다하고 ‘나홀로 선거’를 하면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은평구민 표심을 잡지 않았나.”(김미현)
“현 정권의 2인자, 즉 대통령의 최 측근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한나라당 내 다수의 지지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민중당 시절부터의 정치행보를 통해 독자적인 ‘이재오 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대통령의 최 측근이면서도 든든한 우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파 간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친서민적 이미지도 강점 중 하나라고 본다.”(황인상)
약점(weakness)
정치 전문가들은 이 장관의 약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거칠고 일방적인 이미지, 낮은 지지율, 운동권에 몸담았던 이력 등이다. 종합하면, 거친 이미지와 함께 지지율까지 낮은 이 장관은 운동권 경험으로 인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어정쩡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재보궐선거에서 보여준 90도 인사법으로 많이 상쇄되긴 했지만 여전히 거칠고 일방적인 듯 보이는 이미지는 극복하기 힘든 약점이다. 극복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그 약점이 솔선수범과 강력한 업무추진력의 이면에 숨겨진 그늘이기 때문이다. 마치 동전의 앞뒤면 같이 지금까지의 행보로는 양립이 불가피했다.”(이택수)
“지지율이 낮은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본인은 자신의 인지도가 높을 줄 알고 있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운동권 출신이면서도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으로 온 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어정쩡한 정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김미현)
“과거 운동권에 몸담았던 경험이 약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이 당내에서 이슈화 되지는 않지만 막상 대선에 출마한다면 사정이 다르다. 진보진영의 선두주자로 있다가 보수정당으로 옮긴 과정이 꼬투리 잡힐 수 있다. 당 내 보수계 주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황인상)
기회(opportunity)
이 장관에게 기회는 곧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것이란 분석이다. 박 전 대표에게 위기가 찾아오면 곧 이 장관에게는 기회가 된 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북한의 연평도 피격으로 인한 국민들의 안보의식 변화가 이 장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 친이계 대권 주자군 중 한 사람으로 본인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이미 다른 사람들의 입에 의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 기회요인인 것이다. 잠룡으로서의 지지율도 많이 올라 리얼미터 한나라당 예비주자군에서 재보궐 선거 이후 지지율이 2배가량 올랐다.”(이택수)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의 경우 북풍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번 연평도 피격사건은 차원이 다르다. 국민들의 관심사가 북한과 ‘전쟁할 것이냐’, ‘전쟁하면 안 된다’로 바뀌고 있다. 차기 총선은 물론 2012년 대선까지 이 관심사가 표심으로 나타날 것이다.”(김미현)
“한나라당에서 요즘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이 표면화 되는 조짐을 보이는데 이것이 기회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이상 징후가 보인다거나 이로 인해 ‘박근혜 위기론’이 형성되면 계파를 형성하고 있는 이 장관이 대항마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여당 내 박 전 대표 말고 독자적인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정몽준 전 대표도 계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 일선에서 쉽게 물러난 것이다.”(황인상)
위기(threat)
전문가들은 이 장관의 경우 강점이 곧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박 대통령(MB)의 최 측근이란 강점이 있지만 MB의 임기 후반 레임덕이 이 장관의 지지율을 동반하락 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정권 실세로서 MB의 임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활동반경이 줄어들 것이고 정권 후반기에 나타나는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부패, 비리 등 인화성 강한 스캔들이 폭발할 경우 그 파편으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다. 여당 내에서도 힘의 균형이 박근혜 전 대표로 급격히 쏠릴 경우 소수 계파의 수장으로서 활동반경이 갑작스럽게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택수)
“이재오 특임장관의 경우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강점이 곧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재오는 ‘킹 메이커’이지 킹이 아니다. 지금 한나라당에서 가지고 있는 파워와 카리스마는 현재의 MB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MB의 임기 도중 레임덕이 찾아오면 어떻게 되겠나. 권력이 한줌의 모래처럼 사라지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김미현)
“박 전 대표의 위기가 이 장관의 기회였다면 ‘박근혜 대세론’은 곧 이 장관의 위기가 될 것이다. 대세론이 여당 내에서 정착된다면 이 장관이 대선주자로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 지지율도 현재 박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반면, 이 장관의 지지율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 정권2인자라는 자리도 강점이자 위기요인이다. MB의 행보에 따라 지지율이 동반상승, 동반하락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황인상)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인터뷰에는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김미현 동서리서치 소장,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 등 3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