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GS샵 제친 CJ 오쇼핑
[맞수열전 6] 최후에 웃는 자는 누구?
CJ오쇼핑,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 1위 올라
해외사업·실적 부진에 매각설 시달리는 GS샵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GS샵(사장 허태수)과 CJ오쇼핑(사장 이해선)은 지난 1995년 8월 1일 첫 방송을 함께 시작했다. GS샵은 만능리모컨을 팔았고, CJ오쇼핑은 뻐꾸기시계를 내놨다. 실적은 미미했다. 방송 첫해의 실적은 양사를 합쳐 39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홈쇼핑이 새로운 유통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양사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먼저 앞서나간 것은 GS샵이다. 1997년 이후 지금까지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흔들리고 있다. 매출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GS샵이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CJ오쇼핑이 오히려 앞서고 있다. 해외사업에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GS샵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동안 CJ오쇼핑은 꾸준한 성과를 올렸다. 이 때문에 올해 이들 가운데 최후에 웃는 자는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선두 달리던 GS샵 위상 추락중
지난 1994년 GS샵은 CJ오쇼핑(옛 39홈쇼핑)과 함께 홈쇼핑 사업자로 선정됐고, 이듬해 8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첫 방송 때 판매된 상품은 ‘하나로 만능 리모컨’이었는데 주문 건수가 10건에도 못 미쳤다. 이마저도 사내 직원들이 구매한 덕분이었다. TV로 소개되는 제품을 전화로 주문하는 방식을 국내 소비자들은 낯설어 했다. 사업 3년차까지도 취급액은 10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1997년 불어 닥친 외환위기는 기회가 됐다. GS샵은 판로가 막힌 중소기업 상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지금까지 업계 1위로 군림하고 있다. 카탈로그 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간 GS샵은 2001년 12월 업계 최초로 거래규모 1조 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했다. 우리홈쇼핑·현대홈쇼핑·농수산홈쇼핑이 새롭게 홈쇼핑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GS샵은 매출 기준으로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CJ오쇼핑에게 덜미를 잡혔다. 분기별 매출 실적이 CJ오쇼핑에게 뒤진 것은 15년 만이었다. 연이은 4분기에도 GS샵은 CJ오쇼핑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연간 매출에서도 순위가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사업에서도 GS샵은 고전하고 있다. 특히 GS샵은 업계 최초로 중국에 진출하고도 중국 정부의 방침으로 철수해야 했고, 그동안 CJ오쇼핑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GS샵은 중국 재진출을 위해 2010년 12월부터 중국 대형마트 CP로터스 4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홈쇼핑 사업 부진이 이어지자 GS그룹이 GS샵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GS그룹은 앞서 GS스퀘어와 GS마트를 연이어 매각하면서 유통사업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GS샵도 GS강남방송과 GS울산방송의 매각에 나서면서 이러한 소문을 부채질 했다.
GS샵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GS샵 매각과 관련해 어떠한 얘기도 한 적이 없는데 외부에서 자꾸만 매각설이 흘러나와 곤혹스럽다”며 “GS샵은 사업 성장을 위한 꾸준한 투자활동과 장기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매각설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CJ오쇼핑 "우리의 경쟁 상대는 QVC"
39홈쇼핑을 인수한 CJ는 유통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삼으면서 CJ오쇼핑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CJ오쇼핑은 오랫동안 GS샵의 벽을 넘지 못하는 2등 업체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해는 달랐다. CJ오쇼핑은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4% 신장한 2122억 원을 기록하면서 GS샵을 넘어섰다. 4분기에도 GS샵보다 36억 원 많은 266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간 매출액에서는 8947억 원으로 9061억 원을 기록한 GS샵에 근소하게 뒤졌지만 매출 추이로 봤을 때 올해는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에서는 CJ오쇼핑이 1324억 원을 기록해 1061억 원에 머문 GS샵을 이미 크게 앞서고 있다. CJ오쇼핑은 PB상품 등의 온리원상품과 인터넷 부문의 성장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CJ오쇼핑 측은 해외 매출까지 포함하면 이미 GS샵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CJ오쇼핑은 지난 2004년 4월 1일 동방CJ를 통해 중국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7월 전국 사업권을 획득해 상하이와 광저우 지역에서 추가 채널을 확보했다. 2009년 3월에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인도에 진출해 스타CJ를 설립했고, 2010년 3월 베트남 제1의 케이블TV 사업자인 SCTV와 설립한 합자법인 SCJ TV도 지난해부터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시작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에 CJ프라임쇼핑을 설립했고, 11월에는 태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지엠엠 그래미(GMM Grammy)사와 합작투자 조인식을 갖고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사업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온 CJ오쇼핑이지만 인터넷·모바일 등에서는 아직까지 GS샵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CJ오쇼핑은 올해는 모바일과 인터넷 분야를 강화해 GS홈쇼핑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CJ오쇼핑 관계자는 “TV홈쇼핑의 경쟁이 가열되고 매출 신장에 한계를 보이는 만큼 모바일·인터넷 분야의 투자를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세계 1위 홈쇼핑 업체인 QVC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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