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당 폭행 사건의 진실, CCTV는 알고 있다?

엇갈리는 진술 속 진실공방

2012-02-28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전국을 뜨겁게 달군 ‘채선당 사건’은 진위 논란이 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유명 샤브샤브 전문점 채선당이 천안 불당점 종업원의 임산부 폭행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수세에 몰려있던 채선당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사건이 반전되는 양상이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임산부 폭행 논란의 사실관계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채선당 “CCTV 확인하니 임산부 배 차지 않았다”
경찰 “아직 아무것도 분명히 결론 난 것 없다”

 

지난 17일 오후 1시 30분 충남 천안시 불당동의 채선당 가맹점에서 일어난 임신 6개월의 손님과 종업원의 다툼이 가져온 후폭풍은 거셌다.

인터넷 여론재판

손님 유모(32)씨는 이날 밤 10시 4분 인터넷 카페 ‘맘스 홀릭 베이비’에 “임신 24주 된 맘이예요. 오늘 천안 채**식당 종업원에게 배 폭행 당했어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유씨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가 종업원 홍모(45·여)씨와 말다툼 끝에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주문을 하기 위해 벨을 누르려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아 종업원을 직접 불렀는데 종업원이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고 벨을 눌러라’며 삿대질과 함께 반말로 소리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기분이 상해 식당을 나오던 유씨는 혼잣말로 “뭐 이런 싸가지 없는 식당이 다 있냐”라고 했고, 이 말을 들은 종업원이 “나 무시하냐”며 머리채를 잡았다고 유씨는 주장했다. 유씨는 종업원에게 임신 6개월이라는 사실을 알렸지만, 종업원이 자신의 배를 걷어찼고 점주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서 있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이 글에는 119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간 유씨에게 “경찰이 합의하는 쪽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모성’을 자극한 이 글의 파급력은 거셌다. 유씨의 글은 SNS와 인터넷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채선당’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채선당은 지난 18일 “글의 내용을 확인한 후 가맹점에 대해 폐업 조치를 비롯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가맹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사과드린다”며 파문 차단에 나섰다.

채선당의 사과문 게제에도 파문은 오히려 더 확산됐다.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기도 전에 SNS과 인터넷을 통해 여론재판이 이뤄졌다. 네티즌들 사이에는 ‘채선당 불매운동’까지 거론되는 등 기업 전체가 타격을 입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여기에다 가수 신해철씨가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채선당 분당점에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경찰도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경찰이 합의를 종용했다는 유씨의 주장 때문. 이에 이종욱 천안 서북경찰서장은 트위터를 통해 “다소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 부분이 있어 공정하게 수사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반격에 나선 채선당

상황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자 채선당 측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유씨의 글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채선당이 대반격에 나선 것.

채선당 측이 최근 발생한 논란과 관련해 입을 열게 된 배경은 기업의 이미지가 급격히 훼손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선당 측은 지난 22일 보도 자료를 내 “이번 건의 경우에는 채선당 전체의 치명적인 이미지 하락과 함께 막대한 영업적 차질이 발생한 사건이며 동시에 전체 가맹점 식구의 명예가 걸려있는 사안이다”라며 “본 건의 전말을 정확하게 알리고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회사의 공식입장을 밝힌다”고 전했다.

채선당 측은 “CCTV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건은 그동안 알려진 사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며 “종업원이 임산부의 복부를 발로 찼다는 손님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며 점주가 싸움을 방치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유씨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손님이 종업원을 비하하는 발언과 도를 넘은 행위가 발단이 됐다”고 강조했다.

채선당 관계자에 따르면 CCTV를 통해 나타난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손님이 식사를 마친 뒤 돈을 내지 않고 나가자 종업원이 따라 나가며 손님 등을 밀치며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일어난 손님이 양손으로 종업원 머리를 붙잡고 종업원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다툼이 벌어지자 매장 안에 있던 사장이 달려 나와 두 사람을 적극적으로 말렸다. 이 과정에서 뒷걸음치던 손님이 주저앉자 사장이 손님을 부축해 세워줬다.

채선당 관계자는 “사회적 비난에 시달리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해당 종업원과 점주는 어떤 심정이겠느냐”며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듯 반대편에 있는 사장과 종업원의 생명과 안전 역시 중요하다. 잘못된 사실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기 위해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CCTV 확인 결과 점주는 싸움을 적극적으로 말렸다. 제풀에 스스로 넘어진 손님을 부축해 세워주는 장면까지 CCTV에 찍혔다”며 “배를 걷어찬 것은 종업원이 아닌 손님으로 종업원 앞치마에 찍힌 손님 발자국은 경찰에 증거로 제출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매출 하락도 큰 문제”라면서 “하지만 이에 앞서 채선당 매장에서 불명예스런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종업원이 끝까지 참지 못하고 다툼을 벌였다는 부분에 대해서 고객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아직 조사 중으로 어느 한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경찰은 채선당 측의 주장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분명히 결론 난 것은 없다”며 “종업원과 손님 측 모두 기존 진술에서 변동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양 측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는 25일 양측을 모두 불러 대질신문할 계획이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한편 유씨는 논란을 촉발했던 글을 삭제한 상태다. 유씨가 입원했던 천안의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병원에 입원했던 유씨는 23일 퇴원했다”고 밝혔다.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