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조기대세론’ 스타트
박근혜 ‘2012 대선’ 광폭행보 여권 잠룡들 “밀리면 끝이다”
2010-11-30 전성무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권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 모습이다. 그동안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며 세를 관망하는 모습을 보여 왔던 그가 최근 들어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선수를 빼앗긴 뼈아픈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조기대세론’을 정착시키기 위한 포석이란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여권 내 다른 차기 주자들은 박 전 대표의 ‘조기대세론’ 확산을 막기 위해 견제구를 날리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전개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광폭행보를 따라가 봤다.
박근혜 전 대표가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차기 대선을 2년 여 앞두고 슬슬 몸을 풀며 ‘조기대세론’ 정착에 발을 맞추는 형국이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지지율 면에서 부동의 선두를 달리는 박 전 대표가 본격 대선국면 진입을 앞두고 조기 세 확산을 꾀하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 발 늦은 행보를 보여 선수를 빼앗기는 바람에 패배를 감수해야 했던 뼈저린 실수를 만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박 전 대표의 외부세력 규합을 위한 대외행보다.
부산 방문 지지세력 재확인
박 전 대표는 지난 11월 20일 부산을 방문했다.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포럼부산비전’ 정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세 과시장이 됐다. 총회를 연 ‘포럼부산비전’이라는 단체는 2006년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외곽조직으로 출범했다. 현재 부산 지역 전문직 종사자 등 1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날 행사장에 박 전 대표가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환호했다. 행사가 끝난 뒤 식사 자리에서는 주변 지역에서 찾아온 시민들과 학생들의 기념 촬영 요구가 잇달았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의 서병수 최고위원과 유기준, 박대해, 허원제, 이종혁, 유재중, 이진복, 현기환, 김세연, 이정현, 이학재 의원 등이 참석, 친박계의 결속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지역발전 전략은 중앙에서 짜서 내려오는 것보다는 기획 단계부터 지역의 역량을 모아서 지역에 맞는 것을 특화하고 거기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그것을 중앙 정부에서 뒷받침할 때 성공 확률이 높다”며 “여러분이 사랑하는 ‘부울경’(부산ㆍ울산ㆍ경남)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발전 전략을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광폭행보는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시사평론가 김대우 씨가 최근 출간한 ‘박근혜와 커피 한잔’ 출판기념회가 다음날인 21일 오전 서울 신수동 거구장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5백여 명의 정계 관계 인사와, 지지자, 출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축사에서 노철래 의원은 “정치와 글을 쓰는 작가 사이에는 어느 정도 가림막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들은 자유롭게 글을 쓰지만, 정치인들은 자기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한다”며 “제가 책을 조금 읽어보니까 김대우 작가가 제시하는 한국의 정치 방향대로 따르면 미래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 정치 상황에서 아주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의 위상을 높여주고 한국의 새로운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어주기 위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탐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한성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팬클럽 중에서 ‘근혜동산’이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정이 간다. 저도 이 카페에 후견인을 자청한지 2년이 됐다. 김대우 작가가 출간한 이 책을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도 내고,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그게 박근혜 대표를 도와드리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도 많이 읽어주고 응원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대우 작가는 책을 쓴 동기에 대해 “만약 다음 주에 선거가 있다면 박근혜 대표가 당선될 것이다. 한 달 후에 선거가 있다고 하면 아마도 박근혜 대표가 당선될 것이다. 하지만 1년 후의 일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이 책은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치적인 상상력을 통해서 미래를 준비하고, 앞날을 예측한다면 정치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출판 기념회 후 박 전 대표의 팬 카페 ‘근혜동산’의 창립 2주년 행사도 함께 열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몰리면서 대대적 ‘세’를 과시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인근 모 농장을 방문해 자신의 팬 카페인 ‘호박가족’ 회원들과 가을수확을 함께하기도 했다.
외곽지원 단체 출범, 정치권 긴장
박 전 대표의 외연 확장에 발맞춰 새로운 외곽 지원 단체들의 잇따른 출범도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산에 이어 최근 광주에서도 박 전 대표 지지조직인 ‘호남연대’가 광주 서구 농성동에서 정식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류는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전통적 텃밭인 영남에서 세종시 논란 이후에는 충청으로 넓혀지더니 최근에는 호남지역 전반으로 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 전 대표가 지난 10월 국정감사 기간 동안 광주를 찾았을 당시 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돼 눈길을 끈 바 있다.
또 박 전 대표 지지를 표방했던 ‘국민희망포럼’도 오는 12월 말 공식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단체는 출범에 앞서 막판 조직정비 작업을 가속화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 하지만 지난 10월 8일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를 보면 박 전 대표는 호남에서도 18.3%로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13.6%), 손학규 대표(12.8%) 등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전날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19.6%를 기록해 선두를 차지했다.
이는 야권에서 마땅한 ‘박근혜 대항마’를 찾지 못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지만 호남 정서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부인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박 전 대표의 전국 지지율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4주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간 리얼미터가 지난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30.6%로 1위를 기록했다.
박 전 대표는 10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서 30.9%를 기록한 뒤 10월 넷째 주 31.4%, 11월 첫째 주 31.5% 등 꾸준히 30%대를 유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밖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주보다 0.2%p오른 11.3%로 2위를 차지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0.7%p 떨어진 10%로 3위에 그쳤다.
이어 한명숙 전 총리(9.4%), 김문수 경기도지사(8.5%), 오세훈 서울시장(8.4%),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5.0%),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4.5%) 순이었다.
김문수, ‘박풍’에 밀리면 어쩌나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인한 ‘조기대세론’ 정착은 곧 여권 내 다른 차기 주자의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최근 박 전 대표를 향한 견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 경기지사는 지난 11월 17일 관훈토론회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세종시를 바라보는 측면에 대해서 박근혜 전 대표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한 패널의 질문에 “물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박 전 대표가 선거를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민심의 흐름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적 득실을 떠나 초국가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원안고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김 지사는 ‘세종시에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조건과 환경을 가진 수도 서울을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가르고 쪼개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세종시 추진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그동안 박 전 대표에 대해 ‘큰 지도자’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극진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여 온 것과 대조적이다. 김 지사가 박 전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리면서 여권 내 차기 주자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김 지사 최 측근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선을 의식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밀려버리면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김 지사도 요즘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한 관계자는 “여권 내부에서도 박근혜 대항마 찾기에 고심인데 박 전 대표의 요즘 행보는 누가 봐도 차기 대권을 향한 움직임”이라면서 “대세론이 여권 내에서 조기 정착해 버리면 중앙 무대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세력구도가 개편될 공산이 높아 다들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측면지원 내년부터 가시화?
한편, 그동안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박 전 대표의 외곽지원 단체들은 아직까지 ‘포럼’ 형식에 그친 가운데 본격 행동에 나설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전국을 아우르며 다방면에 포진해 있는 상태이지만 대선국면이 본격화 되는 시점인 내년쯤 조직을 공식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달리 호남연대와 국민희망포럼 등 일부 단체가 조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것은 박 전 대표의 ‘조기대세론’ 채널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다른 조직들도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빠르면 내년 초면 친 박 조직들이 일제히 가동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대선의 뼈아픈 실패를 발판삼아 시동을 건 ‘조기대세론’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