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의 숨겨진 내막
선종구 회장의 골프사랑이 매각사태 불렀다?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경영권 분쟁 이면에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선종구 회장 측의 골프장 건설 추진 잡음이 경영권 분쟁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어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이 차기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선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주주인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 쪽에 힘이 실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선 회장에 대한 불신론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의혹의 진실을 [일요서울]이 파헤쳐본다.
양측 다 자금압박 시달려 매각 나섰을 것
하이마트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11월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하이마트 1대 주주인 유진기업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회장은 공동대표·각자대표·단독대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결국은 유진기업 측에서 대표이사 개임안을 이사회 안건에 부치면서 표 대결 직전까지 갔었다.
그러나 이사회 직전 영업과 재무 부문을 나눠 각자대표를 맡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양측 모두 하이마트 지분을 매각하기로 발표하면서 그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해 또 다시 관심이 모아졌다.
당시 사태에 대해 재계에서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 회장 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과 불신에서 비롯됐고, 마침내 양측 모두 하이마트에 손을 떼면서 결별을 불러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선 회장의 골프장 개발 추진이 유 회장의 불신을 싹트게 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기도 했는데 최근 선 회장이 투자한 골프장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선 회장이 강원도 춘천시의 대규모 부지를 매입해 1500억 원 규모의 리조트골프장을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 회장이 하이마트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과 여유자금 등을 모아 투자한 이 골프장은 지난 2009년 9월 강원도와 춘천시로부터 인가를 얻어 개발이 추진됐고 지난달 준공됐다. 골프장 업계에서는 이미 이 골프장의 모기업이 하이마트라는 소문도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 회장은 평소 골프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미국 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지애 선수를 지원하는 등 하이마트 골프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3월까지는 KLPGA 협회장을 맡으면서 골프에 대한 깊은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선 회장이 골프장 사업을 추진한 것도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고 골프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골프장 사업 추진과 함께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선 회장은 지금까지 약 1700여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초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면서 하이마트 지분을 담보로 차입하면서까지 공사비 등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진기업은 하이마트를 인수한 이후 선 회장에게 경영을 일임했다. 그러나 선 회장이 골프장 개발로 어려움을 겪자 선 회장의 경영 능력에 불신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 회장이 골프장 회원권 분양을 위해 하이마트의 지위를 남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선 회장의 아들이 하이마트 계열사에서 대표로 근무하고 있는 것도 양측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유 회장이 하이마트 경영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하면서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관계자는 “선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하이마트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마트 측은 골프장 건설은 선종구 회장의 개인적인 투자일 뿐 회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회장님이 하이마트 회장 지위를 이용해 골프장 회원권 분양에 나선 일은 없었다”며 “골프장은 회장님의 개인적 사안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답변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유 회장과 선 회장 모두 하이마트 지분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던 속사정에는 골프장 문제가 자리하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선 회장이 투자한 골프장은 준공을 마친 상태지만 골프장 업계의 불황 때문에 회원권 분양에 제대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선 회장은 차입한 채무 변제를 위해 하이마트 지분 매각에 나서야만 했다는 것이다. 유진그룹 측도 시공사로 참여했던 골프장에서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면서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