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직원 CJ 이재현 회장 미행 불똥 어디로?
이맹희-이건희 '삼성생명 주식' 소송 치열해질 듯
[일요서울Ⅰ천원기 기자] CJ가 삼성직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며 경찰에 수사의뢰를 요청함에 따라 두 그룹간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두 그룹 간 해묵은 갈등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14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7000억 원대 상속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해졌다.
23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CJ는 비서실장 명의로 ‘이재현 회장을 지속적으로 미행한 범인을 찾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또 이 회장 미행 영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및 사진 자료도 함께 제출했다.
CJ 측은 삼성물산 감사팀 김모 과장이 지난 17일부터 오피러스와 그랜져 차량을 이용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CJ는 홍보실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삼성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책임 있고 성의 있는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며 삼성을 압박했다.
그러나 삼성은 CJ가 요구하는 공식사과와 책임자 문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그룹차원에서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물산 측은 “CJ가 지목한 김모 차장은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이 맞다”면서도 “최근 신라호텔 부지 활용에 관한 사업성 검토를 위해 장충동 일대를 자주 갔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CJ가 민감한 이유는 삼성이 ‘미행’전과를 가지고 있어서다. 삼성은 지난 1994년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되자 이듬해 이재현 CJ 회장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장충동 이 회장의 이웃집 옥상에 CCTV를 설치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두 그룹은 지난해 말 대한통운 인수를 둘러싸고도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삼성증권이 CJ의 대한통운 인수를 자문해 준 상황에서 삼성SDS가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해묵은 불화를 다시 촉발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재현 CJ그룹 회장 미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삼성 측은 겉으로는 침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뒷수습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이맹희, 이건희 형제간 상속관련 소송에서 혹여 이번 일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과 여자 형제들 간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맹희 전 회장이 승소하면 이건희 회장의 누나 이인희 씨가 고문으로 있는 한솔이나 동생 이명희 씨가 회장으로 있는 신세계의 움직임에 변화가 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