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 리스크에 한숨 쉬는 사연

“10년 쌓은 ‘행복 이미지’ 무너진다”

2012-02-07     이범희 기자

오너 리스크에 SK기업이미지 추락세 이어져
 ‘상생경영·사회공헌’ 콘셉트는 광고일 뿐 지적

 

기업의 이미지는 중요하다.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광고·선전에서는 기업이미지의 형성, 전달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이 같은 중요성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기업이 SK(회장 최태원)다. 십 수 년이 넘도록 ‘행복’이라는 광고 콘셉트만 고집하면서 ‘SK=행복’이라는 연산등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너 일가 리스크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행복 이미지’에 흠집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사업 면에서도 기업 이미지에 누가 될 만한 사업에 대해서는 철수 방침을 밝혔지만, 오히려 오너 일가의 부도덕함을 덮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그 이유를 알아본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에선최태원-최재원 형제의 첫 공판준비기일 심리가 열렸다. 두 형제는 계열사 자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변호인인 민병훈 변호사는 “공소사실 가운데 금전흐름과 관련된 객관적 사실관계는 크게 다툴 것이 없다”면서도 “행위의 경위와 (법적) 평가는 수긍할 수 없다.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재판부 역시도 향후 심리를 거쳐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변호인단과 검찰은 뚜렷한 혐의를 제시하지 못한 채 지루한 공방의 첫 테이프만 끊고, 이날 법정다툼을 일단락했다. 최 씨 형제의 검찰 출두 모습도 방송을 통해 중계되지 않았다.

재판부의 공판 참여요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제의 출두모습만 전파를 타지 않았을 뿐, 과거 출두 당시 자료사진과  “SK 최태원 회장 검찰 출두”라는 자막은 하루 종일 자막 방송을 통해 일반인에게 전파됐다. 이는 불과 몇 달 전과 흡사한 일이기도 하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전 M&M 대표의 폭행사건이 지상파 모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자막에는 ‘SK 오너일가 폭행 사건’으로 보도됐다.
기업의 주인인 회장이 자기 기업 이미지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킨 셈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본 뒤 “뒤에서 호박씨 까는 SK”라는 맹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아이디 afda를 쓰는 네티즌은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은 사회공헌을 위해 땅을 산 뒤 후세에 환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의 자식들은 부정부패에만 이름을 올린다”라며 “창업주 정신 계승이 다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SK 주변에서도 십 수 년간 지켜왔던 SK의 광고와 기업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SK는 ‘행복·상생경영·사회공헌’ 등 주변사람들을 먼저 챙기는 콘셉트의 광고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왔지만 최근 오너와 관련된 행보를 보면 이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오너 리스크에 알짜 사업 접어

더욱이 SK는 기업이미지에 누가 될 만한 사업에 대해 철수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오너 리스크를 덮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에 휩싸였다. 해당 업계의 하청업체가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SK 측은 지난해 연말께 성인채팅 서브와 관련해 060유선CP업체들에 사업종료를 통보했다. 기간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제공하고, 제공한 콘텐츠에 대한 대금을 받을 수 있는 060유선CP업체들은 이번 통보로 사실상 갈 곳을 잃은 상황이다.

060유선CP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성인서비스라고 하지만, 불법은 아니다”라며 “갑작스럽게 사업 철수 방침을 밝힌 SK를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사회적 기업 운운하는 것 또한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총수 일가의 부도덕성이 외부로 알려지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는 관련업체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귀띔한다.
SK브로드밴드에 속해 있는 성인콘텐츠 관련 060유선CP는 23개이며, 또 다른 계열사 SK텔링크 역시 수십 개의 관련 하청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SK 계열사들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SK주변에선 ‘기업이미지’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기업이미지 제고가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이다. SK그룹이 갑작스럽게 이미지 관리에 나서는 것이 최 회장의 횡령 의혹 등으로 인한 SK그룹의 이미지 실추도 한 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